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출 증가율 억제 기조 속 세법 개정안과 지역화폐 예산 놓고 여야 줄다리기

2026년도 9월 정기국회가 개회를 앞두고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할 채비를 마쳤다. 이번 정기국회는 정부가 제출하는 2027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밀 심사와 세법 개정안 처리, 국정감사, 그리고 여야 간 견해차가 뚜렷한 주요 민생·경제 법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가 걸려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정기회는 매년 9월 1일 집회하며, 12월 초까지 국정 전반에 걸친 감사와 결산, 이듬해 나라살림 규모를 결정짓는 예산안 심사를 진행한다.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의 최대 승부처는 단연 2027년도 예산안 심사다. 기획재정부는 건전재정 기조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억제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강도 높게 구조조정하는 편성 방향을 설정했다. 연구개발(R&D) 투자의 질적 전환과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 육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맞춤형 복지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역량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하고 국가채무 비율을 50%대 중반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관행적 보조금 사업과 성과가 미흡한 직접 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한다.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신혼부부·청년 주거 지원과 돌봄 인프라 확충, 필수·지역의료 체계 강화, 국방력 현대화 분야에는 필수 재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반면 야당은 경기 둔화와 내수 침체로 고통받는 서민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과감한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긴축 기조로 인해 지방교부세와 민생 지원 관련 예산이 축소되면 지역 경제가 한층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복원과 민생 회복을 위한 취약계층 직접 지원금 반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과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연장, 청년 주거 복지 예산의 대폭 증액을 예고하며 정부안에 대한 대대적인 재배치를 벼르는 형국이다. 기초연구 지원 R&D 예산 복원과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보증 확대, 농어민 지원 예산 확충도 중점 증액 항목으로 꼽고 있다. 세입 여건 악화를 이유로 복지 지출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조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도 가파르다. 정부와 여당은 민간 경제 활력 제고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상속세 최고세율 조정 및 자녀공제 한도 확대,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금융투자소득세를 비롯한 금융 세제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과도한 세 부담을 덜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하고 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기업 상속과 가업 승계에 따르는 세무상 걸림돌을 제거해 장기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논리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부의 감세 기조가 대기업과 초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부자 감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세수 결손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감세를 추진할 경우 국가 재정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결국 복지와 공공 서비스 축소로 이어져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만 가중된다는 주장이다. 국회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의 세수 추계 자료를 바탕으로 상속세와 법인세, 종부세 개편에 따른 세입 감소 규모를 정밀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임위원회별 주요 법안 심사에서도 전방위적인 충돌이 이어진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가동에 필수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과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해상풍력 보급 촉진법의 처리 여부가 걸려 있다.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망 구축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정부·여당의 요구와 부지 선정 절차의 투명성, 주민 수용성 확보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 유지를 내세우는 야당의 입장이 맞선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의 시각차가 극명하다. 여기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 방안과 영세 사업장 대상 중대재해 예방 지원책 등도 노사정 간 첨예한 쟁점으로 다뤄진다.

정무위원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과 가맹사업법 개정안,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입법이 주요 대상이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 입점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안 취지와 과도한 사전 규제가 국내 정보기술 생태계의 성장을 가로막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역차별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충돌하고 있다. 자본시장 공정성 강화를 위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안 역시 심도 있는 논의가 요구되는 과제다.

국토교통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지원 법안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보완 입법,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 개정 등이 다뤄진다. 주택 공급 촉진과 서민 주거 안정, 지방 재정 자립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상정되어 있으나 재원 조달 방식과 공공 개입 범위를 두고 각 당의 해법이 엇갈리고 있다.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 개편과 지역 균형발전 특별회계 확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서는 필수의료 붕괴 방지를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 법안과 국립대 의대 시설·교원 확충 예산,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하나로 합치는 유보통합 관련 재정 분담 법안이 도마에 오른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관리 체계 일원화에 따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분담 비율과 국고 지원 규모를 두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예산 전문가들은 이번 정기국회 심사 과정에서 중장기 재정 지속가능성과 단기적 경기 대응 능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핵심이라고 짚는다. 한 조세재정 전문가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는 원칙과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정기국회 예산 심사는 단순한 숫자 삭감 경쟁이 아니라 지출 구조를 정밀하게 재설계하는 정책적 합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거시경제 연구위원은 세수 결손에 따른 재정 운용 제약 속에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미래 투자와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엄격한 지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낭비성 현금성 지출을 걸러내고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에 자원을 배분하는 정밀 심사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국회 관계 법률 전문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상임위별 법안 심사가 정쟁으로 공전할 경우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주요 인프라 법안과 민생 대책이 줄줄이 폐기되거나 표류할 수 있다며 여야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법안의 실질적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따지는 협의의 정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장에서 민생 대책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시선도 엄중하다. 도소매업을 운영하는 최모 씨(48)는 물가와 대출 금리 부담으로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정치권이 예산안을 두고 기 싸움만 벌일 것이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의 고정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책을 신속히 확정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이모 씨(55)는 에너지 비용 상승과 인력난, 설비투자 자금 조달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첨단 전력망 구축과 중소기업 전용 R&D 보조금, 외국인 인력 공급 제도 등 현장 밀착형 법안들이 정기국회에서 제때 통과되어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덜 수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박모 씨(37) 역시 주거비 부담과 육아 지원, 세제 혜택 등 생활에 직접 와닿는 민생 법안들이 정쟁에 밀려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국회가 본연의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 정모 씨(28)는 청년 고용 지원금 축소나 직업 훈련 예산 삭감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감이 커진다며 일자리 창출과 구직 청년 도약 지원 예산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안정적으로 확보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 의사일정에 따르면 정기국회는 9월 초 개회식과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문을 차례로 진행한다. 이어 10월 중순부터 국정 전반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며, 11월부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해 2027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와 부처별 심사,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 세부 감액·증액 심사에 돌입한다. 헌법 제54조에 규정된 차기 연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법정 처리 시한은 매년 12월 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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