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데우면 영양 줄고 식중독 위험 커져 보관법이 관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냉장고 문을 열면 전과 나물, 갈비찜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집이 적지 않다. 사흘 내내 상에 올랐던 음식을 며칠에 걸쳐 데우고 또 데워 먹는 경우가 흔하지만, 반복되는 재가열이 영양 손실과 식중독 위험을 동시에 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에 부치거나 오래 조려 만드는 조리법 특성상 실온에 오래 노출되기 쉽다. 차례상을 차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사이 음식이 몇 시간씩 상 위에 놓여 있는 일이 흔하고, 명절 특성상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다 보니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경우도 많다. 전이나 잡채처럼 여러 재료가 섞인 음식은 수분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특히 손으로 직접 무치는 나물 반찬이나 육류가 들어간 찜 요리는 조리 후 상온에 2시간 이상 방치되면 식중독균이 증식할 조건이 갖춰진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명절 연휴 직후인 9월과 10월에는 살모넬라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에 의한 식중독 신고가 평소보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명절 음식 특유의 조리 방식과 보관 습관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렇게 상온에 오래 노출된 음식을 재가열한다고 해서 세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조리 온도에서는 세균이 죽더라도 일부 균이 만들어낸 독소는 열에 강해 재가열로도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황색포도상구균이 만드는 독소는 100도 이상 끓여도 잘 파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겉보기에 멀쩡하고 냄새가 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영양학적으로도 반복 가열은 손실이 크다. 비타민C나 비타민B군처럼 열에 약한 수용성 비타민은 가열 횟수가 늘수록 파괴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나물류에 많은 엽산과 비타민C는 첫 조리 단계에서 이미 상당량이 줄어드는데, 이후 재가열까지 반복되면 남은 영양소마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이 채소류 조리 과정별 영양소 변화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데치거나 볶는 조리 후 다시 가열하는 경우 비타민C 손실률이 최초 조리 단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에 부친 전류는 반복 가열 과정에서 기름이 산패돼 트랜스지방 유사 물질이 생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명절 음식은 대개 식용유를 여러 번 재사용해 부치는 경우가 많아 산패가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다시 데우게 되면 산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산패한 기름은 특유의 냄새나 색 변화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초기에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한 영양학 전문가는 "명절 음식은 애초에 조리 과정에서 영양 손실이 큰 편인데 여기에 재가열까지 반복하면 남은 영양가는 처음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기름을 많이 쓰는 전 종류는 재가열할 때 온도를 너무 높이면 산화가 빨라지므로 낮은 온도에서 짧게 데우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나물 반찬은 재가열보다 상온에서 자연스럽게 식은 정도로만 데워 먹는 것이 영양소 파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안전한 재가열을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을 지켜야 한다. 우선 조리 후 남은 음식은 상온에 2시간 이상 두지 않고 바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냉장고 내부 온도는 5도 이하를 유지해야 하며, 얼려 보관할 경우 영하 18도 이하에서 관리해야 세균 증식을 막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명절 연휴 기간 냉장고 내부에 음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음식을 소분해 냉기가 골고루 닿도록 보관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재가열할 때는 음식 중심부까지 충분히 뜨거워지도록 데우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레인지로 데울 경우 중간에 한 번 뒤집거나 저어서 고르게 열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전자레인지는 음식 표면과 내부의 온도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가 많아, 겉만 뜨겁고 속은 차가운 상태로 먹으면 세균 제거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물 요리나 찜 종류는 끓어오를 정도로 데우는 것이 안전 기준에 가깝다.

다만 재가열은 가급적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며, 여러 차례 데우고 식히기를 반복하면 그때마다 세균이 번식할 기회를 주는 셈이 된다. 데우고 남은 음식을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가 또 꺼내 데우는 과정을 반복하는 경우, 매번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쌓여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식품안전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보관 기간도 무한정 늘릴 수 없다. 나물이나 전처럼 수분이 많은 반찬은 냉장 보관 시 2~3일 안에 먹는 것이 권장되고, 갈비찜이나 잡채처럼 양념이 진한 음식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식품안전 분야의 일반적인 권고다. 냉동 보관한 경우에도 해동과 재냉동을 반복하면 식감과 안전성이 동시에 떨어지므로 한 번 해동한 음식은 그날 안에 소진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명절 이후 장염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는 매년 반복된다. 서울에 사는 김모 씨(45)는 지난 추석 연휴 이후 사흘째 데워 먹은 잡채를 먹고 복통과 설사로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냄새도 안 나고 색도 멀쩡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배탈이 심하게 났다"며 "이후로는 남은 음식을 며칠씩 두고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 씨(52)도 "명절 지나고 나면 온 가족이 며칠씩 같은 반찬을 나눠 먹는데, 부모님 세대는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소분해서 냉동해 두고 조금씩 꺼내 먹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절 음식을 나눠 소분해 보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한 번에 먹을 분량만큼 나눠 냉동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한 번만 데워 먹을 수 있어 반복 가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물 요리는 식힌 뒤 위에 뜬 기름막을 걷어내고 보관하면 산패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밀폐용기에 담을 때는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가득 채우기보다 여유 공간을 두고 뚜껑을 확실히 닫는 것이 좋다는 설명도 나온다.

의심스러운 냄새나 색 변화, 표면의 끈적임이 느껴지면 재가열 여부와 관계없이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소화기가 약하거나 고령인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특히 보관 기간을 짧게 잡는 것이 권장된다. 영유아나 임산부가 있는 가정에서도 명절 음식 보관 기간을 하루 이틀 더 짧게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자가 판단으로 대처하기보다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

명절 연휴가 끝난 뒤 냉장고 정리는 매년 되풀이되는 숙제다. 남은 음식을 아깝다는 이유로 오래 두고 먹기보다, 보관 기간과 재가열 횟수를 기준으로 삼아 관리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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