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폭파 혐의를 받는 전직 우크라이나군 장교의 재판이 14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됐다. 독일 검찰은 피고인이 현직 장교로 활동하던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이 작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피고인 측은 가스관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에 쓰였으므로 합법적인 군사 목표였다고 맞섰다. 공판 일정은 내년 1월까지 잡혔으며, 선고도 내년에 나올 전망이다.
재판에서는 해저 가스관 폭파가 전쟁 중 군사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이 작전에 관여했는지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독일 검찰은 세르히 쿠즈네초우를 공작 총책으로 지목했지만, 현재 기소된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폭파 공작을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수사당국이 특정한 용의자 7명의 신원과 재판에 나온 주장, 폭파 당시 가스관의 운영 상황이 공판의 배경이 됐다.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공판은 내년 1월까지
NDR방송 등에 따르면 함부르크 고등법원은 이날 쿠즈네초우(50)의 첫 공판을 열었다. 독일 연방검찰은 그에게 형법상 폭발물 폭발 유발, 주요 산업 수단 파괴,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민간 에너지 인프라 공격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쿠즈네초우가 범행 당시 우크라이나군 현직 장교였고,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이 폭파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공소장에 쿠즈네초우가 다른 군 관계자들과 함께 국가기관의 지시로 공작을 계획했다고 적었다.
쿠즈네초우 측 변호인 니콜라 카네스트리니는 가스관이 러시아 정부에 전쟁 자금을 대고 있었으므로 전쟁 중 합법적인 군사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침략국의 인프라가 살해당한 사람들보다 중요하냐」고 물으며, 자위권 행사 차원의 행동을 전쟁범죄로 기소하는 것은 러시아의 논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쿠즈네초우가 우크라이나군과 맺은 기밀 유지 약속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도 재판부와 변호인에게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공소 기각을 요청했다. 법원은 내년 1월까지 공판 일정을 잡았고, 선고는 내년에 나올 전망이다.
관로 4개 중 3개 파손…연간 수송능력 550억㎥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에서 독일 북부 루브민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1,230㎞의 가스관이다. 2022년 9월 발트해 보른홀름섬 인근 해저에서 노르트스트림 1·2의 관로 4개 가운데 3개가 폭파됐다. 독일 검찰은 요트에 남은 증거 등을 토대로 용의자 7명의 신원을 특정했다. 당시 사건은 해저 가스관을 겨냥한 폭발로 수사가 이어졌고, 독일 검찰은 폭파에 관여한 것으로 보는 인물들을 추적해 왔다.
| 항목 | 수치 |
|---|---|
| 노르트스트림 길이 | 약 1,230㎞ |
| 전체 관로 | 4개 |
| 폭파된 관로 | 3개 |
| 연간 최대 수송능력 | 550억㎥ |
| 에너지 수요에 해당하는 가구 | 2,600만 가구 |
노르트스트림 1의 관로 2개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수송량을 줄였고, 그해 9월 완전히 가동을 멈췄다. 노르트스트림 2는 2021년 완공됐지만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가스관의 연간 최대 수송능력은 550억㎥로, 유럽 지역 2,600만 가구의 에너지 수요와 맞먹는 규모였다.
독일 검찰, 쿠즈네초우를 총책으로 지목
독일 검찰은 쿠즈네초우가 다른 군 관계자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가기관의 지시를 받아 폭파 공작을 계획했다고 공소장에 썼다. 검찰은 공작에 소형 선박이 이용됐으며 선박에 남은 증거 등을 수사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폭발물 설치와 잠수 작업에 참여한 인물들의 역할도 수사 대상이 됐다.
서방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소속 로만 체르빈스키 대령이 작전을 짜고, 당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던 발레리 잘루즈니가 지휘했다고 보도해 왔다. 잘루즈니는 현재 영국 주재 대사다. 다만 독일 검찰이 특정한 용의자 7명 가운데 현재 기소된 사람은 쿠즈네초우 한 명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폭파 공작을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RD방송은 쿠즈네초우가 독일 수사당국에 도청당한 가족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에게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쿠즈네초우는 지난해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돼 독일로 송환됐다. 또 다른 용의자인 잠수부 볼로디미르 주라울레우는 올해 8월 크로아티아에서 붙잡혔고, 현지 당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주라울레우는 앞서 폴란드에서도 체포됐으나, 폴란드 법원이 가스관을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로 본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독일에 인도하지 않고 석방했다. 독일 검찰은 주라울레우를 포함해 용의자 7명의 신원을 확인한 상태다.
면책 주장과 정부 책임 논란
쿠즈네초우와 주라울레우는 송환 절차 등에서 폭파가 전쟁 중 군사적 행위였다는 취지로 면책을 주장했다. 폭파 행위 자체는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쿠즈네초우 측의 공소 기각 요청을 심리하는 한편, 민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한 행위가 전쟁범죄에 해당하는지를 다루게 된다. 재판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의 인지·지시 여부와 공작에 참여한 인물들의 역할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난을 겪은 독일에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중단하고 손해배상금과 가스관 수리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실행하고 지시한 이들의 이름이 밝혀지길 기대한다」며 「누가 진짜 범인인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부르크 고등법원 공판은 내년 1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기소된 피고인은 쿠즈네초우이며, 크로아티아에서 체포된 주라울레우는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재판부는 공판을 통해 검찰의 공소 내용과 변호인단의 면책 주장을 심리한다. 선고는 공판 일정이 끝난 뒤 내년에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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