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산시의 한 대학원에 다니던 중국인 여성 유학생 A(25)씨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중국인 남성 정모(30대)씨가 시신을 심하게 훼손한 뒤 여러 지역을 오가며 유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조사 과정에서 지난 20일 새벽 A씨를 살해했다고 범행 일부를 자백했으며, 훼손한 시신을 경산 지역은 물론 경기 등지에도 나눠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가 시신 유기에 자신 소유 승용차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주거지 주변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실제 CCTV에는 검은색 반소매·반바지 차림에 흰색 운동화를 신은 정씨가 범행 다음 날인 지난 21일 오후 2시 20분께 왼손에 검은색 가방을 든 채 주거지 인근 도로를 걷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정씨가 지목한 다수 지역에 인력을 투입해 수색을 벌이는 한편, 경기지역 관할 경찰서에도 시신 발견 시 감식을 요청하는 협조를 구했다. 다만 유기 장소로 지목된 곳 중 쓰레기 소각장이 포함돼 있어 시신 일부가 이미 소각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씨는 연인 관계였던 A씨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상황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휴대전화 포렌식 등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씨는 범행 당일 여성복을 입고 A씨로 변장한 채 택시로 동대구역 인근까지 이동한 뒤 A씨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다음 날 직접 112에 A씨의 위장 실종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계획 범행 여부도 함께 조사하고 있으며, 범행의 잔혹성을 고려해 향후 심리분석관을 투입해 정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씨 주거지에서는 여러 벌의 여성복이 발견돼 경찰이 보관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며, 정씨는 과거 다른 범행 전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전날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27일 오전 대구지법에서 열리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구속될 경우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방학 동안 중국의 가족과 지내다 지난 14일 학위수여식 참석을 위해 재입국했으나, 학위수여식이 열린 20일부터 가족·지인과 연락이 끊겼고 지난 25일 오후 경산시 하양읍의 정씨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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