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펌프장과 우수저류시설 가동 태세 점검 및 도시 침수 취약지 현장 대응 강화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마다 한반도를 위협하는 국지성 호우와 가을 태풍의 파괴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대기 중 수증기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기후적 특성과 해수면 온도의 가파른 상승이 맞물리면서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 비를 쏟아붓는 기습 폭우가 빈번해지는 추세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와 방재 당국은 도시 내 핵심 배수 기반시설인 빗물펌프장, 우수저류시설, 빗물받이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대적인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 과거 여름철에 집중되던 수해 방지 대책이 9월과 10월까지 확대 적용되는 것은 가을철에 발생하는 이상기후 피해가 더 이상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도시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도심 배수 체계의 핵심은 빗물펌프장이다. 빗물펌프장은 저지대로 유입된 빗물을 모아 하천이나 해양으로 강제 배출하는 핵심 방재 시설이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는 펌프 모터의 절연 저항 측정, 비상 발전기 유류 확보 상태, 배전반과 수배전 설비의 침수 방지 상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 펌프장 자체가 침수되거나 정전이 발생해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부 지자체는 정전 발생 시 수초 이내에 보조 전력이 공급되도록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UPS)의 배터리 상태와 자동 전원 절체 스위치의 구동 반응 속도를 일일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도심 지하에 설치된 대형 우수저류시설 역시 주요 관리 대상이다. 우수저류시설은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자연 배수가 불가능할 때 빗물을 일시적으로 가두어 두는 지하 빗물 저류 탱크다. 장마철 이후 시설 바닥과 배관에 쌓인 토사와 협잡물(오염 물질 찌꺼기)을 준설하지 않으면 유효 저류 용량이 줄어들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자체 방재 담당 부서들은 고압 준설 차량을 투입해 관로 내부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수위 감지 센서와 자동 수문 제어 장치의 통신 오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저류된 빗물을 외부로 퍼내는 방류 펌프의 토출량 시험 운전도 함께 진행 중이다.

도로변 빗물받이의 유지 관리 상태도 이번 집중 점검 항목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빗물이 관로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빗물받이가 낙엽, 담배꽁초, 쓰레기나 불법 덮개 등으로 막히면 아무리 지하 배수 용량이 커도 도로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한다. 지자체들은 도로 청소 인력과 준설원을 대거 투입해 저지대와 상습 침수 구역 주변의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악취 차단을 위해 주민들이 임의로 덮어둔 고무판이나 장판을 일제히 수거하고 있다. 관할 구역 내 빗물받이 위치를 전산화한 공간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청소 이력을 관리하고 배수 불량 민원이 잦은 지역에는 집중 순찰조를 배치했다.

방재안전공학 전문가는 최근의 가을비는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극한의 강우량을 쏟아붓는 형태가 많아 기존 배수관 설계 기준인 시간당 50 mm에서 80 mm 수준을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패턴의 변화로 인해 시간당 강우 강도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으므로, 물리적인 토목 공사뿐만 아니라 배수 펌프의 가동 타이밍을 앞당기고 유수지의 여유 수위를 미리 확보하는 선제적 운영 알고리즘의 적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뒤 펌프를 켜는 사후 대응으로는 저지대의 급격한 수위 상승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저지대 주택가와 반지하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형 차수 시설 점검도 병행되고 있다. 지자체는 반지하 주택 창문과 출입구에 설치된 물막이판(차수판)의 파손 여부와 수동 개폐 상태를 가구별로 방문 확인하고 있다. 또한 하수도 역류로 인한 실내 침수를 막기 위해 변기나 바닥 배수구에 설치된 역류 방지 밸브의 고무 패킹 마모 상태를 점검 중이다. 신속한 차수판 설치가 어려운 노약자나 장애인 거주 가구에 대해서는 인근 통·반장이나 자율방재단원을 전담 매칭해 기상 특보 발효 시 즉각적인 현장 지원이 이뤄지도록 연락망을 정비했다.

도심 지하차도의 자동차단 시스템 구축 상태도 중요한 점검 과제다. 폭우 시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는 지하차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진입 차단 시설의 작동 여부, 원격 제어용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의 사각지대 존재 여부, 수위계의 오차 범위를 전수 조사했다. 수위가 일정 기준(보통 15 cm 안팎) 이상 도달했을 때 경보음과 함께 진입 금지 안내 문구가 표출되고 차단 바가 내려오는 일련의 동작 과정을 모의 훈련을 통해 검증하고 있다. 진입 차단기가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해 현장 경찰관과 구청 안전요원이 직접 수동으로 도로를 통제하는 비상 매뉴얼도 재정비했다.

수자원 전문가는 도시화로 인해 불투수 면적(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포장 면적)이 80%를 웃도는 현대 도시는 비가 내렸을 때 표면 유출수가 하천으로 도달하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다고 지적했다. 그는 빗물펌프장과 하수관로 증설만으로는 국지성 호우를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우며, 옥상 녹화, 투수성 블록 포장, 소규모 빗물 침투조 설치 등 빗물의 유출 속도를 늦추는 저영향개발(LID) 기법을 도시 재생 사업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확산시켜야 배수 시스템의 부하를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침수 위험에 노출되었던 시민들의 현장 대응력도 점검되고 있다. 과거 집중호우로 지하 주차장 침수를 겪었던 상가 관리인 김모 씨(58)는 폭우 예보가 나오면 배수 펌프 수동 조작 레버를 먼저 확인하고 지하 주차장 진입로에 차수판을 설치하는 훈련을 분기마다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지대 다세대주택 주민 박모 씨(43)는 비가 많이 올 때 집 앞 빗물받이에 나뭇잎이 쌓여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직접 긁어낸 경험이 있다며, 골목길 배수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계단으로 물이 넘쳐 들어오기 때문에 평소 청소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는 기상청의 강수 예측 데이터와 국토지리정보원의 3차원 지형 정보를 결합한 도시 침수 지도(수치 모델링 기반 침수 위험도)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천 범람과 내수 침수(관로 용량 부족으로 인한 지표면 침수)가 결합된 복합 재난 상황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위험 징후가 포착되면 지자체 재난안전상황실과 주민들에게 실시간으로 대피 정보를 전송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지자체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가을철 기상 이변에 대비해 비상근무 단계를 세분화하고, 소방, 경찰, 군부대 등 유관 기관과의 비상 무선 통신망 및 핫라인 연결 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있다.

산사태 취약지와 연계된 도심 인근 배수 시설 점검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산지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토사와 잡목이 도심 외곽의 우수관 입구를 막아버리면 우수가 도로로 우회 유입되면서 대규모 도심 침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산림청과 지자체는 산간 계곡부에 설치된 사방댐의 준설 상태를 확인하고, 도심 연결 수로 입구에 설치된 스크린(이물질 걸림망)의 파손 여부를 살피고 있다. 걸림망 주변에 걸린 토사와 유목을 사전에 걷어내 폭우 시 수로가 막히지 않도록 통수 단면을 확보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전국 지자체는 가을 태풍과 국지성 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취약 지구 빗물펌프장 1천 6백여 곳과 주요 우수저류시설 5백여 개소에 대한 현장 가동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 배수 시설의 작동 상태와 지자체 비상 연락망은 정부 재난안전관리 정보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등록되어 관리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