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8월 4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한국 원화의 변동성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가 상당히 약세를 보인다면 다른 통화들도 그 뒤를 따라갈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해왔다. 많은 사람은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엔화 약세가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전반에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발언으로 읽힌다.
이 발언은 미국과 일본 통화 당국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한 사실을 확인한 직후 나왔다. 엔화가 급등하던 국면에서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해 한국 당국 역시 시장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던 터라, 원화를 겨냥한 이번 언급의 무게가 한층 커졌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 안정을 아시아 전체의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경제사학자적 내 관점에서 보면 1990년대 후반, 1997년과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는, 내 생각엔 지나치게 약세였던 엔화가 부분적 원인이었다고 본다"며 "따라서 안정적 엔화 가치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에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입 배경에 대해서도 "무역 흐름과 경제 규모, 세계 저축시장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할 때 엔화의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는 이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우리는 일본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고 이 지역 안정을 도모하는 데 함께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일본 기업이 저금리 자금을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주식회사 일본(Japan Inc.)은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상당한 해외 자산을 축적해왔으며 이런 흐름이 멈출 이유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엔화 수준이 다른 문제를 야기하거나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촉발할 수 있는데 이는 건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가 끝났거나 적어도 한 단계가 끝났으며, 이제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임금 상승세가 탄탄하고 경제는 상당히 건실하다. 일본의 기술 부문은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매우 강하다"며 "일본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나라"라고 말했다.
추가 개입 가능성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도쿄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 경제와 미국 납세자에게 도움이 되고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그들(일본)을 지원하기 위한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7월 31일 캠프 데이비드 내각회의에서 밑줄 친 "할 일"(To Do) 아래 "일본 엔(JPY) 50억∼100억 달러"라고 적힌 메모지를 앞에 놓아 사진 기자들에게 포착됐다. 이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내 어깨 너머로 지켜보는 모든 기자에게 엔화의 기호인 'JPY'를 확실히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할 일 목록'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나머지는 '이란 최고지도자와 점심 먹기', '푸틴과 테니스 치기' 같은 거였다. 근데 그냥 '일본 엔화 50억∼100억 달러 매수'까지만 적기로 했다"고 농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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