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의 소유자가 바뀐 뒤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소송 상대를 누구로 정할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계약서에 적힌 옛 집주인만 상대로 삼거나 새 집주인에게 곧바로 책임을 묻는 방식은 모두 위험할 수 있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췄는지, 그리고 임대인 지위가 실제로 승계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4일 “집주인이 바뀌면 보증금 반환채무를 누가 부담하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처음 보증금을 받은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지 말고, 대항력과 소유권 이전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금반환소송은 겉으로 보이는 계약 당사자보다 권리관계의 흐름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무에서는 등기부와 전입 시점, 계약 종료 과정이 맞물려 판단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정리가 소송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세입자 A씨가 집주인 B씨와 전세계약을 맺고 주택을 인도받은 뒤 전입신고까지 마쳐 대항력을 갖춘 상태에서, 해당 주택이 C씨에게 매매됐다고 하자. 이후 계약이 끝났지만 B씨는 이미 집을 팔았다고 하고, C씨는 A씨에게 보증금을 직접 받은 적이 없다며 반환을 미룰 수 있다. 이때는 돈을 누가 받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임대인 지위가 누구에게 넘어갔는지를 따져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대항력이 있는 임대차라면 소유권이 이전되는 순간 새 집주인이 계약상 권리와 의무를 넘겨받고, 보증금 반환채무도 함께 이전되는 것이 원칙이다. 반대로 이런 승계가 인정되면 옛 집주인은 원칙적으로 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대항력은 새로운 소유자 같은 제3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이다. 같은 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효력이 생긴다. 단순히 계약서에 서명했거나 보증금을 보냈다는 사정만으로는 대항력이 생기지 않는다. 확정일자와도 구별해야 한다.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과 연결되지만, 대항력은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이 핵심 요건이다.
계약이 끝난 뒤 집이 팔린 경우에도 쟁점은 이어진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은 임대차기간이 끝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 대법원도 2001다64615 판결에서 대항력 있는 임대차가 종료된 뒤 주택이 양도돼도 임대인 지위와 보증금 반환채무가 승계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임차인이 양도 사실을 안 뒤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자동 정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전세금반환소송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이름만 보고 상대방을 정해서는 안 된다. 주택을 인도받은 시점과 전입 시점, 소유권이 넘어간 날짜, 임차인의 이의 제기 여부를 시간순으로 맞춰봐야 한다. 집주인이 바뀐 전셋집에서는 권리관계가 겹쳐 보이기 쉬운 만큼, 초기 사실관계를 얼마나 정확히 정리하느냐가 분쟁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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