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소송에서 승소하고도 정작 점포를 돌려받지 못하는 임대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임차인이 다른 사람에게 점포를 넘겨버려 점유자가 바뀌는 경우다. 판결문을 손에 쥐고 강제집행에 나서도 현장에 있는 사람이 소송 상대방이 아니면 집행 자체가 가로막힌다. 법조계에서는 명도소송의 승패가 본안 소송 못지않게 소장 접수 전 보전처분 단계에서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본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5일 “명도소송 판결의 집행력은 원칙적으로 소송 당사자인 피고에게만 미친다”며 “소송 중에 임차인이 제3자에게 점유를 넘기면 애써 받은 판결로도 그 사람을 상대로는 집행할 수 없게 되므로, 소송에 앞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해 두는 것이 사실상 필수 절차”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가 임대인 A씨는 차임을 여러 달 연체한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집행관과 현장에 가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임차인은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지인에게 가게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새 점유자는 소송과 무관하다며 인도를 거부했고, 사전에 가처분을 걸어두지 않았던 A씨는 새 점유자를 상대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판결까지 받고도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니, 임대인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모두 이중으로 소모된 결과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소송 대상 부동산의 점유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명의를 바꾸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보전처분이다. 법원 결정이 내려지면 집행관이 현장을 방문해 부동산 현황을 확인하고 가처분 취지를 알리는 고시문을 붙이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점유자가 누구인지 집행관이 직접 확인하게 되므로 명도소송 상대방을 정확히 특정하는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고시문이 붙은 점포를 넘겨받으려는 사람도 분쟁 상황을 알게 되는 만큼, 점유 이전 시도 자체를 막는 예방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가처분의 효력은 점유가 바뀌었을 때 진가를 드러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가처분 집행 이후 점유를 넘겨받은 사람은 가처분 채권자인 임대인에게 자신의 점유를 주장할 수 없다. 임대인은 본안인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뒤 법원에서 승계집행문을 받아, 바뀐 점유자를 상대로도 소송을 다시 하지 않고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다. 가처분을 건너뛴 경우와 비교하면 절차와 기간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다만 가처분은 본안 소송을 전제로 한 보전처분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가처분만 해두고 소송 제기를 미루면 임차인이 법원에 제소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정해진 기간 안에 본안 소송을 내지 않으면 가처분이 취소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민사집행법 제287조). 가처분과 명도소장 접수를 하나의 절차로 묶어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쓰게 하는 행위 자체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민법 제629조는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한 경우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단전대는 차임 연체와 함께 명도소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해지 사유이며, 이 경우에도 해지 의사가 임차인에게 도달해야 계약이 종료된다. 임대인 동의 없이 점포를 넘겨받은 사람은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적법한 점유 권원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실무에서는 가처분과 본안 소송을 한 흐름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면 법원이 담보 제공을 명하는 경우가 많고, 담보가 제공되면 결정과 집행이 이뤄진다. 가처분 집행으로 점유 현황을 고정한 뒤 명도소장을 접수하고, 승소 판결 후 인도 강제집행과 밀린 차임 회수를 이어가는 순서다. 집행 단계에서는 집행관이 점포 안 유체동산을 반출·보관하는 절차까지 이어지므로 비용과 일정을 미리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엄 변호사는 “명도 분쟁은 시간이 곧 손해인 만큼 판결을 받는 것 못지않게 판결을 집행할 수 있는 상태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장 접수 전에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마쳐 점유를 고정하고, 가처분 집행 조서로 확인된 점유자를 상대로 본안과 집행을 이어가는 것이 돌아가지 않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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