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 200명 대신 50명, 화환 대신 계좌이체가 대세로 자리잡아

가을 결혼 성수기를 맞은 예식장 풍경이 예년과 사뭇 다르다. 500명 넘는 하객이 몰리던 대형 홀 대신 50~100명 안팎의 소규모 예식장을 찾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축의금을 계좌로 미리 받고 답례품으로 갈음하는 방식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예식장 예약 상담 창구에서도 "몇 명까지 수용 가능하냐"는 질문보다 "가장 작은 홀은 어디냐"는 문의가 더 많아졌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결혼 문화 관련 조사에서도 20~30대 예비부부 상당수가 예식 규모를 줄이는 방향을 선호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혼인 건수 자체는 수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안에서도 예식 형태는 대형화에서 소형화로 뚜렷하게 옮겨가는 흐름이 확인된다. 예식장 업계 관계자들도 3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홀보다 100명 이하 소규모 공간에 대한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한다. 일부 예식장은 아예 대형 홀을 반으로 나눠 소규모 대관 상품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가을 웨딩업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두고 몇 가지 원인을 짚는다. 우선 예식 비용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크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통칭되는 기본 패키지에 예식장 대관료, 식사비까지 더하면 총 비용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가는데, 하객 수가 늘수록 식사비 부담도 비례해 커지기 때문이다. 예식업계 관계자는 "하객 규모를 줄이면 대관료와 식사비 지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최근 예비부부들이 규모 축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대 단가가 오르면서 하객 100명을 기준으로 잡던 예산 계획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 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 위주로만 예식을 치르려는 가치관 변화도 한몫한다. 결혼식을 형식적인 의례가 아니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자리로 여기는 인식이 퍼지면서, 얼굴만 아는 지인까지 초대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웨딩플래너는 "예전에는 부모님 지인까지 챙기는 게 당연시됐지만 요즘은 신랑 신부가 직접 초대하고 싶은 사람만 부르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 웨딩플래너는 "하객 명단을 짤 때부터 '누구를 부를까'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를 기준으로 삼는 커플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는 하객 입장에서도 체감되는 부분이다. 회사원 박모 씨(38)는 최근 몇 달 새 받은 청첩장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꼈다. 그는 "예전에는 예식장 주소만 있었다면 요즘은 축의금 계좌번호가 청첩장 안에 자연스럽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하객을 배려한 방식 같기도 하고, 예식 규모 자체가 작아 좌석이 한정된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한 친구 결혼식인데도 정작 초대받지 못한 지인들이 서운해하는 경우를 본 적 있다"며 세대별로 결혼식을 대하는 태도 차이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축의금 문화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봉투에 현금을 넣어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모바일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함께 기재해 사전 송금을 유도하는 경우가 늘었다. 특히 지방이나 거리가 먼 곳에서 예식이 열릴 때, 혹은 평일 예식처럼 참석이 어려운 하객이 많을 때 이런 방식이 자주 활용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모바일 청첩장 제작 업체 관계자는 "계좌번호 기재 여부를 묻는 상담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고, 참석 여부를 미리 체크하는 기능을 넣어달라는 요청도 늘었다"고 전했다.
축의금 액수에 대한 인식 변화도 감지된다. 결혼정보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예식 비용 부담이 맞물리면서 축의금 액수를 두고 고민하는 하객이 늘었다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축의금은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는 만큼, 관계의 친밀도와 개인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관계별 축의금 액수를 정리한 표까지 공유되지만, 정작 결혼 당사자들은 "부담 갖지 말고 마음만 전해도 충분하다"는 문구를 청첩장에 넣는 경우도 늘고 있다.
스몰웨딩을 택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예식 자체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야외 정원이나 소규모 갤러리, 한옥 공간 등을 대여해 자신들만의 색깔을 담은 예식을 치르려는 커플이 늘면서 관련 대관 공간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추세다. 결혼식 준비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규모는 줄었지만 오히려 하객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예식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예식이 끝나자마자 하객들이 뷔페로 흩어졌다면, 요즘은 하객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짧은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커플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모든 세대에서 동일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 세대는 여전히 지인들에게 자녀 결혼을 알리고 축하받는 자리로서 예식의 의미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아, 규모를 둘러싼 세대 간 견해차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예식 준비 과정에서 하객 명단을 두고 부모와 자녀 세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혼을 앞둔 김모 씨(31)는 "부모님이 초대하고 싶어 하는 친척과 지인만 해도 백 명이 넘어서, 스몰웨딩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절충안으로 중간 규모 예식장을 잡았다"고 말했다.
가을은 전통적으로 결혼 성수기로 꼽혀 왔다. 선선한 날씨와 야외 예식이 가능한 계절 특성상 9~11월에 예식이 몰리는 경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예식 규모와 형식이 달라지면서 예식장 업계도 대관 상품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일부 예식장은 대형 홀 예약이 줄어든 시간대를 활용해 소규모 촬영 전용 대관이나 브런치 웨딩 같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예식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가을 성수기마다 하객 규모와 형식을 둘러싼 예비부부들의 고민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규모의 대관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