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트레이더들 (사진= 연합뉴스 제공)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3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에 못 미치고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현금 유출이 커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알파벳 주가는 12.64% 급락했고,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000억달러가 줄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38% 하락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보다 낙폭이 컸다. 반면 제약주와 중소형주는 상승해 지수와 업종별로 엇갈린 흐름을 나타냈다.

알파벳 12.64% 급락…기술주 중심으로 낙폭 확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32.54포인트(0.25%) 내린 52,342.5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23.59포인트(0.30%) 하락한 7,720.39, 나스닥지수는 365.13포인트(1.38%) 내린 26,184.72에 각각 마감했다. 나스닥은 기술주 약세의 영향을 받아 세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수등락마감
다우존스30-132.54포인트, -0.25%52,342.56포인트
S&P500-23.59포인트, -0.30%7,720.39포인트
나스닥 종합-365.13포인트, -1.38%26,184.72포인트
알파벳 12.64% 급락…기술주 중심으로 낙폭 확대 (자료: 연합뉴스)
알파벳 12.64% 급락…기술주 중심으로 낙폭 확대 (자료: 연합뉴스)

하락을 이끈 알파벳은 전날 장 마감 뒤 공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실적 세부 수치에 따르면 매출은 1275억8000만달러였고, 주당순이익은 2.12달러로 시장 예상치 3.02달러에 못 미쳤다. 잉여현금흐름은 90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AI 관련 투자로 현금 소진 속도가 가팔라진 점도 부각됐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의 3분기 설비투자는 513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실적 공개 뒤 알파벳 주가는 12.64%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5000억달러 감소했다.

AI 인프라·소프트웨어 종목까지 매도 확산

알파벳 실적 이후 AI 투자와 관련된 현금흐름 및 수익성 우려가 기술주 전반으로 번졌다. 사이버 보안기업 포티넷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서비스나우는 실적 발표 뒤 각각 20% 넘게 하락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업체 코어위브와 네비우스도 약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 호조에도 주가가 소폭 내렸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별로 주가 흐름이 달랐고, 투자자들은 매출 증가뿐 아니라 투자에 투입된 자금이 현금흐름과 수익으로 이어지는지 살폈다.

반도체주도 동반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42% 떨어져 4거래일 연속 상승을 끝냈다. 마이크론은 4.98%, AMD는 2.08%,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1.58% 내렸다. 브로드컴은 1.94%, 엔비디아는 0.80%, 인텔은 3.62% 하락했다. 데이터센터 광학 부품사 인수 협상 보도가 나온 마벨 테크놀로지도 13% 넘게 급락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연관된 기업들의 주가가 함께 밀리면서 기술주 지수의 낙폭이 커졌다.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도 9.3% 하락했다. 3분기 전체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건설장비 부문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주가에 반영됐다. 캐터필러의 하락률은 2020년 3월 이후 가장 컸다. 시장에서는 알파벳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실적을 둘러싸고도 사업 부문별 성과와 투자 대비 수익을 구분해 주가에 반영했다. 기술주와 산업주가 함께 하락한 가운데, 업종별로는 제약주와 중소형주가 오르는 흐름이 나타났다.

제약주·중소형주 상승…업종별로 다른 흐름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체중감량 치료제의 글로벌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연간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주가는 6.63% 올랐다. 머크는 항암제 키트루다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의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호실적을 발표했고, 주가는 3.83% 상승했다. 포드도 3분기 매출 호조에 힘입어 12.4% 올랐다.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날에도 기업별 실적과 사업 전망에 따라 주가 방향은 엇갈렸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1.01% 상승했다. 대형 기술주 하락과 달리 중소형주가 오른 흐름은 시장 내 자금 이동과 함께 나타났다. 베어드의 투자 전략 분석가 로스 메이필드는 “오늘처럼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한 날, 소형주가 오히려 선전한다는 점은 시장이 AI 관련 흐름에서 나타난 균열을 시장 전반의 문제로 해석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하락했지만, 러셀2000과 제약주 상승이 함께 나타나 지수·종목별 차이를 보였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기업들의 주가 하락은 기술주에 국한되지 않았다. 캐터필러처럼 전체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더라도 특정 사업 부문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면 주가가 하락한 사례가 나왔다. 반면 일라이 릴리와 머크는 각각 치료제 판매와 주요 의약품 실적을 바탕으로 상승했다. 이날 종목별 움직임은 알파벳 실적에서 촉발된 매도와 각 기업의 실적·전망에 따른 매수세가 동시에 나타났음을 반영했다.

GDP 성장률은 예상 웃돌고 물가 압력은 확대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성장과 물가에서 엇갈린 신호를 냈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는 연율 3.4%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를 웃돈 수치다.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상승 폭은 전달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세가 탄탄하다는 지표와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진다는 지표가 같은 날 확인됐다.

연준은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연 3.75~4.00%로 유지됐다. 연준은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추가 정책 결정을 앞두고 더 많은 경제지표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3분기 GDP 속보치와 PCE 물가지수 발표는 금리 경로를 살피는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원문 기준으로 PCE 물가지수 상승 폭은 전월보다 커졌지만, 발표된 자료에는 해당 상승률의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날 증시에서는 알파벳의 실적 부진과 AI 투자에 따른 현금 소진 확대가 기술주 매도와 함께 나타났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하락했지만, 나스닥의 하락률이 더 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상승 흐름을 멈췄다. 동시에 일라이 릴리와 머크, 러셀2000지수는 상승했다. 미국 3분기 GDP 증가율은 예상치를 웃돌았고 PCE 물가지수 상승 폭은 확대됐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과 이날 발표된 성장·물가 지표가 함께 시장의 금리 판단 재료로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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