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투표소 (사진= 연합뉴스 제공)

미국의 전·현직 국가안보 당국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11월 중간선거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주정부와 의회에 비공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근무 경험이 있는 당국자 10여명이 지난 수개월간 10개 주의 주지사와 선거관리 당국자, 민주·공화 양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연방정부 권한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데 동원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주정부와 의원들에게 각각 선거 절차 보완과 공개적인 반대 준비를 권고했다. 이들의 우려는 특정 기밀정보나 첩보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공개 발언과 행보를 분석한 데 근거하며, 활동은 정부 공식 업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이뤄졌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10여명 그룹, 10개 주 관계자들과 접촉

WP 보도에 따르면 이 그룹은 미 국방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 국가안보 당국자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연방정부가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10개 주 관계자들과 협의했다. 접촉 대상에는 주지사와 선거관리 당국자,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이 포함됐다. 이 활동에 참여한 복수의 관계자가 WP에 전한 내용이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그룹 구성원 가운데 일부는 과거 해외에서 권위주의 세력에 맞서는 일을 했던 경험이 있다. 다만 만난 의원과 주 지도자들의 구체적인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보도는 관계자들이 보복을 우려해 접촉 대상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그룹은 행정부가 연방정부의 권한을 이용해 선거 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이에 대비할 방안을 주정부와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이 활동이 정부의 공식 업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또 특정한 기밀정보나 첩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공개 발언과 실제 행보를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의 대응이 정치적 편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화당의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려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활동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주정부가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 병력 배치와 선거 결과 무효화 우려

당국자들이 검토한 시나리오에는 투표소에 군 병력이나 이민단속 요원을 배치하는 경우가 포함됐다. 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선거 결과를 무효로 만들려는 시도도 우려 대상으로 거론됐다. 참고 보도는 그룹이 연방정부 개입 가능성에 관한 합법적·불법적 활동을 모두 포함해 여러 상황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 그룹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비해 선거 과정에서 연방 권한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주정부와 의원들에게 대응 방안을 조언했다. 이들의 우려는 의회 다수당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경합 지역에 특히 집중돼 있다. 중간선거 결과가 팽팽하게 갈릴 수 있는 주와 지역을 중심으로 접촉과 자문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조언의 내용은 대상에 따라 나뉜다. 의원들에게는 선거 개입 시도가 있을 경우 공개적으로 반대할 준비를 하라고 권고했다. 주정부에는 연방정부가 악용할 수 있는 선거 절차상의 허점을 찾아 보완하라고 조언했다. 즉, 의원들에게는 공개 대응을, 주정부에는 선거 절차 점검을 각각 주문한 것이다. 그룹은 이를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정부 관료들로 구성된 이른바 ‘딥 스테이트’가 자신의 국정 운영을 방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재집권 뒤에는 공무원들을 대거 해고하고 관료 조직에 정치적 충성심을 요구하는 등 연방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 왔다. 참고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고, 이듬해 1월 6일 의사당 습격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유권자 명부를 둘러싼 연방·주 갈등

미국에서는 선거 절차를 주정부가 관할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각 주정부를 상대로 유권자 명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이어 왔다. 민주당이 이끄는 주정부뿐 아니라 공화당이 주도하는 일부 주정부도 명부 제공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원문에 따르면 유타주 등 공화당 주도 주정부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참고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 주의 선거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지만 법원에서 좌절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선거 절차의 관할권과 유권자 명부 확보를 놓고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전·현직 당국자들의 선거 개입 우려를 일축했다. 로렌 비스 백악관 공보 담당은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 범죄 기소, 선거 인프라 보안 강화, 사기와 강압으로부터 취약한 유권자 보호 등 우리 선거를 보호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자문 그룹은 행정부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주정부에는 절차상의 허점 보완을, 의원들에게는 개입 시도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를 준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양측은 선거를 보호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지만, 행정부의 선거 관련 권한 행사와 주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시각은 다르다. 그룹은 자신들의 활동을 공식적인 정부 업무와 구분하고, 공개된 발언과 행보를 분석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간선거 전망과 트럼프 승복 여부 여론

WP와 ABC뉴스, 입소스가 지난 9∼13일 미국 성인 25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70%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결과를 수용할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 표본오차는 ±2.0%포인트다. 정당 지지별로는 공화당 지지자의 36%, 무당층의 77%, 민주당 지지자의 94%가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승복 여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간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것이라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자 70%, 공화당 지지자 67%로 집계됐다.

조사 항목응답 비율
트럼프 패배 승복 여부 불신70%
공화당 지지자 중 불신36%
무당층 중 불신77%
민주당 지지자 중 불신94%
공정한 선거 예상·민주당 지지자70%
공정한 선거 예상·공화당 지지자67%
하원 민주당 다수당 예상35%
하원 공화당 다수당 유지 예상16%
선거 결과 예측 어렵다28%
잘 모르겠다21%
중간선거 전망과 트럼프 승복 여부 여론 (자료: 연합뉴스)
중간선거 전망과 트럼프 승복 여부 여론 (자료: 연합뉴스)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35%였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본 응답자는 16%로, 민주당 다수당을 예상한 비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28%,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1%였다. 조사 결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승복 여부에 대한 응답과 함께, 선거의 공정성 및 하원 다수당 전망에 대한 답변도 담겼다.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 치러질 예정이다. 전·현직 당국자 그룹은 지난 수개월간 10개 주의 관계자 및 의원들과 접촉해 선거 절차 보완과 공개 대응을 조언해 왔다. 백악관은 선거 범죄 기소와 인프라 보안 강화 등을 선거 보호 조치로 제시했다. 선거를 앞두고 연방정부의 권한 행사와 주정부의 선거 관리, 결과 승복 여부에 관한 우려와 입장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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