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3만 원대 라인업 확대에 가계통신비 지출 이동 지형 변화

이동통신 3사가 3만 원대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잇달아 신설하고 소량 데이터 구간을 촘촘히 쪼갠 지 반년이 넘어서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 이동 지형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해 알뜰폰(MVNO)으로 대거 이동하던 흐름이 완만해지고, 기존 이동통신사의 결합할인과 멤버십 혜택을 유지한 채 중저가 요금제로 갈아타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고물가 속에서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진 가운데 통신 3사와 알뜰폰 업계 간의 번호이동 쟁탈전은 데이터 구간별 실속 경쟁으로 옮겨붙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집계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통신 시장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52만 4800여 건으로 전월 대비 소폭 감소했다. 특히 알뜰폰이 통신 3사로부터 끌어온 순증 가입자 규모는 4만 8000여 명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알뜰폰 순증 규모가 매달 7만~8만 명대를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30% 이상 둔화한 수치다.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선택하는 가입자 수는 여전히 순증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속도는 눈에 띄게 완만해졌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유도 정책에 발맞춰 통신 3사가 순차적으로 내놓은 5G 중저가 요금제가 자리 잡고 있다. 통신 3사는 기존 4만 원대 후반에 형성돼 있던 5G 최저 요금 구간을 3만 원대 초반으로 낮추고, 4 GB(기가바이트)에서 24 GB 사이에 이르는 데이터 소량·중량 구간을 세분화했다. 데이터 제공량을 다 채우지 못했을 때 이월할 수 있는 요금제나 온라인 전용 무약정 요금제 등도 잇따라 도입됐다. 통신 3사가 저가 요금제 구간을 강화하면서 알뜰폰의 최대 강점이었던 가격 경쟁력 격차가 일정 부분 좁혀졌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요금 구간별로 엇갈린다. 데이터를 매달 5 GB 안팎으로 적게 쓰는 고령층이나 청소년층, 혹은 가족 결합할인으로 유무선 통신비를 묶어 둔 가구에서는 통신 3사의 3만 원대 요금제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통신 3사를 유지할 경우 인터넷 결합할인, 가족 간 데이터 공유, 멤버십 할인 혜택 등을 그대로 누릴 수 있어 실제 체감 납부액 차이가 크지 않다는 계산이 작용한 결과다.

직장인 최모 씨(43)는 온 가족이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인터넷TV(IPTV)를 묶어 할인받고 있어 알뜰폰 이동을 망설여왔다. 최 씨는 최근 통신 3사가 내놓은 3만 원대 중반 요금제로 변경하면서 매달 2만 원가량 통신비를 줄였다. 최 씨는 결합할인 혜택을 포기하고 알뜰폰으로 넘어갔을 때 절감되는 금액과 비교해 보았을 때 기존 통신사 안에서 요금제를 낮추는 편이 결합 혜택과 멤버십 활용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데이터 사용량이 월 10~20 GB 안팎인 청년층과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1인 가구에서는 여전히 알뜰폰 선호가 유지되고 있다. 프로모션 기간 제공되는 1만 원대 무제한 요금제나 월 5000원 안팎의 초저가 요금제는 여전히 통신 3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다만 알뜰폰 업계의 '0원 요금제' 등 과도한 출혈 마케팅이 줄어들고 기본료 현실화가 이뤄지면서 단기 체리피커(혜택만 챙기는 소비자)의 잦은 번호이동은 과거보다 진정되는 분위기다.

통신정책 전문 연구위원은 통신 3사의 3만 원대 5G 요금제 출시로 알뜰폰의 독점적 영역이었던 월 3만 원 이하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결합상품에 묶여 있던 가입자 중 통신비 절감을 원하던 층이 통신사를 이탈하지 않고 사내 저가 요금제로 하향 이동하는 다운셀링(하향 구매) 현상이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5G 가입자 비중은 85%를 넘어섰다. 5G 전환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가입자 유치 경쟁은 신규 가입자 확보보다는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방지하고 번호이동을 통해 타사 가입자를 뺏어오는 제로섬 게임 양상을 띤다. 통신 3사는 무선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알뜰폰으로의 가입자 누수를 막기 위해 청년 전용 요금제 혜택 강화, 데이터 자동 이월, 부가서비스 무료 제공 등 다양한 방어책을 쏟아내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통신 3사의 중저가 공세에 맞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금융, 쇼핑, 보안 등 이종 산업과의 제휴 요금제를 확대하고 e심(eSIM·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을 활용한 듀얼 번호 요금제를 강화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 3사 자회사를 제외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마케팅 여력과 고객센터 인프라가 부족해 서비스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알뜰폰 사업 부문 한 관계자는 통신 3사의 요금 인하가 알뜰폰 업계 전반의 가입자 유치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구독 서비스 결합, 제휴 카드 할인 확대, 특화 단말기 결합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도 통신비 지출 흐름의 변화가 감지된다.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가계통신비 지출액은 중저가 요금제 확대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신서비스 이용료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고가 상승으로 인한 단말기 할부금 부담이 여전히 커 전체 가계통신비 인하 체감도를 상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박모 씨(24)는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한 뒤 월 1만 5000원대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박 씨는 통신 3사 요금제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데이터 무제한 옵션을 넣으면 여전히 3만~4만 원대가 넘어 부담스럽다며 학생 입장에서는 1만 원대 중반에 넉넉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알뜰폰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통신 시장의 유통 구조 변화도 번호이동 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급제 단말기를 온라인 몰에서 직접 구매한 뒤 유심(USIM)만 개통해 사용하는 소비자가 보편화하면서 약정에 얽매이지 않고 요금제를 변경하는 이용 행태가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 유통 대리점을 통한 단말기 지원금 중심의 번호이동보다 온라인 다이렉트 요금제나 자급제 기반 번호이동이 시장의 주류로 부상했다.

소비자단체 한 전문가는 통신 3사의 요금제 다변화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데이터 단가 측면에서 소량 구간의 GB당 요금이 대용량 구간보다 여전히 비싸게 책정돼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용자의 실제 데이터 소비 패턴에 맞춘 더 유연한 요금 설계가 지속해서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사들은 하반기에도 데이터 세분화 요금제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부가 혜택을 재조정하고 있다. 5G 전환 수요가 둔화하고 번호이동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ARPU)을 방어하는 동시에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통신 3사와 가성비를 앞세운 알뜰폰 진영의 가입자 유치 경쟁은 데이터 구간별 핀셋 요금제와 제휴 결합 혜택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택약정 할인(25% 요금할인) 제도를 이용하는 가입자의 재약정 비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시지원금을 받는 대신 요금할인을 택한 가입자들은 약정 만료 시점에 맞춰 통신 3사의 저가 5G 요금제로 재약정하거나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 자급제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등 계산기를 두드리는 양상이다.

정부와 규제 당국은 통신 시장의 실질적 경쟁 촉진을 위해 도매대가 인하 협상과 알뜰폰 사업자의 독자적 요금제 설계 능력 강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통신 3사의 5G 중저가 요금제 확대와 알뜰폰의 특화 서비스 경쟁이 맞물리면서 이동통신 시장 번호이동 지형은 단순한 통신사 갈아타기를 넘어 이용자의 실제 사용량과 결합 혜택을 꼼꼼히 따지는 실수요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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