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 연계 캠퍼스 개편 둘러싼 갈등과 상생 해법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거센 파고 속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사업과 맞물려 각 권역의 중심 국립대와 인근 중소 국립대 간의 통폐합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캠퍼스 재배치와 유사 중복 학과 통폐합, 교명 변경을 둘러싸고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반발이 이어지며 진통이 거듭되고 있다. 물리적 결합을 넘어 지역 생태계를 살리는 화학적 융합으로 이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0년 51만 명 수준에서 2026년 현재 40만 명 선이 무너졌으며, 2030년대 초반에는 30만 명 안팎까지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방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 하락은 거점 국립대마저 정원 미달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 기본통계에서도 최근 수년간 비수도권 대학의 입학 자원 감소세와 중도 탈락률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도권으로의 청년 인구 순유출이 매년 수만 명 규모로 지속되는 가운데,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는 개별 대학의 생존 문제를 넘어 지방 소멸을 가속하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5년 동안 학교당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해 왔다. 다수의 국립대가 과감한 혁신안으로 내세운 핵심 카드는 바로 국립대 간 통합이다. 강원권, 경북권, 충청권, 전라권 등 전국 주요 거점 국립대들이 인근 공과대, 교육대, 전문대 등과의 통합을 추진하며 몸집 불리기와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학과 간 벽을 허물고 캠퍼스별 기능을 특성화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각 대학은 통합을 통해 학생 정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한편 첨단 신산업 분야 중심으로 단과대학 체제를 개편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 실행 단계에 접어들며 학내 구성원의 내부 반발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가장 큰 갈등 요인은 교명 선정과 캠퍼스별 특성화 배치, 그리고 졸업장 표기 방식 문제다. 거점 국립대 재학생들은 입학 당시의 수능 합격선과 경쟁률 차이를 거론하며 통합 시 학벌 하향 평준화나 교육의 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흡수 대상이 되는 중소 국립대 학생과 구성원은 일방적인 흡수 통합으로 인한 소외감과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양측 학생회가 공식적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하거나 학생 총투표를 통해 통합 추진 철회를 요구하며 본부 점거 농성을 벌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불거지는 기초학문 소외와 구조조정 갈등도 심각하다. 산업 수요와 직결되는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첨단 융합 분야는 대폭 증원되는 반면 인문학이나 기초자연과학, 예술 계열 등은 통폐합되거나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교수 사회 역시 학과 이동과 연구실 재배치, 연구비 배분 기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소속 단과대학의 이전이나 정원 축소가 예고된 학과의 교수진은 대학 본부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원 정원 배분과 승진 기준의 격차 문제 역시 학내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학교육 정책 연구위원은 거점 국립대 통합이 단기적인 정부 재정 지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교육 경쟁력 강화라는 본질적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위원은 캠퍼스별 기능 분화와 특성화가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오히려 비인기 학과 폐지와 특정 캠퍼스 공동화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생과 교수, 직원 등 학내 구성원 간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제도적 소통 창구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통합 이후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캠퍼스가 위치한 기초자치단체와 인근 상인들의 저항도 거세다. 특정 학과나 단과대학이 다른 지역 캠퍼스로 이전할 경우 대학가 상권 붕괴와 청년 인구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거점 캠퍼스로의 학과 집중 및 단과대 이전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서명 운동과 항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원룸 임대업자와 요식업소, 대중교통 운수업체 등 지역 경제 전반이 대학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캠퍼스 축소는 단순한 교육 시설의 이동을 넘어 도시 생태계의 존폐와 직결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탓이다.
지방 국립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씨(22)는 입학 당시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졸업장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학교 측이 통합 설명회를 열었지만 학생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이나 캠퍼스 분할에 따른 통학 이동 불편 대책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가 인근에서 15년째 원룸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 씨(54)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요 단과대학마저 타 지역으로 옮겨간다면 골목 상권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라고 호소했다. 인근 상인회 소속 이모 씨(48)는 지자체와 대학이 상권 상생 기금을 마련하거나 공공시설 대체 부지 활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전을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지방자치행정 연구위원은 국립대 통합이 지역 균형발전과 맞물려 추진되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 대학이 참여하는 포괄적 협력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위원은 대학 캠퍼스가 빠져나간 유휴 부지에 공공기관을 유치하거나 청년 창업 허브, 복합 문화 시설을 구축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체 방안이 함께 수립되어야 지역사회의 반발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과대 이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분산하고 흡수할 수 있는 지역 활성화 종합 대책이 캠퍼스 통합 계획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으로는 지자체 주도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의 유기적 연계가 거론된다. 거점 국립대가 권역 내 거점 연구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지자체 및 지역 주력 산업체와 손잡고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교육계에서는 통합 국립대가 단순한 정원 감축의 도구가 아니라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안정적인 다년도 재정 지원 체계 확립과 국립대 통합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산업경제 연구위원은 대학 통합이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지역 내 기업들과의 실질적인 산학협력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연구위원은 거점 국립대가 지역 내 전략 산업 분야의 연구개발 거점 기능을 담당하고 지자체가 연구 인프라와 기업 유치를 적극 지원할 때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문 분야의 특성화 계획과 지역 산업 생태계 수요 간의 정합성을 정밀하게 맞추는 사전 조율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현재 추진 중인 국립대 통폐합은 각 대학 본부의 학칙 개정과 구성원 찬반 투표 결과 취합, 교육부의 국립대학 통폐합 심의 심사 절차를 앞두고 있다. 교육부는 통폐합 심의위원회를 통해 학과 개편의 타당성, 교원 및 학생 보호 대책, 재산 및 시설 운용 계획, 지자체 협력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승인된 대학들은 학사 통합 포털 구축, 캠퍼스 리모델링, 교육과정 개편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새로운 통합 국립대로 공식 출범하는 일정표를 밟게 된다. 교육부와 지자체는 통합 국립대에 대한 이행 점검 평가를 연 단위로 실시해 지원금 집행 내역과 약정된 혁신 과제의 완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