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발 고분양가 부담에 시세차익 기대되는 상한제 아파트 청약 쏠림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 주요 거점에서 대규모 신규 아파트 분양이 본격적으로 재개된다. 건설 원가 상승과 고물가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예비 청약자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 ㎡당 2700만 원 선을 넘어서며 1년 전과 비교해 15 %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민간아파트의 경우 3.3 ㎡당 평균 분양가가 4000만 원을 돌파하며 전용면적 84 ㎡ 기준 분양가가 14억 원에서 15억 원대에 육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사비 갈등으로 일정이 미뤄졌던 정비사업 대단지들이 줄줄이 가을 분양 시장에 나오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입지와 분양가 수준에 따라 청약 성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수도권 전체 공급 예정 물량 가운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한강변 정비사업지 경기 남부 주요 환승 거점 신도시 등은 수백 대 일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교통 여건이 열악하거나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경기 외곽 및 일부 인천 구도심 지역은 미달 우려를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이 이루어지면서 단순한 내 집 마련을 넘어 입지적 가치와 자금 조달 가능성을 동시에 따지는 선별 청약 기조가 뚜렷해진 결과다. 청약 통장 보유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도 분양가 경쟁력을 갖춘 핵심지 단지에는 수만 개의 청약 통장이 한꺼번에 쏠리는 극단적인 수급 불균형이 반복되고 있다.
분양가 상승세의 배경에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자재비와 노무비 변동 등을 반영해 매년 3월과 9월 정기적으로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해 왔으며 철근과 레미콘 가격을 비롯한 현장 인건비가 일제히 오르며 건축 원가를 밀어 올렸다. 층간소음 차음 기준 강화와 지하주차장 구조 안전성 검증 기준 강화 친환경 설비 의무 도입 등이 겹치면서 시공 원가 부담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가중된 상태다. 건설공사비지수 역시 지난 3년 사이 25 % 이상 급등하며 건설업계의 원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원가 압박은 고스란히 일반 분양가로 전가되며 수도권 주요 지역의 공급 가격대를 한 단계 높이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나 서울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용산구 등 규제지역 분양 단지에는 주변 시세 대비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청약 통장이 대거 몰리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는 주택법에 따라 택지비와 건축비에 일정 이윤만을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인근 시세보다 20 %에서 많게는 30 % 이상 저렴하게 공급된다. 당첨만 되면 입주 시점에 상당한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가점 높은 무주택자들의 청약 통장이 집중되는 이른바 로또 청약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규제지역 민간 정비사업지에서는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기 위해 일반 분양가를 인근 구축 아파트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짙어 청약 미달과 계약 포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세 자릿수를 기록한 반면 경기 외곽 일부 지역은 1 대 1을 간신히 넘기거나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 접근성과 철도 교통망 연계 여부에 따라 수요의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개통 수혜지나 지하철 연장선 착공 지역은 높은 청약 열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교통 호재가 부족하거나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외곽 권역은 청약자들의 외면을 받는 구조다. 전용면적별 선호도 역시 뚜렷하게 나뉘어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실거주 활용성이 높은 전용 59 ㎡와 전용 84 ㎡ 중소형 평형에 청약 통장의 80 % 이상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승 기조가 꺾이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진입 장벽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연구위원은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한 상태여서 분양가가 과거 수준으로 내려가기는 어렵다며 시세 차익 기대가 크지 않은 단지라 하더라도 실수요자들은 교통과 학군 인프라가 확실한 곳 위주로만 청약 통장을 던지는 극단적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는 인구 구조 변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맞물리면서 수도권 내부에서도 일자리가 풍부한 중심부와 단순 주거 기능만 담당하는 외곽부 사이의 주거 선호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 정책 전문가는 공급 물량이 특정 지역에만 편중될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는 만큼 공공택지 공급 속도를 높이고 실수요자 맞춤형 금융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별공급 시장에서도 뚜렷한 제도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부부 중복 청약을 허용하는 등 청약 제도를 대폭 개편하면서 3040 실수요자들의 청약 진입 문턱은 일부 완화됐다. 