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국무원 총리를 지낸 주룽지 전 총리가 8월 12일 오전 11시 6분 베이징에서 병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이날 신화통신을 통해 부고를 발표했다.
1928년 10월 후난성 창사에서 태어난 주 전 총리는 칭화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상하이 시장과 당서기, 국무원 부총리, 중국인민은행장을 거쳐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원 총리로 재임했다. 재임 기간 중국은 계획경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시기를 지났고, 그는 국영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권 부실채권 정리, 부정부패 척결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해 '주펑즈'(朱瘋子·미치광이 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국유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백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하자 주 전 총리는 실업보험과 도시주민 최저생활보장제도를 정비하고 재취업 정책을 병행해 충격을 줄이는 데 힘썼다. 주택 매매 시장화와 경제적용주택 중심의 다층적 주택공급 체계 구축, 중앙·지방 세원을 나누는 재정체제 도입, 상업은행·외환제도·증권선물시장 개혁도 그의 재임 중 이뤄졌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에는 위안화 가치 절하 없이 수출 확대와 외자 유치로 대응했다.
중국은 주 전 총리 재임기인 2001년 WTO에 정식 가입했다. 중국 당국은 부고에서 그가 '어려운 협상'을 주도해 대외개방을 폭과 깊이 양면에서 확대했다고 평가하며 그를 "걸출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이자 정치가, 당과 국가의 탁월한 지도자"라고 밝혔다. 2003년 퇴임 후에는 공개 발언을 자제하며 은퇴 생활을 이어갔다.
외신들은 그가 유창한 영어와 유머 감각으로 외국 지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그가 공개석상에서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하고 자신을 소재로 농담을 건네며 경직된 중국 지도부 이미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전했고, 블룸버그는 그의 유창한 영어 실력과 유머 감각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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