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에 도착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사진= 연합뉴스 제공)

대선 패배 뒤 사흘도 지나지 않아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브라질 상원의원이 법원의 출국 금지 조처를 피해 미국 마이애미로 향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자금 세탁 및 부패 수사와 관련해 그가 소지한 여권을 취소하고 출국을 금지했지만, 보우소나루는 이탈리아 여권을 들고 육로로 아르헨티나에 들어간 뒤 에콰도르를 거쳐 미국에 도착했다. 아내와 두 딸도 함께 이동했다. 출국 사실은 소속 정당인 자유당 지도부와 측근들에게도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노동자당은 예방적 구속영장 발부와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 등재를 요청했다. 자금 세탁과 불법 정치자금 모금 의혹 등 여러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행이 알려지면서 브라질 정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권 취소·출국 금지에도 국경 넘어 마이애미 도착

보우소나루의 미국행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자금 세탁과 부패 수사와 관련해 보우소나루가 소지한 여권을 취소하고 출국 금지 조처를 내렸다. 그러나 그는 이탈리아 여권을 이용해 육로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었다. 아르헨티나 이민국 기록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아내와 두 딸을 동반해 27일 밤 미시오네스주의 국경 다리를 건넜다. 이후 아르헨티나에서 전세기를 타고 에콰도르 과야킬을 경유해 28일 오전 미국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대선 패배 뒤 3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소속 정당 자유당의 지도부와 가까운 측근들도 출국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 언론 보도를 접하고서야 그의 미국행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캠프 총괄 조율사였던 호제리우 마리뉴 상원의원은 “당과 어떠한 사전 교감도 없었으며, 그로부터 '오늘 하루 시간을 좀 가지겠다'는 문자메시지만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의 미국행은 당 내부와 야당에도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해 원내 주요 세력으로 부상한 자유당 등 야당은 대선 주자의 돌발 행동으로 정국 초반부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브라질 정계에서는 그의 출국을 둘러싸고 여권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당혹감과 혼란이 이어졌다.

룰라 비판에 노동자당, 구속영장·인터폴 수배 요청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보우소나루의 출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은 “방금 선거에서 진 시민이 자기 나라를 두고 도망칠 때 그의 양심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묻고 싶다”며 “비밀리에 이 나라를 떠난 시민은 뭔가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과거 대선에서 거듭 낙선하고 정치적 압박을 받았을 때도 여권을 제출한 채 브라질에 남아 조사를 받았던 일을 언급했다. 이어 이번 미국행에 대해 “보우소나루 일가에게 브라질은 두 번째 조국이며 첫 번째는 미국임을 상기시킨다”고 비판했다.

집권 노동자당은 연방대법원에 보우소나루에 대한 예방적 구속영장 발부와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 등재를 공식 요청했다. 원문에 따르면 보우소나루의 상원의원 임기는 내년 2월 끝난다. 임기가 종료되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도 사라지며, 이를 앞두고 사법 당국이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보우소나루가 미국으로 간 상황에서 영장 집행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보도됐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플라비우의 동생인 에두아르도 전 하원의원도 앞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뒤 미국으로 망명길에 오른 바 있다. 이 때문에 보우소나루 일가의 미국행은 브라질 내 사법 대응과 정치적 논란을 함께 불러왔다.

온라인 도박 자금 세탁·쿠데타 자금 모금 의혹

브라질 사법 당국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온라인 도박 사기 조직과 연계해 10억 달러 이상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 브라질 변호사와 결탁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금액은 약 1조3500억원으로 제시됐다. 그는 2022년 대선 패배 뒤 쿠데타를 시도한 혐의로 복역 중인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 자금을 모금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자금 제공자로 지목된 인물은 대형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섰다가 몰락한 은행가다. 이와 별도로 대선 캠프 운영 과정에서 외국인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원문은 보우소나루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취임 전 발생한 혐의에 대해 재임 기간 책임을 면할 수 있었으나, 패배하면서 사법 리스크가 당면 문제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는 마이애미에 도착한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나는 선출된 대통령이고, 브라질의 선거를 훔친 범죄자들은 폭정을 확립한 범죄 조직의 일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부정선거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행을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사법부가 여권 압수에 이어 전자발찌 착용과 가택 연금, 유죄 판결로 이어지는 조처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브라질에서 도망친 것이 아니다. 브라질을 떠났지만 브라질 국민을 저버린 건 아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입국 허용 방침에 브라질 외교 마찰 우려

보우소나루는 해외에서 자신을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표현한 성명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자 해당 문서를 삭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 대선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에는 엑스(X)에 자신을 ‘브라질 지도자’라고 칭하는 새 문서를 올렸다. 그는 앞으로 해외에서 투쟁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미국 정부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와 가족에게 비자를 발급해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으로 원문은 전했다. 반면 브라질 정부는 이를 자국 주권에 대한 도전이자 중대 범죄 혐의를 받는 인물에 대한 부당한 비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양국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브라질 내정 간섭 문제로 이미 긴장이 이어져 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사법 리스크를 안은 보우소나루의 입국을 허용하면서 브라질과 미국의 외교 마찰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브라질 정부가 보우소나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미국에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상파울루대에서 형법을 가르치는 마우리시오 스테게만 디터 교수는 보우소나루가 여권 압수 명령의 근거가 된 출국 금지 조항을 위반했으며, 최종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도 범죄인 인도 요청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노동자당은 연방대법원에 예방적 구속영장 발부와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보우소나루의 상원의원 임기는 내년 2월 종료될 예정이며, 브라질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 여부와 미국의 대응은 향후 양국 간 쟁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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