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자 문제로 일정이 바뀐 공연들 (사진= 소속사 제공)

한 달여 사이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 엔터테인먼트 공연이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태민의 북미 투어는 핵심 투어·제작 스태프의 비자 발급이 늦어져 일정이 미뤄졌고, 대형 K팝 페스티벌 KPWORLD도 일부 해외 아티스트의 비자 확보가 불확실해 2027년으로 연기됐다. 일본 인기 지식재산권(IP)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시리즈 첫 해외 공연을 앞두고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로스앤젤레스 공연을 취소했다. 공연 장소와 출연진, 티켓 판매가 마련된 뒤에도 입국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일정에 차질이 생긴 사례다. 미국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뿐 아니라 함께 이동하는 스태프와 출연진의 비자 발급이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태민 북미 투어 연기…스태프 비자 발급 시점 불투명

태민은 9월 29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6-27 TAEMIN WORLD TOUR’ 북미 공연 연기를 알렸다. 당초 투어는 10월 12일 미국 산호세 SAP 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그랜드프레리, 시카고, 뉴어크 등 6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첫 공연을 약 2주 앞둔 시점에 일정 변경이 발표됐다. 태민 측이 밝힌 연기 사유는 가수 본인의 비자가 아니라 북미 공연에 필요한 투어·제작 인력의 비자였다.

태민 측은 “북미 공연에 필요한 상당수의 핵심 투어 및 제작 스태프가 여전히 비자를 대기 중이며, 발급 시기에 대한 명확한 일정이 없다”며 “예정대로 투어를 진행할 경우 상당한 운영 및 제작 리스크가 따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새 날짜와 장소를 조율하고 있으며, 기존 티켓은 원 구매처를 통해 환불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북미 투어와 별개로 예정됐던 시애틀 공연도 영향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태민이 10월 25일 시애틀 클라이밋 플레지 아레나에서 헤드라이너로 출연할 예정이던 ‘K-Era Fest’ 피날레 공연이 취소됐다. 행사와 함께 열릴 계획이었던 한국 브랜드 31곳의 전시·판매 행사도 2027년 봄으로 미뤄졌다.

KPWORLD, 라인업 축소 대신 2027년으로 연기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알라모돔에서 10월 30~31일 열릴 예정이던 ‘KPWORLD Festival’도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2027년으로 연기됐다. 출연진에는 박재범, 더로즈, 제시, 크래비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아르테미스, 원호 등이 포함됐다. 티켓은 일반 입장권 100달러부터 2일권 슈퍼 VIP 패키지 1,200달러까지 판매됐다. 주최 측은 일부 해외 아티스트의 비자를 제때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주최 측은 “급행 처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일부 해외 아티스트의 비자를 제때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이는 아티스트와 소속사, 페스티벌 모두의 통제 밖에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일부 출연진을 제외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대신 일정을 미루기로 했고, “팬들에게 약속한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2027년으로 넘기는 것이 가장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티켓 보유자에게는 일정이 조정된 페스티벌의 일반 판매에 앞서 사용할 수 있는 선예매 코드가 제공된다. 태민 북미 투어와 KPWORLD가 비자 문제로 일정에 차질을 빚은 사례는 다음과 같다.

공연예정된 규모·일정변경 내용
태민 북미 투어6개 도시새 일정 조율
K-Era Fest 연계 행사31개 브랜드2027년 봄 연기
우마무스메 LA 공연17명공연 취소

개막 사흘 전 취소된 우마무스메 첫 해외 공연

일본에서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로스앤젤레스 공연이 무산됐다. 현지시간 22~23일 피콕 시어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 공연에는 성우 17명이 출연할 계획이었다. 시리즈의 첫 해외 공연으로 준비됐지만 개막을 사흘 앞두고 취소가 결정됐다.

운영 측은 하루 전인 19일 현지 변호사와 프로모터의 협조를 받아 반년 이상 전부터 준비했지만 비자 승인이 나지 않았다고 알렸다. 이어 20일에는 “공연에 필요한 미국 비자를 취득하지 못해 고심 끝에 공연 실시를 단념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비자가 승인되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관람권과 온라인 중계 티켓, JTB 공식 투어, 라이브 뷰잉은 환불 대상이다. 운영 측은 현지 참가 예정 관객에 대한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O·P 비자 급행 수수료 2965달러…일본 공연 시장은 확대

미국 공연 비자 문제의 공통 변수로는 길어진 처리 기간과 비용이 거론된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아티스트 비자는 통상 2~4개월이면 처리됐지만, 팬데믹 이후 쌓인 적체와 심사 강화가 겹치며 대기 기간이 늘었다. 개인 아티스트용 O-1 비자 청원 처리는 1년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길어졌다. O·P 비자의 급행 처리 수수료는 올해 3월부터 2,965달러로 올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필수 비용으로 여겨지고 있다. 청원이 승인된 뒤에도 출연자마다 본국 영사관 인터뷰를 거쳐야 하며, 입국 허가의 최종 판단은 국경에서 이뤄진다.

공연에는 아티스트 외에도 무대·조명·음향을 담당하는 인력이 함께 움직인다. 여러 팀이 출연하는 페스티벌이나 다수의 성우가 참여하는 공연은 필요한 인원 가운데 일부의 비자 발급이 지연돼도 운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태민 측은 핵심 투어·제작 스태프의 비자 대기를 이유로 들었고, KPWORLD 주최 측은 일부 해외 아티스트의 비자 확보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내 K팝 공연 시장은 성장세를 보였다. 콘서트프로모터즈협회(ACPC) 조사에서 2025년 일본 K팝 공연 시장 규모는 883억 엔으로 집계돼 전체 콘서트 시장의 13.7%를 차지했다. 해외 아티스트의 아레나 공연은 464회로 전년보다 24.4% 늘었다. 2024년 일본에서 해외 아티스트 공연을 본 관객 10명 가운데 6명은 한국 아티스트 공연을 관람했다.

지난 4월 마지막 주말에는 동방신기가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이틀 동안 13만 명을 모았고, 해외 가수 최다 공연 기록을 새로 썼다. 트와이스는 해외 가수 최초로 도쿄 국립경기장 무대에 올랐으며, 에스파는 도쿄돔에서 이틀간 9만 4,000여 명과 만났다. 하나증권 이기훈 연구원은 “미국 투어가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투자 성격이 강하다면, 일본 투어는 높은 관객 동원력과 굿즈 판매를 통해 실질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태민 측은 북미 투어의 새 날짜와 장소를 조율 중이며, KPWORLD는 새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우마무스메 월드투어는 런던과 서울, 요코하마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첫 내한 무대가 될 서울 공연의 날짜와 장소는 추후 공개된다. LA 공연 관련 관람·중계 티켓과 공식 투어 등의 환불 절차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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