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아파트 탄생기
도심 한복판 달동네,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바뀌다... 한남 보광동의 시간
방송 : 2026년 10월 1일(목) 오후 10시 KBS 1TV
한남대교를 건너다보면, 저 멀리 보이는 가파른 언덕 동네. 높은 교회의 첨탑과 이슬람 사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던 동네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이라 불리는 한남뉴타운 사업이 본격화되며, 보광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준비가 한창이다.
이름보다는 언덕의 풍경으로 기억되던 동네, 보광동. 산업화 이후 서울로 몰려든 도시 이주민부터 외국인, 성소수자, 청년들까지. 시대마다 삶의 자리가 필요했던 이들을 보듬었다. 골목골목 저마다의 시간이 쌓여온 언덕배기 마을은 이제 그 이름마저 지운 채 빠른 속도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도시의 마지막 풍경, 서울 한복판 작은 쌀집
보광동에서만 52년째 쌀집을 운영 중인 우대헌 씨. 그는 8개월 전, 지금의 자리로 가게를 옮겼다. 재개발이 속도를 내며, 원래 가게가 있던 ‘한남 3구역’이 모두 철거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개발이 시작된 3구역은 철거를 마쳤고, 2구역 역시 대부분의 이주가 끝난 상황. 머지않아 사라질 4, 5구역 주민들은 여전히 공사 현장의 경계를 따라 삶을 이어가고 있다.
쌀집엔 보광동에서의 남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매일같이 모여든다.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찾아와 공짜 커피 한 잔에 간밤의 안부를 나누는 사람들. 수십 년을 함께해온 이들도 변화의 바람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다. 그들은 앞으로 몇 잔의 커피를 더 나눌 수 있을까.
다양한 욕망의 집결지가 된 보광동
강남과 마주 보는 서울의 중심이자, 이태원과 한남동 사이의 최상급 입지. 보광동은 서울 한복판 달동네에서 순식간에 ‘제2의 강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급 규모만 약 1만 3,000여 가구. 이는 단순한 아파트 건축을 넘어, 도시 일대를 ‘재창조’하는 수준이다.
주민들이 빠져나간 동네엔 낯선 부동산 간판들이 들어섰다. 월급으로는 영영 닿을 길이 요원해 보이는 서울 아파트. 재개발 광풍 속 혹시라도 이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안은 이들은, 오늘도 보광동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도시의 틈새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
재개발이 시작되며 대부분의 사람이 떠나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동네. 하지만 끝이 예정된 보광동에서의 삶을 기꺼이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목돈이 없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보광동은 부담 없이 서울 생활을 시작하게 해준 ‘시작의 공간’이다. 실제로 보광동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절반이 넘는다.
보광동에서 5년째 살고 있다는 직장인 한지슬 씨. 강남 출퇴근이 편리한 동네를 찾다가 처음 보광동에 들어왔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5만 원, 서울 도심에선 흔치 않은 가격이다. 크고 작은 불편은 있지만, 그는 5평 남짓한 방에서도 자신만의 삶을 단단히 쌓아가고 있다. ‘청년’과 ‘미래’를 명분으로 한 재개발, 그 속에서 도시의 청년들은 어떤 희망을 보았을까.
사라지는 보광동에서 도시의 미래를 묻다
보광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건축가 조정구. 그는 새집을 짓는 건축가가 된 후에도, 틈만 나면 보광동을 찾아와 기억 속의 오래된 집들을 되돌아본다. 보광동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자리한 집들, 사실 이 들쑥날쑥한 모양 뒤엔 동네를 살아가던 이들의 다양한 삶이 담겨 있었다.
동네가 사라지는 게 아쉬웠던 그는, 한남3구역 철거 전 1,500채의 집을 모형으로 고스란히 재현했다. 사람들의 필요와 삶의 형태에 맞춰 덧대고, 이어붙이며 확장되어 온 보광동의 집들. 그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미래의 도시와 주거 공간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짓고 허물며 빠르게 팽창해 온 서울. 보광동 역시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왔다. 이제 이곳은 거대 아파트 단지로의 변화를 또 한 번 앞두고 있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오래된 삶에 대한 아쉬움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도시의 미래를 묻는 다큐 인사이트> ‘한남 아파트 탄생기’는 2026년 10월 1일(목) 오후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 한눈에 보기
· 발행 기관 : KBS
· 분류 : 다큐 인사이트
· 배포 : 10월 1일 11:15
출처 : KBS 보도자료
· · · · · · · · · ·
스페셜타임스는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더 빠르고 다양한 뉴스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