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전 시 법인세 감면 요건 완화와 생활인구 기반 재정 배분 방안 쟁점

정부와 국회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비수도권 시·군의 출생아 수가 급감하면서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이번 법 개정 추진은 기존의 단기성 보조금 지급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세제 혜택과 재정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중심으로 지방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립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 핵심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 통계에 따르면 비수도권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는 자연감소와 청년층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체 인구 중 50% 이상이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밀집한 가운데, 비수도권 군 단위 지역의 절반 이상은 연간 출생아 수가 100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청년 인구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지방의 생산연령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고령 인구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초고령 지자체가 속출하면서 지역 경제의 기초 체력 자체가 급격히 고갈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불균형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기반을 약화하고 기초 행정 서비스 유지마저 위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기초지자체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상하수도와 도로 등 기본 공공시설의 유지·보수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에 직면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 역시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국가 전반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의 인구 감소는 더 이상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흔드는 거시경제적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감면, 그리고 맞춤형 재정 지원 체계 구축이다. 개정안은 연간 1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배분 방식을 정량적 인구 지표 중심에서 자치단체의 투자 계획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우수한 사업 기획과 집행 능력을 갖춘 지자체에 기금을 집중 배분하여 재정 낭비를 줄이고 사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 및 연구개발 기업이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공장을 증설할 때 법인세를 장기간 감면하고 취득세와 재산세를 대폭 낮추는 특례가 명시됐다. 이전 기업 근로자에 대한 주택 특별 공급과 장기 저리 대출 지원, 5년간 소득세 50% 감면 등 정착 유인책도 신설된다.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배분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포괄적 권한과 규제 완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된다.

그러나 재정 지원 확대 방안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재정학 전문가는 세제 감면과 기금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은 초기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필수적인 유인책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비해 물류비용과 인력 채용 부담이 큰 비수도권의 구조적 열세를 극복하려면 수도권과의 격차를 상쇄할 만한 강력한 금전적 혜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된 앵커 기업이 유치될 경우 협력업체와 연계 일자리가 함께 생겨나 청년층의 정주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책 효과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행정학 전문가는 과거 수십 년간 막대한 균형발전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된 원인을 냉정하게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보조금 지원이나 단기성 일자리 사업은 예산 지원이 종료되는 순간 효력을 잃고 기업이 다시 철수하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설명이다.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을 유치하더라도 의료, 교육, 문화 등 기초적인 생활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청년층과 가족 단위 인구의 장기 정착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통계 수치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10년 넘게 거주하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박모 씨(42)는 지역 내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시설이 부족해 간단한 진료를 받으려 해도 인근 대도시로 1시간 넘게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정부 지원금이나 출산장려금도 도움이 되지만, 아이들이 아플 때 곧바로 갈 수 있는 병원과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학교가 사라지는 것이 가장 큰 불안 요소라고 덧붙였다. 면 단위 지역에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잇따라 문을 닫아 통학 거리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중소 식품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최모 씨(49) 역시 인력난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 씨는 공장 설비를 확충하고 생산 라인을 늘리고 싶어도 지역 내에서 일할 청년 구직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세제 감면 혜택이 확대된다면 경영에 도움이 되겠지만, 근로자들이 생활할 기숙사나 원룸 등 주거 시설과 대중교통망이 갖춰지지 않으면 신규 채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현실이다. 결국 기업 유치 세제 혜택과 정주 기반 조성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원도 태백시로 귀촌해 소규모 창업을 한 강모 씨(34)의 사례도 복합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강 씨는 초기 창업 지원금으로 매장을 열었으나 지역 내 소비 인구가 줄어들면서 매출 유지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인근에 문화 시설이나 여가 공간이 없어 젊은 직원들이 주말마다 대도시로 빠져나가다 결국 퇴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강 씨는 청년 창업가를 위한 공간 지원뿐만 아니라 주거 안정과 문화 인프라가 함께 구축되어야 지역에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의 지역 산업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인구감소지역의 산업 구조는 전통 제조업이나 1차 산업에 편중되어 있어 부가가치 창출력이 낮고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 제조업 생산액의 수도권 집중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으며,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비수도권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특별법 개정 논의에서는 단순한 세제 혜택을 넘어 지방 국립대 중심의 인재 양성 체계 구축, 디지털 및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의 규제 완화 특구 지정 등이 종합 패키지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는 인구 감소 시대의 공간 전략이 과거와 같은 전방위적 확장이나 분산 투자가 아닌 거점 중심의 기능 집적과 연계망 구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89개 모든 인구감소지역에 대형 병원이나 복합 문화센터를 짓는 것은 재정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운영 지속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중심 도시나 읍·면 거점에 필수 공공 서비스를 집약하고, 배후 농어촌 지역을 스마트 모빌리티와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으로 연결하는 기능적 압축 도시 모델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국토정책 보고서 역시 인구 감소기 국토 관리의 핵심 과제로 압축과 연계를 꼽았다. 보고서는 기초지자체 간의 경계를 넘어 인접 시·군이 의료, 복지, 대중교통 인프라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나 생활권 협력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정된 국가 재정을 개별 지자체에 쪼개어 배분하기보다 광역적 생활권을 단위로 사업을 묶어 투자할 때 단위 비용당 편익이 크게 증가한다는 실증 분석 결과도 함께 담겼다.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도 개정안 심의 과정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비수도권 간에도 인구 규모와 재정 자립도에 따라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지원 기준을 적용할 경우 특정 거점 지자체로 혜택이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일부 인구감소 우려 지역이나 접경 지역에서도 비수도권 중심의 특례 부여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심의에서는 인구 감소 위험도와 재정력 지수를 세밀하게 결합한 다차원 평가 지표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국회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사 일정에 맞춰 인구감소지역 대응 종합계획의 수정 및 보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소위원회 회부를 거쳐 각 조항에 대한 관계 부처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제 감면 특례의 일몰 기한과 국세 감면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으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방 거점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부처 연계 사업 규모를 확정하는 실무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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