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두상권 침체 속 유동인구 몰리는 핫플 중심 단기 렌털 공간 비즈니스 활황

서울 주요 도심 상권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단기 임대차 계약을 기반으로 한 팝업스토어가 전통적인 상가 임대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성수동이나 한남동, 도산공원 일대 등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특화 상권은 공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임차 수요가 몰리는 반면, 전통적인 핵심 상권으로 꼽히던 명동이나 종로, 신촌, 강남대로 이면도로 일대는 여전히 두 자릿수 공실률을 기록하며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장기 공실을 해소하기 위한 임시 대안으로 출발했던 단기 임대 매장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으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계약 방식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13 % 안팎을 유지하며 정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 주요 상권 내에서도 명동과 동대문 등 과거 외국인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상권과 대학가 배후 상권은 임대료 회복 속도가 더딘 반면, 뚝섬과 성수 지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 %대 이하로 떨어져 상권 간 극심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소비 트렌드가 단순 제품 구매에서 브랜드 경험과 소셜미디어 기반의 시각적 콘텐츠 소비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고정된 인테리어의 상설 매장보다 일정 기간만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특별 기획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특정 거리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권 재편의 중심에는 단기 임대차를 활용한 팝업스토어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팝업스토어는 패션이나 뷰티 브랜드가 신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1~2 주가량 비어 있는 점포를 단기로 빌려 운영하던 임시 판촉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음료(F&B), 게임, 정보기술(IT), 금융, 완성차 업체까지 복합 체험형 공간 마케팅에 뛰어들면서 1 개월에서 길게는 6 개월 단위로 공간을 통째로 임차하는 중단기 전문 매장으로 진화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억 원에 달하는 초기 인테리어 시설비와 2~3 년 장기 계약에 따른 공실 부담을 덜어내면서 핵심 타깃 소비층의 반응을 즉각 검증할 수 있다는 실리적인 이점이 작용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단기 임대가 보편화되면서 전통적인 2 년 단위 고정 보증금 및 월세 중심의 임대차 계약 구조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에는 보증금 규모를 높이고 우량 임차인을 유치해 고정적인 월세를 장기간 확보하는 방식이 건물 자산 가치를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표준 기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도심 주요 상권의 건물주들은 장기 공실로 인해 상가 가치가 하락하는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공간 중개 전문 플랫폼이나 팝업 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단기 임차인을 연속 배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 단위나 주 단위로 계산되는 단기 대관료는 일반 월세 환산액 대비 2 배에서 최대 4 배 이상 높게 책정되는 사례가 많아 자산 운용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건물주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상가 시장의 변화에 대해 감정평가사는 "과거에는 잦은 임차인 교체가 건물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인으로 평가받았으나, 지금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콘텐츠 유치 능력이 상가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며 "장기 임대 계약 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과 계약갱신요구권 등으로 인해 임대료 현실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임대인들이 단기 임대나 전대차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임대차 구조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최초 임대차 기간을 포함해 최장 10 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대인들은 한 번 장기 계약을 맺을 경우 주변 시세 상승분을 적시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는 단기 전대차 계약이나 일시사용 임대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팝업스토어 중심의 공간 재편이 상권 생태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단기 대관 수요가 특정 골목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토지와 상가 매매 가격이 동반 급등하고, 이에 연동된 기준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대기업이나 대형 투자 유치 브랜드는 단기 고액 임대료를 마케팅 홍보비 계정으로 처리하며 감당할 수 있지만, 일반 골목 상권에서 오랜 기간 영업을 이어온 생계형 소상공인과 독립 예술가들은 급등한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성수동 카페거리 이면도로에서 5 년간 베이커리를 운영했던 박모 씨(42)는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건물주가 인근 팝업 매장의 주 단위 대관료 수익을 근거로 제시하며 기존 월세의 60 % 인상을 요구했다"며 "한 달 내내 빵을 구워 팔아도 팝업스토어 며칠 치 대관료를 맞추기 어려운 구조여서 결국 권리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인근 비인기 상권으로 매장을 이전했다"고 말했다.

의류 편집숍을 운영해 온 정모 씨(51) 역시 "거리 전체가 매주 간판을 바꾸는 거대한 광고 전시장처럼 변하면서 단골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단순 구경꾼만 늘었다"며 "단기 매장들이 쓰고 버리는 폐기물과 소음, 보행 혼잡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정주 상인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상권 내 임대료 왜곡과 정체성 훼손은 중장기적으로 상권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역 특색을 형성하던 독창적인 골목 점포들이 사라지고 자본력을 앞세운 일회성 판촉 매장들로만 채워지면서 방문객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유행에 따라 단기 매장이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대체할 장기 임차인을 찾지 못해 거리 전체가 일시에 슬럼화되는 상권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자체와 세무 당국 또한 단기 임대차 확산에 따른 행정 및 세원 관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건축법상 상가 건물의 용도 변경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시나 판매 시설로 단기 전용하는 행위, 도로 점용 허가 없는 대기 줄 형성,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 관리 미흡 문제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 절차 없이 단기간 운영되는 매장의 매출 누락 여부와 건물주가 수취하는 전대 임대 소득에 대한 세무 신고 적정성을 둘러싼 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주요 자치구를 중심으로 보행 통로 확보와 불법 옥외광고물 집중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단기 임대차 시장의 확산은 상업용 부동산의 공간 설계 및 자산 평가 방식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금융기관은 상가 담보 대출 심사 시 '장기 우량 임차인의 입주 여부'와 '장기 임대료 흐름의 연속성'을 핵심 지표로 평가했다. 반면 최근에는 공간의 가변적 활용성, 팝업 전문 플랫폼의 운영 역량, 상권 내 집객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대체 평가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건설 및 개발업계에서도 초기 기획 단계부터 1 층과 저층부를 팝업스토어 전용 가변형 모듈 공간으로 설계하고, 상층부는 사무실이나 공유오피스로 구성하는 복합 상업시설 개발 프로젝트를 늘리고 있다.

상가 자산을 운용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법적·재무적 주의가 요구된다.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 계약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일부 규정이 적용 제외될 수 있으므로 계약서 작성 시 원상복구 범위, 화재 및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관리비 정산 방식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단기 대관의 경우 임차인의 잦은 인테리어 철거 및 설치 과정에서 건물 주요 구조부나 설비의 훼손이 발생하기 쉬운 만큼 보증금 예치나 하자 보수 담보 조항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상가 임대차 시장의 다변화 흐름 속에서 공실 문제 해결과 상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투명한 가격 형성을 유도하기 위해 실거래가 정보 공개 항목을 단계적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분기별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통해 소규모 상가와 집합 상가의 권역별 세부 공실률 및 전환율 통계를 정기적으로 집계해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성수동 등 과열 상권을 대상으로 지역 상생구역 지정 검토와 임대인·임차인 간 자율 상생협약 체결을 독려하며 임대료 안정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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