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8월 9일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원식'에서 "일본이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고 나가사키를 마지막 피폭지로 한다는 다짐 아래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향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추도식에서 사용한 표현을 이날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으로 사실상 일본의 국시로 간주돼 왔다. 다카이치 총리가 쓴 '견지하고 있고'라는 표현은 이전 총리들이 같은 기념식에서 사용해온 '견지하면서'라는 표현과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야당 등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앞선 총리들의 표현이 원칙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미래 지향적 의지를 담은 반면, 다카이치 총리의 표현은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다. 교도통신은 비핵 3원칙 재검토를 지론으로 삼아온 다카이치 총리의 의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2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재임 당시 비핵 3원칙 중 '반입하지 않는다' 원칙과 관련해 "유사시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며 핵을 탑재한 미국 함정의 기항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추도식 후 기자회견에서 11월 열리는 핵무기금지조약(TPNW) 재검토 회의에 옵저버로 참석할지를 묻는 질문에 "일본의 안보 확보와 핵군축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무엇이 진정으로 효과적인지라는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해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조약"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해서는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이 모두 참여하는 NPT 체제 아래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시 시장은 이날 추도식에서 핵무기는 절대악이라며 일본 정부가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안보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최근 국제사회에서 핵전쟁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추도식에는 1945년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시각인 오전 11시 2분에 맞춰 묵념이 거행됐으며, 98개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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