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법개정 앞두고 정부·여당 세율 조정 검토 팩트체크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세법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종부세 과세 체계 전반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이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법안 형태로 확정된 내용은 없고, 부처 간 협의와 당정 조율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주택·토지를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국세다.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 원, 다주택자는 합산 공시가격 9억 원을 넘는 경우 과세 대상이 된다. 2022~2023년 세제 개편을 거치며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완화되고 기본공제 금액이 상향된 바 있는데, 이번 재논의는 그 이후 다시 세율 체계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논의의 핵심은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누진세율 구간을 재조정하고,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과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데 있다. 현재는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한해 중과세율이 적용되는데, 이 기준을 지역별 공시가격 수준에 맞춰 손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세율 구간을 현행 0.5%에서 5%까지 벌어져 있는 누진 체계를 좀 더 촘촘하게 나눠 고가 주택과 중저가 주택 간 세부담 격차를 줄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율 조정 폭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단순히 세율을 높이거나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과세 기준을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본다. 한 세무사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매년 조정되면서 실제 시세와 세부담 사이의 괴리가 커진 지역이 많다"며 "종부세 개편은 세율 자체보다 과세표준 산정 방식 변화가 실질적인 체감 세부담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자라도 보유 지역과 공시가격 수준에 따라 세부담 변화 폭이 크게 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세무사는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함께 손질될 가능성이 있어 단순히 세율표만 보고 세부담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부담 변화가 예상되는 계층은 균일하지 않다. 서울 강남권과 일부 수도권 신도시에 주택 2채를 보유한 경우, 공시가격 상승과 중과 기준 조정이 맞물리면 세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에 다주택을 보유한 경우는 공시가격 자체가 낮아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거나 세부담 변화가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 증세'라는 단순 프레임으로 이번 논의를 읽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공시가격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같은 2주택자라도 지역에 따라 세액 차이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실수요자와 투자자 간 셈법이 갈리는 분위기다. 서울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김모 씨(52)는 "작년까지만 해도 종부세 부담이 줄어드는 추세라 안심했는데, 다시 개편 얘기가 나오니 매도 시점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에 소형 주택 두 채를 보유한 박모 씨(48)는 "공시가격 자체가 낮아 종부세를 낸 적이 없어 이번 개편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두 사례는 같은 다주택자라도 지역과 자산 규모에 따라 체감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은퇴를 앞두고 임대소득을 목적으로 주택 두 채를 보유해온 정모 씨(61)는 "세율이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임대차 계약 갱신 시점만 다가와 답답하다"며 "세무사 상담을 받아봐도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말만 듣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개편 논의가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배경에도 주목한다. 부동산 세제 관련 연구위원은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 등락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매번 수정 압력을 받아온 세목"이라며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과세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납세자 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과 종부세율 조정을 별개로 다루면 형평성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세 분야 연구위원은 "종부세는 도입 취지가 부동산 가격 안정과 지방재정 확충이었는데, 세율 조정 논의가 반복되면서 본래 취지가 희석되는 측면이 있다"며 "과세 형평성과 시장 안정 효과를 함께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공시가격 변동과 세제 개편에 따라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줄기를 반복해왔다. 2022년 세제 완화 이후 대상자 수와 세액 총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재논의가 이 흐름을 다시 뒤집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도 종부세 개편이 주택 매물 잠김 현상이나 거래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다주택 가구 비중은 최근 수년간 완만하게 줄어드는 추세인데, 세제 변화가 이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당정은 이달 중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방향성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세율 조정 폭이나 시행 시기 등 세부 내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공시가격 발표 시점과 세법개정안 국회 제출 일정을 조율하며 최종안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당 내에서도 세율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형평성 차원에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최종안이 나오기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세무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라면 구체적인 개편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보유 주택별 공시가격 변동 추이와 과세표준 산정 방식을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개별 세부담 규모는 보유 주택 수와 지역, 공시가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만큼 세무사와의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나 합산배제 특례 적용 대상인지도 함께 확인해두면 실제 개편안이 나왔을 때 세부담 변화를 좀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종 개편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