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유학생 살해 강사, 여장하고 도주 (사진= 연합뉴스 제공)

경북 경산경찰서는 26일 오전 9시께 중국인 유학생 A(25)씨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붙잡힌 대학 강사 정모(30대)씨를 대면 조사하려 했으나, 정씨가 사선 변호사 없이는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정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고 있어, 경찰은 그의 범행 이후 행적을 중심으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지난 20일 오전 2시께 경산시 하양읍에서 A씨와 함께 자신의 주거지로 들어갔다가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께 홀로 빠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여성복을 입고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모습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그는 동대구역까지 택시로 이동했는데, 택시기사는 옷차림 때문에 정씨를 여성 승객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역 인근에서 피해자 휴대전화 전원을 끈 뒤 동대구역 여자 장애인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자신의 주거지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정씨가 신원 노출을 피하기 위해 여장을 하고, 이후 피해자 시신 일부를 훼손해 유기한 정황도 확인해 인근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시신 수색을 벌이고 있다. 정씨는 범행 다음 날인 21일 오후 7시 5분께 경찰에 "대구에 간 피해자가 실종됐다"고 태연하게 신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기관 추적에 혼선을 준 이 행위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정씨는 전날 오후 7시 29분께 경산 하양읍 노상에서 체포된 뒤 현장검증을 거쳐 같은 날 오후 11시 50분께 경산경찰서로 호송됐다. 경찰서로 들어가며 취재진이 범행 동기를 묻자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정씨에 대한 조사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씨는 중국 국적 대학 강사로 A씨가 다니던 대학에서 지난 1학기 전공 수업 2개 과목을 맡았고 2학기에도 2개 과목 강의를 맡을 예정이었다. 지역 중국인 유학생 모임에서는 정씨가 평소 학생들과 친하게 지냈고 A씨와도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글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중국에서 이미 취업한 상태로 수료 관련 증서를 받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변을 당했으며, 애초 23일 중국으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A씨가 다닌 대학원 관계자는 "피의자는 피해자와 같은 중국 국적이어서 피해자에게 낯선 사람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경찰 관계자는 "정씨와 A씨가 서로 알고 지낸 지인 사이였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의 구체적인 관계와 범행 동기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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