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병원 안내 체계 점검해보니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갑작스러운 통증이나 사고에 대비해 문 여는 병원을 미리 확인해두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응급실 대란 우려 속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연휴 기간 당직 병원과 약국 운영 정보를 사전 공지하는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안내 정보를 제때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응급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응급실 운영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비상진료체계를 연휴 전후로 가동한다고 밝혔다.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 정보는 응급의료포털과 129 보건복지상담센터, 119 구급상황관리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인근 지역 당직 의료기관 위치와 진료 가능 시간을 검색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에는 하루 평균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 수를 평상시보다 대폭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응급실 과밀화가 우려되는 연휴 중반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병상 가동 현황을 매일 집계해 공개하기로 했다. 소방청도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인력을 평소보다 늘려 배치해 상담 전화가 몰릴 때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 접근 체계가 세대별,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온라인 검색 대신 전화 문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명절 연휴에는 상담 전화가 몰리면서 연결이 지연되는 일이 잦다.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당직 의료기관 수 자체가 적어 이동 거리가 길어지는 것도 반복되는 애로 사항으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농어촌 지역 주민이 응급의료기관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도시 지역보다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처럼 당직 의료기관 수가 제한적인 시기에는 이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매년 명절마다 지역 간 의료 접근성 차이가 응급 대응 시간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연휴 동안 한 지역응급의료센터에는 평소보다 두 배 가까운 환자가 몰리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응급실 전문의는 "명절 연휴에는 경증 환자와 중증 응급환자가 뒤섞여 몰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응급 처치가 시급한 환자의 진료가 늦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열이나 가벼운 복통 등은 당직 병·의원이나 약국을 먼저 찾는 것이 전체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전문의는 "연휴 첫날과 마지막 날에 환자가 특히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 시기에는 대기 시간이 평소보다 서너 배 늘어날 수 있어 미리 인근 당직 병원을 확인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소아나 고령 환자는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경미해 보이더라도 상담을 통해 진료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제 이용 계획을 세우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 씨(41)는 "매년 연휴마다 어느 병원이 문을 여는지 몰라 인터넷을 뒤지다가 결국 못 찾고 응급실로 향한 적이 있다"며 "안내 체계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작 급할 때는 검색할 여유조차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에 사는 박모 씨(58)는 "동네 보건소에서 미리 안내 문자를 보내줘서 도움이 됐다"며 "지역마다 안내 방식 차이가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인 이모 씨(34)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느끼는 불안을 전했다. 그는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오르면 당장 어느 소아과나 응급실이 문을 여는지부터 찾아야 하는데, 연휴에는 그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지자체에서 문자로 미리 알려주면 훨씬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도 온도차가 있다.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연휴 시작 전 문자메시지나 지역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당직 병원 목록을 일괄 발송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 고지 체계를 갖추지 못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응급의료포털이나 119에 문의해야 하는 부담이 여전하다. 의료 접근성의 지역 격차가 명절 응급 대응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장이나 통장을 통한 대면 안내, 마을 방송을 활용한 구두 전달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러한 아날로그 방식의 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한 지자체는 온라인 공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정보 전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응급의학 관련 학회 관계자는 "연휴 기간 응급실 이용 전 전화로 진료 가능 여부와 대기 상황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문의하면 증상에 맞는 병원을 안내받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조언했다. 다만 흉통이나 호흡곤란, 의식 저하 등 명백한 응급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즉시 119에 신고해 가까운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연휴 기간에도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 수를 평상시 대비 확대 운영하도록 각 지자체와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응급실 과밀화를 막기 위해 경증 환자는 당직 병·의원을 우선 이용하도록 안내하는 홍보도 병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홍보를 위해 지상파와 라디오, 지자체 누리집 등 다양한 채널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명절 응급의료 공백 문제가 매년 반복되는 만큼 안내 체계를 일회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상시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고령층과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오프라인 안내 강화, 지역 간 의료 자원 격차 해소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연휴를 앞두고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당직 병원 정보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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