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주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다수가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을 대등하거나 오히려 한국이 우위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림넷 나우앤서베이는 전국 만 20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진행한 ‘한국인은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현재 국가 경제력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이 높다’는 응답이 33.5%, ‘일본이 높다’는 응답이 30.0%로 오차범위 안 접전을 보였고 ‘비슷하다’는 응답이 36.5%로 가장 많았다. 반면 국민 생활수준에 대해서는 ‘한국이 높다’(37.2%)는 응답이 ‘일본이 높다’(23.3%)를 13.9%포인트 앞서며 격차가 더 뚜렷했다. 10년 후 경제력 전망에서는 응답자의 51.9%가 “한국이 일본을 앞설 것”이라고 답해 “일본이 앞설 것”(14.0%)이라는 응답보다 3.7배 많았다. 체감 격차가 클수록, 그리고 미래를 내다볼수록 한국 우위를 점치는 인식이 강해지는 흐름이다.
13개 산업 분야 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의 자신감이 확인됐다. 5점 척도(1점 일본 매우 우위~5점 한국 매우 우위)로 측정한 결과 반도체가 4.25점으로 가장 높았고 문화콘텐츠(4.07점), 조선·해양(4.01점)이 뒤를 이어 세 산업 모두 ‘한국 매우 우위’로 분류됐다. AI·소프트웨어, 이차전지, 전자제품·가전, 방위산업, 바이오·헬스케어, 자동차·모빌리티 등 6개 산업도 ‘한국 우위’로 평가돼 13개 산업 가운데 9개에서 한국이 앞선다는 인식이 확인됐다. 다만 기초과학·원천기술은 2.69점으로 유일하게 ‘일본 우위’로 분류됐으며, 첨단 소재·부품·장비와 정밀기계·로봇, 항공우주 등 원천기술 기반 산업은 양국이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완성품과 콘텐츠 경쟁력에는 강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원천기술 분야에서는 일본의 저력을 인정한 셈이다.
일본을 경쟁자로 여기면서도 협력의 필요성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한일 경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70.0%가 찬성했고 반대는 4.2%에 그쳤다.
향후 10년 한국 경제를 위협할 요인으로는 저출산·고령화(42.9%)가 가장 많이 꼽혔다. 정치·사회 갈등(26.9%), 물가 상승과 가계 부담(26.8%), 미·중 갈등 등 국제정세 변화(24.7%), AI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24.0%), 청년 일자리 부족(20.8%)이 뒤를 이었다. 국민이 위협 요인으로 꼽은 상위권 항목 대부분이 저출산·고령화, 정치·사회 갈등, 물가 부담 등 내부 구조적 문제였고 미·중 갈등이나 글로벌 경기침체 같은 대외 변수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아, 국민들이 경제 위협을 대외 변수보다 내부 문제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지속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35.2%)이 1위에 올랐고 AI·첨단기술 투자 확대(33.6%), 과학기술 R&D 확대(32.0%)가 뒤를 이었다. R&D 확대에 대한 요구는 앞서 기초과학·원천기술이 13개 산업 중 유일하게 일본 우위로 평가된 결과와 맞닿아 있어, 국민이 인식한 산업의 약점과 성장 해법에 대한 요구가 서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는 최대 위협 요인이자 가장 필요한 성장 조건으로 두 항목 모두 1위에 오르며 가장 시급한 과제로 확인됐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이 이룬 가장 큰 성과로는 경제성장(49.4%)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K-콘텐츠의 세계화(31.0%)가 산업화·수출 성장(29.7%)과 민주주의 발전(27.0%)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앞으로 우선해야 할 국가 전략으로는 경제성장과 산업경쟁력 강화(36.0%), 저출산·고령화 대응(34.1%), AI·첨단기술 육성(30.5%)이 상위권을 형성했으며 한반도 평화통일(13.7%)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세대별로는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60대 이상은 현재 경제력에서 일본 우위(40.9%)가 한국 우위(26.8%)보다 많다고 답한 유일한 세대였다. 광복절의 의미에 대해서도 60대 이상은 “역사와 교훈을 되새기는 날”(37.2%)을, 20~30대는 “독립을 기념하는 날”을 상대적으로 많이 선택했다. 위협 요인 인식에서도 청년 일자리 부족은 20대(35.7%)가, 저출산·고령화는 60대 이상(51.8%)이 더 많이 꼽아 세대별 처지가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 조사는 광복 81주년을 맞은 국민들이 일본을 더 이상 추격 대상이 아닌 대등한 경쟁자로 인식하는 동시에, 기초과학·원천기술 격차와 저출산이라는 내부 과제를 중요한 해결 과제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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