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 지원 곳곳서 사각지대, 고독사 예방책도 미비

퇴근 후 혼자 사는 원룸에 불을 켜는 순간, 김모 씨(34)는 매달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볼 때마다 억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1인 가구라는 이유로 각종 감면 혜택에서 번번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전세자금 대출 한도부터 각종 바우처까지 대부분 가구원 수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할 때마다 대출 한도가 부부 합산 소득을 전제로 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제도 설계의 기본값이 다인 가구라는 점을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이미 국내 전체 가구 유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청년·중장년층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었고, 고령층 1인 가구 역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한 뒤 혼자 남게 된 중장년층, 취업과 학업을 이유로 독립한 청년층이 전체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인구 구조 변화 속도를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거, 복지, 세제 전반에 걸쳐 여전히 4인 가구를 표준 모델로 설계한 제도가 다수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거 정책에서 이런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 산정이나 청약 가점제 운영 방식이 다인 가구를 우대하는 구조여서,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의 소형 주택을 두고 경쟁이 치열한 반면 정작 공급되는 물량은 부족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서도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소형 평형 공공주택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 가점제 자체가 부양가족 수와 무주택 기간을 중심으로 점수를 매기다 보니, 혼자 사는 청년이나 중장년은 아무리 오래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택정책 연구위원은 "가구원 수가 적다고 해서 주거의 질을 낮춰도 된다는 전제가 정책 곳곳에 스며 있다"며 "면적 기준이나 임대료 산정 방식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형 주택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전용면적별 임대료 형평성을 따지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 사각지대 문제는 더 심각하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우 실직이나 질병 등 위기 상황에서 가족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데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각종 긴급복지 지원 요건이 여전히 가족 단위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고독사 예방 사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원 대상 발굴 체계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사회복지사는 "혼자 사는 중장년 남성의 경우 이웃과의 교류가 적어 위기 신호를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실직 후 몇 달간 연락이 끊긴 사례를 뒤늦게 발견해 지원한 적이 있는데, 초기에 발굴됐다면 상황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독사는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정책 사각지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 중 중장년층 비중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청년층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독사 예방 정책은 65세 이상 고령자를 주요 대상으로 설계돼 있어, 상대적으로 젊은 1인 가구는 안전망 밖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안부 확인 서비스나 스마트 안전 기기를 보급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전국 단위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조명·움직임 감지 센서를 설치해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관리자에게 알림이 가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대상자 선정 기준이 고령자 위주여서 40대 이하 1인 가구는 신청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세제와 각종 복지 급여 산정 방식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기초연금이나 각종 감면 혜택이 소득뿐 아니라 가구원 수를 함께 반영하다 보니, 소득이 비슷해도 1인 가구가 다인 가구보다 불리한 조건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세무사는 "1인 가구는 생활비를 나눠 부담할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클 수 있는데도 제도적으로는 이런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나 재산세 감면 기준에서도 1인 가구가 세대원이 많은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부담을 지는 사례가 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정책을 별도의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주류 정책 설계의 기본값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1인 가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다인 가구를 기준으로 정책을 짜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주거, 복지, 돌봄 체계 전반을 1인 가구 관점에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1인 가구 전담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생활편의 서비스와 안전 확인 서비스를 병행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자리 잡지는 못한 상태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이사, 가전 수리, 병원 동행 등을 지원하는 생활서비스 바우처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나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신청자가 몰리면 조기에 마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통계 정비와 지원 체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는 1인 가구 실태조사를 정례화해 생활 실태와 복지 수요를 파악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토교통부도 소형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조사와 검토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관계 기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복지 정책 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가 쌓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조사를 넘어 구체적인 예산 배정과 법 개정 논의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혼자 사는 삶이 예외가 아니라 다수의 삶이 된 지금, 정책의 기본 설계도를 손보는 작업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