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발표한 뒤, 정부가 사업 참여 여부를 둘러싼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정상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면서도, 중동 전쟁에 따른 LNG 수급 차질과 미국 내 사업 추진 방식의 변화를 들어 알래스카 사업에 “새로운 전략적 가치가 생긴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기본 입장은 투자 확정이 아니라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한 검토 단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투자 규모가 500억달러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석유회수증진(EOR) 프로젝트에도 84억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투자 규모와 참여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국정감사에서는 미국 발표와 한국 정부 설명 사이의 차이, 사업의 경제성과 검토 절차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미국의 투자 발표와 달라진 정부 대응
김 장관은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투자 발표에 대한 대응을 묻자 “외국 정상이 한 발언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미국 정부와 관련 내용들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측 발표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보다는 양국 정부 간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알래스카 사업에 대한 검토와 투자 결정을 구분해 설명해왔다.
이 발언은 김 장관의 앞선 설명과 비교해 표현이 달라졌다. 김 장관은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데에 한국과 미국이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투자 계획을 합의된 것처럼 발표한 데 대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유감을 표명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알래스카 사업과 관련해 “(한국이)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감에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통상 당국 입장에서 가장 큰 충격은 캐나다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였다”며 “언제든 돌발 조치가 일어날 수 있는 여건에서 통상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15% 등 우리 관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 측 국내 일정도 복잡하고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원문에 따르면 미국이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관세 인상에 나설 수 있는 구조에서 양국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 미국 측이 밝힌 항목 | 금액 |
|---|---|
| 알래스카 LNG 투자 주장 | 500억달러 |
| EOR 프로젝트 투자 주장 | 84억달러 |
중동 LNG 수급 차질과 전략적 가치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의 질의에 김 장관은 알래스카 사업의 과거 사업성 문제와 최근 검토 요인을 함께 설명했다. 그는 “사업성이 분명히 낮아서 그동안 안 됐던 건 맞지만 중동 전쟁을 거치면서 새로운 전략적 가치가 생긴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사업성이 낮아 추진되지 못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중동 정세 변화로 LNG 공급 여건이 달라진 점을 별도의 검토 요인으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중동산 LNG 도입에 어려움이 생겼고, 걸프만에서 출발하는 물량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해 희망봉을 우회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감에서 그는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해 그곳에서 생산된 LNG를 우리가 가져올 수 있다면 전략적인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에서 생산한 LNG를 한국이 실제로 들여올 수 있는 경우를 전제로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 설명에는 중동에서 LNG가 원활하게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과 운송 경로의 차질이 포함됐다.
김 장관은 미국의 사업 추진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그동안 민간 중심으로 이뤄졌던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를 이제는 연방정부 주도로 전환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변화나 전략적 가치가 한국의 투자 확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사업 참여 여부를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1300㎞ 가스관 거치는 알래스카 사업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남부 항구 니키스키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지로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가스는 약 1300㎞ 길이의 가스관을 거쳐 운송된다. 한국 정부가 검토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업의 기본 구상은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 항구로 옮겨 수출하는 방식이다. 사업 추진 여부와 한국의 투자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미국 측의 발표는 한국이 이미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의 대미 투자 분야를 발표하며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투자 규모가 약 500억달러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사업 검토에 착수한 단계일 뿐 투자 여부와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감에서 논란이 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양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관련 작업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장관은 팩트시트의 표현과 정부 설명이 서로 다른 내용을 담았다는 지적에 대해, 작업 착수는 투자 확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검토에 착수했다는 의미는 누차 말씀드렸듯이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팩트시트는 한미 양국이 동일하게 공동 공개했던 자료로 국회에 숨긴 것이 없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경제성과 타당성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측이 대규모 투자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한미 간 발표 내용이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타당성 검토와 국회에서 이어진 공방
최 의원은 지난 40년간 경제성이 없어 추진되지 않았던 사업이라며, 미국 측 팩트시트에 ‘작업 착수 합의’가 담긴 경위를 문제 삼았다. 그는 “경제성과 타당성 검증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간 발표 내용이 엇갈리며 외교적 신뢰에 타격을 입고 관세 보복의 빌미를 자초했다”고 지적하고 협상 전반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감사원 감사 청구를 촉구했다. 김 장관은 검토 착수의 의미는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는 기존 설명을 되풀이하며, 팩트시트는 양국이 함께 공개한 자료라고 답했다.
산업부 내부 문서에 나타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타당성 분석도 질의 대상이 됐다. 최 의원은 내부 문서 전수조사 결과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1∼3호의 투자 타당성 분석 외부 용역이 발주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상 사업을 물었다. 김 장관은 “2호와 3호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대외 보안이 보장되는 전제하에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별 검토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며, 김 장관은 2호와 3호가 알래스카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 확인된 정부 설명은 알래스카 사업의 검토 착수와 투자 확정을 구별하고, 사업성 검토에는 상업적 합리성이 전제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김 장관은 중동산 LNG 도입 차질과 운송 경로 변화, 미국 연방정부 주도의 추진 방식 등을 새로운 검토 요인으로 들었다. 향후에도 정부는 미국과 관련 내용을 논의하면서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을 따진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투자 여부와 금액이 확정됐다는 정부 발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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