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 파행 (사진= 연합뉴스 제공)

국방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며 8월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가 각 군 사관학교 동문들의 강한 반발 속에 파행으로 흘렀다. 오후 2시 시작해 오후 6시 끝날 때까지 4시간 동안 고성과 욕설이 이어졌고, 국방부 관계자가 돌발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 직전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날 공청회에는 국방부 관계자와 각 군 사관학교 생도·동문 예비역, 일반 참석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이틀 전 같은 건물 옥상에서 육사 출신 60대 남성이 통합 반대를 주장하며 투신 소동을 벌인 바 있어, 국방부는 이날 참석자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는 등 보안검색을 강화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분위기는 험악했다. 자신을 예비역 대령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가 단상에 올라 국방부 측 정책소개를 막아서며 소동을 벌였고, 이를 제지하려는 국방부 관계자를 밀치면서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은 단상에 올라 "사관학교 폐교를 깡패가 일 처리 하듯 하고 있다"며 "장담하건대 이 계획은 끝까지 진행될 수 없다. 예산과 국력만 낭비하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범림 해사 총동창회장도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리겠다는 것인가. 개는 짖기도 하지만 물고 뜯기도 한다"며 "국방부 장관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고 말했다.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통합 정책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사관학교 동문들을 중심으로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일부 참석자는 물을 뿌리는 시늉을 하거나 욕설과 함께 "단상에서 내려와라"고 외쳤고, 김 실장은 "욕하지 마십쇼. 욕하시려면 끝나고 하십쇼"라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가 토론에서 찬성 측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사관학교 교육과정 만족도가 20~30% 수준밖에 안 돼 민간대학과 비교하면 비참한 수준"이라며 "통합 사관학교가 자운대로 내려갈 경우 성적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보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 측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사관생도들과 현역 장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강행하는 통폐합은 개혁이 아니라 파괴"라고 비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노무현 정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윤광웅 전 장관이 "사관학교가 통합되면 핵심 장교단이 한 학교에서 배출돼 오히려 문민통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통합 추진 유예를 요구했고, 이기식 전 병무청장은 "시간에 쫓기듯 완벽하지 않은 계획을 집행하려 한다"며 "생도들만 제도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사 2학년(85기) 생도는 "현행 교육체계가 국군 정체성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다는 객관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육사 1학년(86기) 생도는 "학교 시설이 노후화됐다고 학교를 통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홍철 정책실장은 "학령인구 변화와 군구조 개편, 미래전 양상, 전작권 전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합으로 결론을 냈다"며 "생도 여러분의 피해를 최소화할 정책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국방부는 지난달 16일 육·해·공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는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창설에는 3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유휴 부지 매각대금과 국가 재정지원을 결합한 재원 조달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오는 10월께 국군사관학교 창설 세부 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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