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속명 한기중·세수 76세)이 22일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서 물에 떠 있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 선불당에 마련된 빈소에는 불교계 관계자와 봉은사 신자, 일반 시민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스님은 몇 년 전부터 제주도에서 프리다이빙 훈련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발견 당시 마스크와 스노클, 다이빙수트, 핀 등을 착용한 상태였다. 사고 수습을 맡았던 유발상좌 유병문 씨는 "가까운 해안에서 발견되신 것으로 봐서 깊은 바다에서 다이빙하시지 않고 바다 수영을 하시다 심정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명진스님은 1969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베트남전 참전 후인 1974년 법주사에서 탄성스님을 은사로 다시 출가했다. 1985년 해인사에 숨어든 수배 경북대생들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 비디오를 접한 것을 계기로 사회 참여를 시작했고, 1980년에는 신군부의 불교계 탄압인 10·27 법난 규탄대회를 주도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과 봉은사 주지 등을 지냈고,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 민족문제연구소 이사, 6·15공동선언 남측준비위 공동대표,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장 등도 맡았다.
입적 소식이 전해지자 애도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불교계의 큰 어른을 떠나보내게 된 슬픔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눈다"고 적었다. 전국시국회의는 논평을 통해 "명진스님은 평생 수행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 불교계 개혁을 위해 앞장섰고 권력과 기득권의 부당함에 맞서 거침없이 목소리를 냈다"며 "정의와 양심의 정신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이 공동 후원회장을 맡았던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고 백기완 선생과는 70∼80년대 민주화운동부터 각별한 사이였다"며 고인의 행보를 기렸고, 조계종 선명상 위원장 금강스님은 "무산소 바다 20m를 말씀하시더니 기어코 바다에서 입적하셨다"고 애도했다.
장례는 종교계와 시민사회, 문화예술계, 정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장례위원회 주도로 종교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오는 25일 오전 10시 영결식이 엄수되며, 스님의 출가 본사인 법주사에서 다비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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