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연령·금액 상향 논의 속 재원 마련 방식이 쟁점으로 부상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본격화하면서 아동수당 지급 연령과 금액을 늘리는 방안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 간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저출생 대응 예산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를 두고 부처마다 입장이 갈리면서 아동수당 확대가 실제로 얼마나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아동수당은 만 8세 미만 아동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육아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는 지급 대상 연령을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넓히고 금액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저출생 국면에서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이 체감도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재정 당국은 아동수당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저출생 예산이 보육시설 확충, 주거 지원, 일·가정 양립 제도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만 늘리는 것이 효과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논리다. 한정된 재원을 두고 어느 사업에 우선순위를 둘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예산 편성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두 부처의 온도차는 예산 요구 단계에서부터 드러났다. 육아 정책 부처는 아동수당 대상 연령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 늘리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며 관련 예산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재정 당국은 지급 대상을 넓히기보다 다자녀 가구나 취약계층 등 지원이 절실한 계층에 예산을 집중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두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실무 협의는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모두 저출생 대응이 시급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아동수당 확대가 실제로 출산율 반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 의원은 현금 지원 확대가 단기적 체감 효과는 있어도 근본적인 양육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아동수당 확대에 필요한 재원 규모를 추산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지급 연령을 한 살 늘릴 때마다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이 상당한 규모로 늘어나는 만큼, 재원 조달 방안 없이 확대안만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에서는 확대 폭보다 재원 대책이 먼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책연구위원은 “아동수당은 가장 직관적인 지원책이지만 그 자체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육 인프라와 주거 안정, 노동시장 유연성 등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금성 지원과 서비스형 지원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이번 예산 편성의 핵심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양육 현장에서는 아동수당 확대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 씨(38)는 “매달 나오는 수당이 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작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더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심하고 맡길 곳이 부족한 현실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셋째를 출산한 후 육아휴직 중인 이모 씨(35)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이 늘어난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정작 복직 후 근무시간 조정이 안 되면 결국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며 “예산이 한쪽으로 쏠리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터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당보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모 씨(41)는 다른 관점을 내놨다. 그는 “학원비와 돌봄 공백을 메우는 데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지급 연령 확대가 절실하다”며 “저학년에 집중된 지원을 고학년까지 넓혀야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동 분야 전문가는 부처 간 우선순위 갈등이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짚었다. 노무사는 “저출생 예산은 여러 부처에 걸쳐 있다 보니 부처별 성과를 챙기려는 유인이 강해 통합적인 전략을 짜기 어렵다”며 “아동수당처럼 가시적인 정책이 우선 논의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최근 몇 년간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관련 예산을 매년 늘려왔지만, 예산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체감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논의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현금성 지원 확대만으로는 출산율 반등을 이끌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보고서는 양육비 부담뿐 아니라 주거비, 고용 안정성, 경력 단절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출산 결정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단일 정책보다 여러 요인을 함께 개선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아동수당 확대 방안을 포함한 저출생 대책 세부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지급 연령 상한선과 금액 인상 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의 조율이 남아 있어 최종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야 확정될 전망이다.
육아 정책과 관련한 시민단체는 아동수당 확대와 별개로 보육 인프라 투자 확대를 함께 요구하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현금 지원만으로는 양육 부담을 근본적으로 덜어주기 어렵다”며 “어린이집, 유치원 등 돌봄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높이는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돌봄 교사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아동수당을 보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원과 별도로 출산장려금이나 돌봄 바우처를 추가 지급하며 지역별 격차를 메우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주 지역에 따라 실제로 받는 지원 규모가 달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아동수당 확대를 포함한 저출생 예산 항목에 대한 여야 간 심의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 예산안에 아동수당 확대 방안이 어떤 형태로 반영될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