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무장지대(DMZ) 폭발 사고와 관련해 북한군 지뢰를 제거한 우리 군의 대응에 북한이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이 군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와 지뢰 제거 작전이 이뤄진 다음 날 사고가 북한과 무관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평가다. 강 장관은 군이 북한의 지뢰 매설 의심 지역을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확인하고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21사단 일대 북한군의 잦은 군사분계선(MDL) 월선과 9·19 군사합의에 따른 감시·대응 공백 문제도 국감에서 다뤄졌다.
최종 조사 발표와 지뢰 제거 뒤 나온 북한 성명
강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북한 외무성의 전날 성명에 대해 “그들도 우리의 대응에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 군이 DMZ 폭발 원인을 MDL 이남에 매설된 북한군 지뢰로 결론 내리고 해당 지역에서 지뢰 제거 작전을 한 뒤, 하루 만인 6일 오후 외무성 성명을 냈다. 북한은 사고 원인이 된 지뢰가 자국과 무관하다며 우리 군의 조사 결과와 작전을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북한의 입장 발표 시점과 주체를 함께 언급했다. 그는 “그전에는 바로바로 (북한의) 입장이 나오다가 (군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 및 지뢰제거 작전) 하루 정도 지나서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외무성 명의의 성명에 대해서도 “외무성에 의한 것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입장을 내왔지만, 이번에는 외무성이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은 한국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부인하면서 우리 군의 지뢰 제거와 관련해 영토를 “1밀리미터라도 침범한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25사단 지역 제거 완료…의심 지점은 수 개 소
이번 사고는 지난달 21일 육군 25사단이 작전 중인 DMZ에서 발생했다. 국방부는 7일 업무보고에서 유엔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한 합동 조사를 통해 폭발이 북한군 지뢰에 의한 것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합동 현장조사 태스크포스(TF)는 5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군은 같은 날 사고 지역의 MDL 이남 북한군 지뢰지대를 제거했다. 강 장관은 작전 결과에 대해 “그(폭발 발생) 일대의 지뢰는 제거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MDL 이남에 북한군 지뢰가 수백 발 이상 매설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 장관은 “저희들도 그렇게 보는 부분이 있다”고 답하면서도 지뢰의 정확한 규모와 위치는 유엔사와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5사단 지역 이외에도 북한군 지뢰가 매설됐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수 개 소”라고 답했다. 이어 “유엔사와 함께 공동조사를 해 확실하게 한 이후에 저희가 필요한 조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사고 지역에 대한 제거를 마친 뒤에도 다른 의심 지역은 공동조사를 거쳐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강 장관은 지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의 범위와 규모를 확정된 사실처럼 말하지 않고, 유엔사와 조사한 뒤 필요한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군의 대응을 두고 국감에서는 제거 작전이 충분한 상응 조치인지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은 지뢰 제거를 두고 “물타기하는 것 안 된다”며 “이게 지금 상응한 단호한 대응이라고 믿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임 의원이 정부 발표에 ‘도발’이라는 표현이 빠졌다고 지적하자 강 장관은 “저희가 도발이라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21사단 일대 월선 반복…순찰병력은 개인 화기 소지
국감에서는 최근 북한군의 월선이 반복되는 21사단 지역의 상황도 다뤄졌다. 강 장관은 북한군이 해당 지역을 “자기네 지역이라고 판단을 하고 순찰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북한군 최전방 소초(GP) 병력이 순찰 중 MDL을 넘어 남쪽으로 들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물러나는 일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군은 불모지화 작업 구간을 순찰로로 이용하며 MDL 이남 약 10m 지점까지 접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처음에는 MDL을 침범한 병력이 철모를 썼지만 소총을 들지 않은 비무장 상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발언을 정정해 “작업병력들은 비무장이 맞는데 순찰병력은 개인 화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작업 인력과 순찰 병력을 구분해 설명한 것이다. 그는 북한군 월선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과 관련해 “매일 같이 저희가 단호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유엔사, 우리 측이 현장에서 상황을 함께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 장관은 DMZ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DMZ는 주도권이 중요하다”며 폭발 사고 이후에도 작전을 축소하지 않았고 계속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사단 지역의 월선 원인과 북한군의 순찰 경로를 두고는 남북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지역을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강 장관은 북한 측과 유엔사, 우리 측이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으며, 북한군이 개인 화기를 가지고 MDL을 넘어오는 경우 우리 군이 사격해 북쪽으로 돌아가게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 공방…“안보에는 여야가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9·19 군사합의로 MDL 일대에서 남측의 안보 공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강선영 의원은 남북 최전방 소초(GP) 철수가 비례성 원칙에 맞지 않게 이뤄져 군사작전에서 북한보다 우리 측이 불리해졌다고 주장했다. 공중정찰도 합의로 제한됐다고 지적하자 강 장관은 “그 부분은 저도 그렇다고 본다”고 답했다. GP 철수와 감시 제한 등 군사적 측면에서 제기된 지적에 대해 강 장관은 “군사적 부분에서는 위원님 말씀하신 부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군사합의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상호 신뢰에 의해서 명확하게 이루어졌다면 사실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의 군사적 합의는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정치적 문제로 인해서 이런 것들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어떤 정부에서 어떻게 정책이 변화되든 군은 변함이 없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이 충분했는지를 놓고는 여야 의원들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강 장관은 군의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찍소리”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물었다. 강 장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천 의원은 북한이 2024년 4월부터 국경선 요새화를 시작했는데 윤석열 정부 당시 국방부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특별하게 조치를 했던 것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는 현 정부의 지뢰 제거와 이전 정부의 대응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성일종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사고를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한 점을 비판했고, 강 장관은 “우리 전우의 입장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앞으로 유엔사와 MDL 침범 의심 지역을 공동 조사하고, 확인 결과에 따라 북한군 지뢰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국감 업무보고에는 북한군의 MDL 침범과 관련한 정전협정 위반 사실을 북측에 공식 통지하는 방안도 담겼다. 남북 군사회담을 통해 서로 다른 MDL 기준선을 일치시키고 단절된 군 통신선을 복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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