과거에는 부부 중 한 명만 청약 통장을 사용할 수 있어 중복 당첨 시 모두 부적격 처리되었으나 이제는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아파트에도 부부가 동시에 청약을 넣어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배우자의 혼인 전 청약 당첨 이력이나 주택 소유 이력이 신혼부부 및 생애최초 특별공급 신청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규제가 풀리면서 젊은 층의 특공 경쟁률도 덩달아 상승하는 추세다.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도 기존 3자녀에서 2자녀 가구로 완화되어 젊은 가구의 청약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무주택자 김모 씨(37)는 공사비가 오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분양가가 더 오르기 전에 청약을 넣어야 할지 고민이 크다면서도 강남권이나 핵심지 분양은 가점이 낮아 엄두가 안 나고 경기 외곽은 향후 집값 방어가 불안해 결국 신생아 특공을 노려 서울 역세권 재건축 단지 위주로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41)는 분양가가 주변 구축 아파트 시세를 웃도는 단지들이 많아져 청약 당첨이 무조건적인 이득이라고 보기 어려워졌다며 대출 규제와 본인의 실제 현금 동원력을 철저히 계산해 선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박모 씨(33)는 신혼부부 특공 소득 기준이 완화되면서 청약 기회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분양가 자체가 크게 올라 계약금 마련부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청약을 준비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가장 큰 현실적 제약은 대출 한도와 금리 부담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차주의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에 가산금리를 반영하는 규제) 제도를 강화하면서 개인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빌릴 수 있는 최대 한도는 줄어들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해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로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연간 상환 부담액이 커지게 계산되어 실제 빌릴 수 있는 대출액이 수천만 원 단위로 축소된다. 분양가가 9억 원을 넘는 단지가 보편화된 수도권 시장에서 대출 가능 금액 축소는 청약자의 자기자본 부담을 급격히 늘리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중도금 대출 금리와 잔금 대출 전환 시점의 금융 여건도 꼼꼼히 따져야 할 항목이다.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은 집단대출 방식으로 실행되지만 금리 수준은 시중은행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편이어서 이자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이자 후불제가 적용되는 단지는 입주 시점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중도금 대출 이자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므로 실제 분양가 외에 추가 현금 지출을 감안해야 한다. 시중은행 대출 상담사는 분양가상한제 단지는 초기 분양가가 낮아 매력적이지만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어 입주 시점에 전세를 놓아 분양대금을 치르는 방식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계약금 10 %에서 20 %는 물론이고 입주 시점의 취득세와 발코니 확장비 옵션 비용 잔금 대출 상환 계획까지 사전 자금 계획을 면밀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제 혜택과 부적격 당첨 방지를 위한 사전 점검도 필수적이다. 주택청약에 당첨된 이후 부적격자로 판명되면 당첨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수도권의 경우 최장 1년 동안 청약 통장 재사용 및 청약 신청이 전면 제한된다. 세무사는 최근 청약 제도가 잦은 개정을 거치면서 무주택 기간 산정이나 부양가족 수 계산 자산 기준 충족 여부 등에서 부적격 당첨자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 서류 접수 전 철저한 검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에 따르면 전체 당첨자 중 약 8 %에서 10 % 안팎이 청약 자격 오류나 서류 미비로 부적격 취소 처분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양가족 수 오류와 무주택 세대 구성원 자격 미달이 전체 부적격 사유의 과반을 차지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은 청약 신청자의 부적격 당첨을 예방하기 위해 세대원 정보 확인 및 자격 조회 서비스를 전면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청약자는 청약홈 마이페이지를 통해 본인의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을 사전에 조회할 수 있으며 주택 소유 여부도 정부 행정전산망을 통해 즉시 확인 가능하다. 가을 분양 성수기에 돌입하는 9월부터 11월까지 수도권에서는 서울 동대문구 서초구 송파구 경기 성남시 과천시 안양시 인천 서구 등 총 40여 개 단지에서 약 4만 5000여 가구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분양 절차에 들어간다. 각 단지별 입주자 모집 공고문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와 각 건설사 공식 분양 사이트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