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추진을 멈췄다.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를 함께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 8월 5일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준비 사실이 알려진 지 78일 만이다. SK하이닉스는 23일 공시에서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상장 검토를 중단했지만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에는 자본시장 환경과 주가 흐름, 기존 주주들의 우려가 함께 반영됐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해 출범시킨 회사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eSSD) 시장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을 늘리고 미국 내 생산거점과 기술 개발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상장 추진의 배경으로 거론돼 왔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 조달 방식을 검토해 성장과 기존 주주 이익을 함께 고려한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78일 만에 멈춘 프리IPO·IPO 검토
SK하이닉스는 23일 공시를 통해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및 기업공개(IPO)에 대한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증시 상장뿐 아니라 상장에 앞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중단한 것이다. 상장 여부만 보류한 것이 아니라 두 단계의 자금조달 검토를 함께 멈췄다.
솔리다임의 상장 준비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8월 5일이다. 당시 프리IPO와 미국 상장 추진이 전해졌고, SK하이닉스는 이후 여러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다. 10월 23일 공시로 중단을 공식화하면서 관련 검토는 78일 만에 중단됐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솔리다임의 5조원 규모 프리IPO 추진설도 제기됐지만, 이날 SK하이닉스가 공시한 결정은 프리IPO와 IPO 검토를 모두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회사는 공시에서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IPO의 경제적 효과나 솔리다임의 성장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며 “현재 시장 여건을 감안해 주주가치 측면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으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검토를 멈춘 이유와 사업 성장·투자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별개라는 설명이다.
시장 변동과 반도체 주가 조정 반영
SK하이닉스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반도체 기업 주가가 조정을 받은 점을 상장 검토 중단 사유로 들었다. 상장 당시 기대한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IPO가 회사와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 선택인지를 다시 따져봤다는 것이다. 상장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경우의 경제적 효과나 솔리다임의 성장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 시장 상황에서 추진하는 것이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를 다시 검토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낸드플래시 업종의 주가 흐름도 상장 여건을 판단하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미국 낸드 업체 샌디스크의 주가는 지난 6월 고점보다 최근 40%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동종 업체 주가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솔리다임이 상장하면 당초 기대한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재검토할 필요가 커졌다는 내용이다.
| 항목 | 수치 |
|---|---|
| 상장 준비 사실 공개부터 검토 중단까지 | 78일 |
| SK하이닉스 기업가치 중 솔리다임 비중 | 12.9% |
| 샌디스크 주가의 6월 고점 대비 하락폭 | 40% |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상장 검토 중단이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때문이라는 해석과는 선을 그었다. 회사는 시장 상황과 주주가치를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을 고려했다는 공시 내용도 같은 취지다. 회사는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설명했다.
지배구조와 기존 주주들의 우려
상장 추진이 알려진 뒤에는 솔리다임을 별도로 상장할 경우 SK하이닉스 주주가 보유한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지배구조는 SK㈜에서 SK스퀘어, SK하이닉스, AI컴퍼니를 거쳐 솔리다임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모회사 아래 있는 기업이 별도로 상장하면 모회사가 가진 자산 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중복상장 할인 우려가 제기됐다. SK하이닉스 전체 기업가치에서 솔리다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12.9% 수준이다.
주주들의 우려는 지배구조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 가능성에 그치지 않았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신주 발행을 동반해 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고, 지금까지 SK하이닉스 주주에게 귀속되던 솔리다임의 순이익과 미래 이익이 신규 주주에게 나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의견의 근거로 거론됐다. 상장으로 솔리다임의 성장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과 기존 주주가 보유한 가치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발언도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솔리다임 상장이 중복상장 규제 대상이라는 점을 잇따라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장은 중복상장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고, 금융위원장도 규제 적용 여부를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정부의 규제 강화가 검토 중단의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라고 밝혔다. 회사는 시장 여건과 주주가치를 함께 고려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솔리다임은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간지주회사인 AI컴퍼니가 솔리다임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AI컴퍼니를 설립하고 그 아래에 새 솔리다임 법인을 두는 지배구조 개편을 했다. 해당 보도는 SK하이닉스가 AI컴퍼니에 최대 100억달러를 출자했다고 전했다. 상장 논의는 이 같은 지배구조 안에서 솔리다임의 자금 조달과 모회사 주주가치를 함께 다루는 문제로 이어졌다.
성장 투자 필요성은 유지…재원 조달 방안 검토
상장 검토를 멈춘 뒤에도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과 투자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고, 기존 생산시설만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새로운 생산시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상장을 추진한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던 생산능력 확대와 경쟁력 강화 역시 계속 검토할 과제로 남았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직접 투자와 IPO를 통한 외부 자본 조달 등 여러 방안을 비교해 왔다. IPO를 통한 외부 자금 유치는 미국 내 시설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SK하이닉스의 연결 현금흐름과 배당·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설명됐다. 솔리다임이 상장을 통해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SK하이닉스 기업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다만 이번 공시로 프리IPO와 IPO 검토는 중단됐다.
회사는 향후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 조달 방식을 검토해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상장 중단은 솔리다임의 투자 계획 자체를 중단한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검토하던 자금조달 방식 두 가지를 멈춘 결정으로 설명됐다.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지는 이후 검토 대상이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사업 성장과 투자 필요성을 유지하면서 프리IPO와 IPO 추진은 중단했다. 회사는 시장 여건과 주주가치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 조달 방안을 계속 살펴볼 계획이다. 공시에서 밝힌 다음 단계는 상장 재추진이 아니라 성장 투자와 기존 주주 이익을 함께 고려한 방안의 검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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