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편중에 균형발전 정책 실효성 논란도 확산

지방자치단체 곳간 사정이 지역별로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균형발전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부 지자체는 자체 세입만으로 예산 대부분을 충당하는 반면, 재정 자립도가 한 자릿수에 머무는 지방 군 단위 지자체도 적지 않다. 지방재정 통계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에 따르면 지자체 간 재정자립도 격차는 최근 수년간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벌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 전체 세입 가운데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중앙정부의 교부세나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살림을 꾸릴 수 있다는 의미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하는 지방재정 자료를 보면 일부 대도시 자치구와 산업단지를 낀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절반을 훌쩍 넘는 반면, 인구가 적고 산업 기반이 취약한 농산어촌 지역은 10%대 안팎에 그치는 곳이 상당수다. 일부 군 단위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져 예산 편성 자체를 자체 재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격차의 배경에는 지역별 산업 구조와 인구 분포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이나 상업시설이 밀집한 지역은 지방세 세원이 풍부한 반면, 인구 유출이 이어지는 지역은 세원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변동도 영향을 미친다. 취득세와 재산세 비중이 큰 지방세 구조상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지역은 세수가 늘지만, 거래가 뜸한 지역은 세수 기반이 더 얇아지는 구조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지역별 인구 통계를 보면 비수도권 상당수 시·군에서 지난 10년간 인구가 꾸준히 줄었고, 이는 지방세 과세 대상 자체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지방행정 연구위원은 "재정자립도만 놓고 지자체 살림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격차 자체가 확대되는 추세는 분명하다"며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 이를 보완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세원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상당수는 중앙정부 이전재원 비중이 세입의 절반을 넘는 경우가 많아 자체 사업 추진에 한계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이전재원에 기대는 구조가 굳어지면 지자체가 스스로 세원을 발굴하려는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현장에서는 체감하는 어려움이 구체적이다. 한 지방 소도시에서 문화 관련 사업을 담당했던 이모 씨(52)는 "예산을 짤 때마다 국비나 도비 지원 여부부터 확인해야 하는 구조라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인구가 줄면서 세수도 줄고, 세수가 줄면 필요한 사업을 못 하니 다시 인구가 빠져나가는 흐름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지방 소도시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던 박모 씨(45)도 "중앙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돼야만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지역 실정과 맞지 않는 사업이라도 일단 신청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방교부세 제도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재정력이 약한 지자체에 더 많은 교부세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형평성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제도가 지자체의 자립 의지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전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자체 세원 발굴 노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 규모는 매년 증가해왔지만, 배분 방식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계속 제기돼 왔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이전재원 중심의 지원책은 단기적으로 재정 격차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자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 산업 기반을 다지고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균형발전 예산이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집중되면서 정작 지역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는 자원이 충분히 배분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문가는 "도로나 시설 같은 하드웨어 투자만으로는 인구 유출을 막기 어렵다"며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함께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의회 차원에서도 이 문제는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의회에서는 국비 확보를 위한 건의안이 매 회기 상정되다시피 하지만, 예산 편성권 자체가 중앙정부에 상당 부분 쏠려 있어 근본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행정 관계자는 "지방소비세율 인상이나 지방세 세목 확대 등 세원 이양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디다"고 전했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화폐 발행이나 관광세 신설 등 자체 세원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전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균형발전특별회계를 통한 지원 사업도 성과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 지방 도시에서는 지원금을 활용한 산업단지 조성이나 창업 지원 사업이 실제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예산이 단기 이벤트성 사업에 쓰이며 장기적 재정 자립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청년층 순유출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 20대와 30대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이나 광역시로 이동하면서, 남은 인구의 고령화 비율은 더 가파르게 높아지는 지역도 상당수다.
이런 흐름은 지방세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기반이 함께 축소되고, 이는 다시 재정자립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를 만든다. 일부 지자체는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귀농귀촌 지원이나 정주 인구 유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방재정 통계를 매년 공개하며 지자체별 격차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재정 격차 문제는 단순히 예산 배분의 형평성 차원을 넘어 지역 소멸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수 기반이 취약한 지역일수록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재정 형평화를 위한 제도 정비와 함께 지역별 산업 육성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재정 통계를 매년 공개하며 격차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