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로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와 관망세 확산

[스페셜타임스 = 정진욱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목표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이후 수도권 주택 시장의 매수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대출 한도가 수천만 원 단위로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났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대폭 높인 점도 거래 위축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기본 스트레스 금리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전격 시행했다. 특히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지방보다 높은 1.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차등 적용하며 규제 강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비수도권의 경우 기본 스트레스 금리인 0.75%포인트를 적용해 지역별 차등화를 두었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심사 시 실제 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 원리금 상환액을 산정하는 제도다. 차주의 연간 소득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계산되므로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대출 총액은 크게 축소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규제 도입 직전 막차 수요가 몰리며 급증했던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 폭은 제도 도입 이후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율은 규제 시행 이전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월간 순증 규모 역시 직전 달의 기록적인 폭증세에서 벗어나 안정권에 진입했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감축 기조에 발맞춰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목적 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까지 축소하면서 신규 대출 신청 건수 자체가 급감한 결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집계를 살펴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규제 시행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반기 내내 이어지던 거래량 상승 곡선이 꺾이면서 주간 단위 매매 거래 건수는 전월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서울 주요 선호 단지에서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일부 등장했으나 매수 대기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었다.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외곽 지역 역시 대출 한도 축소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며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됐다.

서울 내부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하게 갈렸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일대는 현금 여력을 갖춘 자산가들의 매수세가 일부 유지되며 가격 방어가 이뤄졌다. 반면 대출 의존도가 높은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외곽 중저가 밀집 지역은 거래 단절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수요 중심의 매수세가 멈춰 서면서 매물이 쌓이고 실거래가가 직전 고점 대비 수천만 원 하락하는 단지가 잇따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가 주택 구매 여력이 빠듯한 실수요자들에게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부동산 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으로 소득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이 평균 5%에서 10%가량 감소하면서 자기자본 비중이 낮은 30대와 40대 무주택자의 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레버리지를 활용한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멈춰 서기 때문에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타격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 소비자들의 혼란도 이어졌다. 결혼을 앞두고 서울 외곽의 6억 원대 아파트 매수를 추진하던 직장인 정모 씨(35)는 당초 예상했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000만 원 가까이 줄어들면서 계약을 잠정 보류했다. 신용대출까지 총동원해도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어렵고 은행권의 대출 심사 기준이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면서 자칫 잔금을 치르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을 매도하고 더 넓은 평형으로 이동하려던 1주택자 역시 자금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경기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박모 씨(42)는 거주 중인 아파트를 처분한 뒤 서울 역세권 단지로 이사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 대출을 활용하더라도 스트레스 금리 적용으로 발생한 한도 부족분 6000만 원을 메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기준을 제한하면서 상담조차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반면 주택 매매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전세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매수를 망설이는 실수요자들이 전월세 시장에 머무르면서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매매가격 상승세는 둔화된 반면 전세가격은 역세권과 학군지 등을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금리 인상과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도 전세 수요 자체가 줄지 않아 가격 하방 압력이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는 제2금융권으로도 확산됐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일부 대출 수요가 상호금융이나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쏠리는 조짐이 나타났고, 금융당국은 즉각 현장 점검에 착수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2금융권 역시 다주택자 대출 제한과 주택담보대출 만기 축소 등 시중은행 수준의 관리 대책을 연달아 도입하면서 차주들의 우회 자금 조달 창구도 사실상 닫혔다. 상호금융권은 거치 기간 설정을 중단하고 원금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등 건전성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시중은행들은 여신 심사를 한층 강화하며 대출 총량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심사역은 주택담보대출 신청 시 차주의 기존 신용대출 원리금과 비은행 대출 잔액을 더욱 엄격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를 차단하기 위한 내부 가이드라인이 철저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주의 소득 증빙 서류에 대한 검증 단계가 복잡해지면서 대출 실행까지 걸리는 심사 기간도 기존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담보 인정 비율과 소득 인정 기준 역시 보수적으로 산정되고 있다.

주택 산업 및 건설업계 역시 거래량 급감에 따른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매매 거래가 묶이면 기존 주택을 처분해 신규 분양 단지로 입주하려는 수요자들의 잔금 마련 경로가 차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로 청약에 당첨된 차주들이 매매 계약 체결에 실패할 경우 입주 지연이나 계약 포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선별적 보완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의 잔금 대출 심사 역시 스트레스 DSR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입주율 관리에도 부담이 가중됐다.

지방 주택 시장과의 양극화 문제도 수치로 확인됐다. 스트레스 DSR 2단계에서 수도권보다 낮은 가산금리가 적용된 비수도권 지역은 애초부터 미분양 적체와 매수 심리 위축이 장기화된 상태였기 때문에 규제 완화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지방 5대 광역시의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가격은 별다른 반등 없이 정체 상태를 지속했으며,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미분양 주택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권의 여신 심사마저 깐깐해져 지방 분양 시장의 자금 경색도 장기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대출 한도 축소 조치는 경매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집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의 평균 응찰자 수는 규제 시행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역시 주요 선호 지역을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보였다. 경매 잔금 대출 역시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한 DSR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자기자본 동원 능력이 부족한 응찰자들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정가 이하로 유찰되는 매물이 늘어나면서 2회 이상 유찰되는 아파트 물건도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에게 무리한 대출을 통한 매수보다는 자금 계획을 보수적으로 재수립할 것을 조언한다. 공인회계사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존재하더라도 금융권의 가산금리 정책과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실제 체감 대출 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인의 상환 능력을 벗어난 차입은 가계 재무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므로 정책 금융 상품 요건이나 본인의 총부채 상환 능력을 사전 모의 계산을 통해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미리 축소해 DSR 여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거시건전성 관리 기조를 확고하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비자는 대출 신청 전 각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변동 추이와 취급 기준을 사전 확인하고 본인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면밀히 산출한 뒤 주택 매매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신용대출이나 카드론 등 기타 부채를 선제적으로 정리하면 DSR 한도를 일부 확보할 수 있으며 주택금융공사의 디딤돌·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적용 대상 여부를 병행해 검토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주택 매매 계약서 작성 시 대출 미승인에 따른 계약금 반환 특약 조항을 명시하는 것도 예기치 못한 자금 경색 피해를 방지하는 실질적인 대응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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