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장관 회담 앞둔 카야 칼라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경유 공급 합의를 추진하는 대신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라고 촉구했다. 칼라스 대표는 12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시설 공격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론하며 대러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 1천600여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안을 승인했다. EU가 러시아 전면 침공 이후 내놓은 제재 가운데 단일 규모로 가장 큰 조치다.

경유 공급 합의 대신 제재 촉구

칼라스 대표는 회담 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유 공급 합의와 정반대 방향으로 미국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내고, 정유 시설 공격으로 인한 모든 여파를 없앨 수 있도록 러시아에 제재를 시행할 것을 (미국에)요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러시아산 경유를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윳값 상승에 따른 여론 악화를 겪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푸틴 대통령과 협력해 러시아산 경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경유 30만t을 미국과 세계 시장에 즉시 공급하고, 이후 추가 물량을 포함해 총 480만t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러시아산 경유 판매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일반 면허를 발급했으며, 허용 기간은 내년 4월 7일까지로 보도됐다. 이 합의는 수년간 이어진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기조와 맞물려 논란이 됐다.

항목수치
즉시 공급 물량30만t
합의 물량480만t
미국 평균 경유 가격6.27달러/갤런
1년 전 미국 평균 경유 가격3.67달러/갤런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요구 놓고 이견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경유 공급을 추진하는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원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새 대통령이 필요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참고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정유소 공격이 전 세계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합의를 할 수 있는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칼라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격 중단을 요구한 것과 달리 러시아에 제재와 압박을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EU의 러시아 제재에 보조를 맞춘다면, 러시아가 이 전쟁을 끝내도록 실질적인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가 선거를 치르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에너지 기반시설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서는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칼라스 대표는 “실제로 이행된다면 환영하겠지만, 러시아도 이를 준수할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 강조…EU는 제재 기조 유지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 합의를 둘러싼 비판에 미국 국민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EU가 러시아에 에너지 대금으로 2천50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주장하며 “나는 미국인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했다. 언제나 미국이 우선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거론하며 자신의 합의를 옹호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27달러로, 1년 전 갤런당 3.67달러보다 높았다. 참고 보도는 경유 가격 상승이 농민과 물가에 부담을 주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U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칼라스 대표는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러시아산 경유 제재 중단은 러시아에 전쟁 수행을 위한 수입을 더 벌어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영국과 독일도 대러 제재 유지 방침을 밝혔다. 영국 총리실은 앤디 버넘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강조하고 러시아 압박 유지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러시아 제재를 고수하며 새 제재와 관련해 유럽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EU의 대응은 경유 가격과 에너지 공급을 둘러싼 논쟁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계속할지에 관한 입장 차이로 이어졌다.

1천600여 대상 제재안 승인

EU 외무장관들은 12일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 1천600여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제재안을 승인했다. EU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마련한 제재안 가운데 단일 규모로 가장 크다. 제재는 주로 탄도미사일 제조와 관련한 러시아 군수산업을 겨냥했다. 칼라스 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러시아의 군산 복합체를 겨냥한 1천600여 대상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칼라스 대표는 제재 대상의 절반 이상이 탄도미사일 생산망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된 대상의 절반 이상이 탄도미사일 생산망과 연관돼 있다”고 밝힌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을 살상하는 데 사용하는 무기의 생산을 어렵고 느리며 비용이 많이 들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의 유효기간은 3년이다. EU는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군수산업과 전쟁 지원망을 겨냥했고, 칼라스 대표는 미국에도 EU의 대러 제재에 보조를 맞추라고 촉구했다.

EU 외무장관들이 승인한 대러 제재는 3년간 유효하다. 칼라스 대표는 미국이 제재에 동참하면 러시아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유 공급 추진과 EU의 새 제재 승인이 같은 날 이어지면서, 러시아 에너지 거래와 전쟁 대응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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