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 (사진= 연합뉴스 제공)

정부와 한국전력은 8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공청회를 열고 '산업용 지역 요금제' 안을 공개했다. 안에 따르면 전국은 11개 지역으로 나뉘어 산업용 전기요금이 차등 적용되며, 4개 대권역 중 남부권(영·호남)은 2025년 기준 평균 1kWh당 181.9원이었던 요금이 13∼18원 내려 최대 10% 인하된다. 반면 전력수요가 몰린 한강 이남 수도권(수도권 남부)은 요금이 사실상 인하되지 않는다. 정부는 비수도권의 저렴한 전기요금을 통해 기업 유치와 수요 분산을 유도한다는 구상이지만, 차등 폭이 기업 이전을 이끌어낼 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이유수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전기요금만으로 이전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기반시설, 세제 혜택, 고용관계,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요금이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 신호로 역할을 하려면 공급 비용 외에 다른 요인은 고려돼선 안 되는데, 균형발전까지 고려해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면 시장이 상당히 왜곡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대한상공회의소 그린에너지센터장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이미 지방에 자리한 업종은 즉각적인 원가 경쟁력 개선을,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등 신규 투자를 고려하는 업종은 입지 결정에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전기요금이 싸더라도 의료와 교통 등 정주 여건이 부족하면 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업용 지역 요금제 도입으로 한전의 요금 수입이 2조8천억∼3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제도로 지난해 51조원이었던 한전의 산업용 전기 판매 수익이 7%인 약 3조5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 정도 수익 감소를 상쇄하려면 비수도권 전력도매가격(SMP)이 6% 하락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한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력도매가격도 지역별로 달리 적용하기로 했으나, 이는 재생에너지 확산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은 전기 도매가격에 지역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다 지난해 철회했는데, 제도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재생에너지 사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가 있었다.

시군구 간에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달라지면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요금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생기는 등 지역 갈등 요소도 남아 있다. 특히 요금 차등의 주요 지표로 쓰이는 전력 자급률이 실제 송전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의의 행정적 통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전국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해 할인하는 방식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영남과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중부 전기요금이 수도권보다 낮아 전력 다소비 업종이 더 많이 모이는 결과를 낼 것"이라며 "기존 전원 구성을 고착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를 시행하고 재정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소매가격이 낮아진 상황이라 한전 적자 문제는 악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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