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진행 중인 농지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위반 사항 가운데 상속 농지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등 5개 유형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한다.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기는지도 소유주가 선택하도록 했다. 다만 영농계획서를 허위로 제출해 농지를 사들인 뒤 방치하거나 임대하는 등 명백한 투기 행위는 소명 절차를 거쳐 현행 농지법에 따라 처분 여부를 결정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송미령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이 같은 농지 조사 후속 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달 중 특별조치법을 발의해 12월까지 국회 절차를 마무리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상속·고령농·복잡한 소유관계 등 5개 유형 제외
농식품부가 특별조치법에 담을 처분 제외 유형은 상속 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나 영농이 곤란한 농지,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 시설이다. 조사에서 현행 농지법 규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확인되더라도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조사 결과만으로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송 장관은 “농사짓는 농업인들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상속 농지는 휴경 상태이거나 소유상한을 넘긴 경우에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이다. 고령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해 이웃이나 친척 등이 대신 농사를 짓는 관행적 임대차도 마찬가지다.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농지는 소유관계가 복잡해 임대차 계약을 맺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며, 이런 사안도 일반적인 사례라면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맹지처럼 농사짓기 어려워 비워둔 농지와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 시설도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농지은행 위탁은 처분 제외의 조건이 아니다. 소유주는 농지를 현재 상태로 두거나 농지은행에 임대·매도하는 방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송 장관은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이런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앞서 농지은행 위탁을 조건으로 처분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투기가 아닌 일반 사안에 대해 위탁 여부와 무관하게 처분 절차를 밟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허위 영농계획·농지 쪼개 팔기는 처분 검토
정부가 처분 대상으로 제시한 투기 유형은 세 가지다. 첫째,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거나 임대하는 경우다. 둘째, 경매 등으로 농지 지분을 사들이면서 가격 상승 후 되팔 목적으로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를 방치하거나 임대하는 경우다. 셋째, 농업법인을 통해 농지를 취득한 뒤 직접 경작하지 않고 농지를 쪼개 팔거나 임대해 부동산 수익을 올리는 경우다. 첫 번째 유형에서 상속으로 취득한 농지는 제외한다.
이들 행위가 확인되면 농식품부는 충분한 소명 절차를 거쳐 현행 농지법에 따른 처분 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예정이다. 송 장관은 “명백한 투기 행위가 아니라면 이번 조사 결과 때문에 농지를 처분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게 하지 않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기 사례가 개발 수요가 높은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농촌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 이용 실태와 농촌 현장에 누적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조사는 지난 5월 시작됐으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전국 농지 195만㏊를 대상으로 추진된다. 올해 1단계 조사 대상은 전국 약 115만㏊로, 땅값이 높은 경기와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조사 결과를 처분에만 연결하지 않고 일반적인 위반 사례와 투기 목적의 취득·이용을 구분해 후속 조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가 발표한 방향이다.
특례기간에 임대차·시설 사후 정비 추진
정부는 특별조치법의 유효기간, 즉 특례기간에 관행적 임대차와 일정 요건을 갖춘 미허가 시설 등을 적법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특례기간을 2~3년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행적 임대차는 특례기간에 서면 계약을 체결하면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농지은행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기존 실경작자를 지정해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미허가 시설은 다른 법령의 요건을 충족하고 당초 허가 등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경우 사후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농업진흥지역에서 금지되거나 다른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시설까지 일괄적으로 양성화하는 것은 아니다. 비농업용 시설에는 농지보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참고 기사에 담겼다. 장기간 임야처럼 바뀐 농지, 농지로 오래 이용해 온 임야나 묘지 등 지목과 실제 이용 상태가 다른 토지는 신청을 거쳐 지목을 현실에 맞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별조치법은 농지조사와 농지법 개정 사이의 후속 절차로 추진된다. 정부는 먼저 조사를 통해 현장 이용 실태와 문제의 규모를 파악하고, 특별조치법으로 기존 규정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생긴 문제를 정리한 뒤 농지법을 개정한다는 3단계 계획을 제시했다. 농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법안을 발의하고 12월까지 국회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 장관은 “지금 당장 농지법을 논의하기보다는 일단 특조법을 통해 입법 공백을 막고, 내년 초에 농지법에 대해 논의해서 시대에 맞게 농지제도를 개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지법 개정·농지은행 기능 확대
내년 상반기 추진할 농지법 개정에는 농촌 현실에 맞게 임대차와 휴경 인정 범위를 다시 살피고, 실제 경작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농지에서도 실경작자가 적법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농업용 시설과 영농이 곤란한 농지 관련 규제도 손본다. 고령농의 은퇴 농지를 청년농·전업농에 연결해 농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개정 방향에 포함된다.
| 항목 | 규모 |
|---|---|
| 전체 농지 임차 비율 | 47% |
| 상속 농지 면적 | 30만㏊ |
| 검토 중인 특례기간 | 2~3년 |
송 장관은 전체 농지에서 임차 농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47%라며 임차농을 보호할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상속 농지는 30만㏊로, 여러 곳에 조각조각 분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규모화해 활용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농지은행의 매입·공급 기능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 증액을 국회와 협의해 매입 대기 물량을 줄이고, 현재 농업진흥지역 중심인 매입 대상을 농업 활용이 가능한 비진흥지역 농지까지 넓힐 계획이다. 지역별 농지 수요를 고려해 청년농과 전업농 등에 필요한 농지를 우선 매입·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농지은행만 방문하면 관련 기관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고, 등기부·토지대장·농지대장·농업경영체·농지 전용 허가 정보 등을 연계한 통합 농지 플랫폼도 구축한다. 농식품부는 다음 주부터 농지 조사 상담센터를 운영해 조사와 후속 조치에 대한 안내를 제공하고 현장 애로를 접수할 계획이다. 상담 전화는 1811-8852다. 정부는 특별조치법 제정 뒤 조사 결과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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