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일 제레미 추아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영화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점식 원내대표 명의로 전달된 서한에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9명 전원의 뜻을 모아 영화제의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국민의힘은 영화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당은 이를 역사 왜곡이라고 규정하며, 피해자와 유가족이 있는 사건을 다룬 영화에 개막작의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영화제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대구·경북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오전 규탄 성명을 내고 영화 상영 중단과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했다.
의원 109명 명의로 개막작 선정 재고 요구
국민의힘이 보낸 서한의 수신자는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제레미 추아다. 정 원내대표는 서한에서 “싱가포르국제영화제가 영화 '암살자(들)'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그 결정을 즉각 재고해 주실 것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9명 전원의 뜻을 모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이 공개한 서신에 따르면, 서한은 정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대표해 영화제 측에 보낸 공식 문서다. 당은 단순히 영화 상영에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제의 첫 작품으로 선정한 결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서한에서 싱가포르국제영화제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라는 점을 들어 개막작 선정에 신중하고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화제의 개막작은 여러 출품작 가운데 하나를 상영하는 것과 달리 영화제가 관객에게 내놓는 첫 작품이라는 점을 서한의 근거로 제시했다. 당은 해외 관객에게 한국 현대사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며, 영화가 국제영화제 개막작이라는 권위와 함께 소개될 경우 국내에서 나타난 부정적 영향이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실제 피해자와 유가족이 존재하는 역사적 비극을 다룬 영화에 개막작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영화제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숙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과 역사 왜곡 주장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정 원내대표는 서한에서 이 사건을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국민의힘은 영화가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에 관련됐을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사건을 다뤘다고 주장했다. 서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대한민국 국민 정서에 크게 반하는 역사 왜곡이라는 입장이 담겼다. 다만 이는 영화 내용에 대한 국민의힘의 평가로, 서한은 영화제에 해당 작품의 개막작 선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하는 근거로 이 주장을 제시했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서한은 당시 사건의 범인으로 재일교포 문세광이 밝혀졌다는 설명도 담았다. 국민의힘은 문세광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이른바 조총련의 사주를 받아 범행한 것으로 당시 밝혀졌으며, 문씨가 사형 전 자신의 범행을 참회했다고 서한에서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대한민국 성인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2%가 영화를 ‘역사 왜곡’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영화를 보고 북한의 체제 선전 영화 ‘민족과 운명’의 ‘박정희 편’을 떠올렸다는 증언도 서한에 담겼다. 국민의힘은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영화의 배후설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과 박정희학술원, 육영재단 등이 제작진의 공식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한 점도 함께 거론했다.
대구·경북 의원들 상영 중단과 정부 조사 촉구
국민의힘 소속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6일 오전 별도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영화 상영을 즉각 중단하고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에서 의원들은 제작사가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제작진의 사과와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선정 철회를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당 차원의 서한과 지역 의원들의 성명은 같은 날 나왔으며, 각각 영화제와 정부, 제작사 등을 상대로 요구를 전달했다.
지역 의원들은 영화 홍보 과정에서 불거진 ‘탄흔 티켓 굿즈’ 제작 논란도 거론했다. 이들은 해당 논란과 관련해 배급사와 상영관에 사과를 요청했다. 영화 제작 과정이나 공공기관의 투자 과정에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도 정부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서한에서 논란이 영화에 대한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과 영화계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논란이 실제 영화 관람과 홍보 현장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다만 원문에는 티켓 굿즈의 제작 경위나 정부 조사 착수 여부, 배급사와 상영관의 답변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창작의 자유 존중하면서 영화제에 책임 있는 판단 요청
국민의힘은 서한에서 영화예술의 자유와 영화제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창작의 자유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의 자유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당은 영화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만큼 사실과 관련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해외 관객에게 영화가 개막작의 권위와 함께 소개될 경우 한국에서 제기된 문제와 부정적 영향이 국외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한의 요청은 영화의 상영 전반을 제한해 달라는 내용이라기보다, 싱가포르국제영화제가 해당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결정을 다시 살펴 달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영화에 대한 제작진의 설명도 나왔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감독과 제작진은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암살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영화가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당시의 언론 검열·탄압을 다룬다는 설명도 보도됐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영화제 측에 개막작 선정의 재검토를 요청했고, 대구·경북 의원들은 제작사와 정부를 향한 요구를 별도로 내놨다. 정 원내대표는 실제 피해자와 유가족이 존재하는 역사적 비극에 개막작이라는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싱가포르국제영화제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다시 숙고해 달라고 서한을 맺었다. 자료에는 영화제 측의 회신이나 개막작 선정 변경 여부는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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