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단계에서 임대인이 종전보다 훨씬 높은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해 계약이 무산되는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새 계약 조건을 정하는 것은 임대인의 권한이라는 논리지만, 요구 수준이 도를 넘으면 법이 금지하는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 임차인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정당한 인상이고 어디부터가 방해인지가 소송의 갈림길이 된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를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며 “차임을 얼마간 올려 부르는 것 자체는 계약 자유에 속하지만, 주변 시세와 종전 조건에 비추어 정도를 넘으면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거 조항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다. 임대인은 임대차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의 권리금 계약 체결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데, 조세·공과금·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조건을 요구하는 행위가 방해 유형의 하나로 규정돼 있다. 계약 체결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는 행위와는 별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 계약을 무산시키는 방식을 규율한 조항이라는 설명이다.

다툼의 핵심은 결국 '현저히 고액'인지 여부로 모인다. 법문이 조세·공과금·주변 시세를 비교 기준으로 제시하는 만큼, 종전 계약의 차임과 보증금, 인근 유사 상가의 임대료 수준, 관리 비용 변화 등을 종합해 판단이 이뤄진다. 시세 상승분을 반영한 합리적 인상까지 방해행위로 보지는 않는 만큼 격차의 정도와 임대인이 그런 조건을 내건 경위가 함께 검토되며, 건물 수리나 관리비 상승을 이유로 든 경우에는 그 사정의 실재 여부와 요구 조건과의 균형도 심리 대상이 된다. 결국 법원은 수치상의 격차만 볼 것이 아니라 요구에 이른 맥락까지 함께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개별 사안마다 결론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실제 분쟁 사례를 보면 음식점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만기를 앞두고 신규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맺은 뒤 임대인에게 이를 주선했으나, 임대인이 종전의 배 가까운 차임을 제시하면서 신규 임차인이 부담을 느껴 입점을 포기해 권리금 계약까지 무산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되면 법원은 요구된 차임이 주변 시세와 종전 조건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인지, 임대인에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따져 방해행위 여부를 가리게 된다.

방해행위가 인정되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하며, 종료 당시 권리금은 통상 감정을 통해 산정된다. 이 손해배상청구권은 임대차 종료일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

소송의 승패는 결국 입증 준비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신규 임차인과 체결한 권리금 계약서,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을 주선했다는 사실을 남긴 내용증명, 임대인이 제시한 계약 조건이 담긴 문자·통화 기록, 인근 상가의 차임 수준을 보여주는 자료가 기본 증거가 된다. 신규 임차인이 임대인의 요구 조건 때문에 계약을 포기했다는 사정을 확인해주는 진술도 중요하며, 종료 당시 권리금 감정에 대비해 영업시설 내역과 매출 자료를 미리 정리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엄 변호사는 “권리금 분쟁에서 임차인이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이 조건 협의 과정의 기록”이라며 “임대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 오간 조건을 문서로 남기고, 주선 사실은 내용증명으로 통지해두고, 계약이 무산된 경위를 신규 임차인의 확인서로 확보해두면 현저히 고액인지에 대한 다툼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 단계에서의 기록이 곧 소송에서의 증거가 되는 셈이어서, 계약이 틀어지는 조짐이 보일 때부터 관련 자료를 챙겨두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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