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유엔서 적국조항 삭제 요구 (사진= 연합뉴스 제공)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9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적국조항의 조속한 삭제를 촉구했다. 일본이 유엔 활동에 기여해 온 데 대한 긍지와 명예를 내세운 발언이었다.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해당 조항을 언급한 것은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이후 처음이다.

적국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적국이었던 일본·독일 등 옛 추축국을 다룬 유엔헌장 규정이다. 일본 정부는 해당 조항이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는 뜻으로 ‘구 적국조항’이라고 부르며, 외무성도 사문화됐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 때문에 도쿄신문은 삭제 요구가 기존 정부 설명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발언의 의도와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9월 29일 기자회견에서 1995년 유엔총회가 적국조항의 사문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채택했고 중국도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 정상의 합의로 유엔헌장에서 적국 관련 언급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성과 문서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장 개정은 전후 몇 차례에 그쳤고, 일본은 안보리 개혁과 함께 조항 삭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삭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나왔다. 유엔 홍보관을 지낸 우에키 야스히로 조치대 교수는 1993년 시작된 헌장 개정 논의에서 상임이사국 확대와 거부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적국조항만 개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국내에서 강경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 유엔 외교를 활용했다는 분석을 전했으며, 정치 저널리스트 아즈미 아키코는 국회 휴회 중 발언으로 내각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5년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뒤 중국이 적국조항을 거론하자 일본 외무성이 해당 조항은 사문화됐다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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