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에너지’를 연출한 태지원 감독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제공)

태지원(27) 감독은 올해 자신의 작품으로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에서 ‘터치, 툭’으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신작 ‘아마추어 에너지’가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15분 분량의 영화는 시인이 되겠다고 나선 동생 하은과 연애에 몰두한 언니 하정의 일상을 담았다. 태 감독은 대구영화학교 4기 연출전공 출신으로,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인들과 고향 경산의 공간을 배경 삼아 작품을 완성했다. 큰 스크린에서 자신의 영화를 본 경험과 작품의 출발점, 촬영 과정, 다음 작업에 관해 이야기했다.

전주 대상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올해 ‘터치, 툭’으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대상을 받은 태 감독은 신작 ‘아마추어 에너지’로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태 감독은 “큰 스크린으로 제 영화를 보는데 영화 안에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영화제 현장에서 작품을 본 경험을 ‘아마추어 에너지’를 만난 순간으로 설명했다.

2000년생인 태 감독은 대구영화학교 4기 연출전공 출신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터치, 툭’과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신작을 통해 올해 잇따라 작품을 선보였다. 두 영화제 경험은 태 감독에게 작품을 상영하고 다른 영화인들과 만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시인이 되려는 동생과 연애하는 언니

‘아마추어 에너지’는 여행을 다녀온 뒤 시를 쓰겠다고 선언한 동생 하은과 영어학원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연애 중인 언니 하정의 이야기다. 영화는 동생 하은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관심사에 몰입하는 두 자매의 일상을 교차해 보여준다. 하은은 일상에서 떠오른 생각을 엉뚱한 시구로 옮기고, 평범해지지 않으려 물에 들어가거나 삭발을 시도한다. 하정은 영화 안에서 동생만큼 많은 일상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연애 자체에 몰두한다.

실제 여동생과 사이가 좋은 태 감독은 처음에는 서로를 사랑하는 자매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후 서로에게 크게 관심이 없고 아주 다른 자매라면 어떨지 생각하며 이야기의 방향을 바꿨다. 태 감독은 “서로에게 크게 관심이 없고 아주 다른 자매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관심사도, 생각하는 것도 정말 다른 두 사람이 결국 가족이라는 것으로 묶여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작품을 두 자매가 각자의 관심사에 에너지를 쏟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태 감독은 작품을 한 단어로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에너지 발산 타임’이라고 답했다.

영화의 배경은 태 감독의 고향인 경산이다. 가정집과 시장, 미용실, 하천, 기찻길, 동네 뒷산 등 경산의 익숙한 풍경이 자매의 일상에 등장한다. 작품은 거창한 사건을 중심에 두기보다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에 빠진 동생과 연애 중인 언니가 각자의 관심사를 따라가는 모습을 담았다. 하은이 평범해지지 않기 위해 물에 들어가고 삭발을 시도하는 장면, 하정이 연애에 몰입하는 모습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일상을 구성한다.

경산의 공간과 촬영 현장에서 나온 장면

이번 작품에서 태 감독은 연출과 촬영을 함께 맡았다.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다. 태 감독은 “배경과 배우들이 잘 보이는 곳을 찾기 위해 어디에서 어떻게 찍을지, 구도 등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 경산의 가정집과 시장, 미용실, 하천, 기찻길, 동네 뒷산을 화면에 담기 위해 장소와 구도를 살폈다. 익숙한 지역 공간에서 두 자매의 일상을 촬영했다.

태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던 촬영에서 나왔다. 촬영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면서 카페 소파에 누운 하은이 언니의 남자친구가 쓴 편지를 자신의 시로 써 내려가는 모습을 즉석에서 촬영했다. 대본에 계획된 장면이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 추가로 담은 장면이다. 태 감독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이 장면을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하은이 언니의 남자친구가 쓴 편지를 자기 시로 옮기는 행동은 시인이 되겠다는 동생의 관심사와 언니의 연애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배우 세 명과 촬영 스태프는 모두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다. 이들은 대구영화학교를 통해 서로의 작품을 돕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맺었다. 태 감독은 지역에서 형성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대구영화학교가 지역 영화인들이 만나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점과 영화교육 공간의 필요성도 작업 과정에서 직접 느꼈다고 했다. 작품은 태 감독이 연출과 촬영을 맡고, 대구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해 완성했다.

본가에서 시작한 작업과 다음 단편

‘아마추어 에너지’의 출발점에는 ‘터치, 툭’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뒤의 경험이 있었다. 영화제를 마치고 대구로 돌아온 태 감독은 밥을 해 먹을 힘도 없을 만큼 지친 상태였고, 쉬기 위해 경산의 본가로 향했다. 집에서 느낀 편안함이 새로운 작품의 단서가 됐다. 태 감독은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 편안하고 휴식이 됐어요. 그러면서 ‘이 편안한 마음 그대로 영화를 찍을 순 없을까. 그렇게 찍으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궁금해졌어요”라고 말했다.

태 감독은 전작 ‘터치, 툭’과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달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에너지’는 짧은 기간에 쓰고 촬영하고 편집해 완성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뒤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을 만들기까지, 작업의 출발점은 본가에서 휴식을 취하며 느낀 편안한 마음이었다. 태 감독은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관심사에 빠진 두 자매의 일상을 경산의 공간에서 촬영했다.

현재 태 감독은 또 다른 단편영화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추어 에너지’에서 언니 하정 역을 맡은 배우는 태 감독의 오랜 친구이며, 일본 유학을 떠나게 됐다. 태 감독은 이 배우를 주인공으로 이별의 마음을 담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다음 작품에 대해 “슬픈 마음을 담은 가족 영화”라며 “이번에도 일상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태 감독은 새 단편의 마무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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