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감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우드퍼드 (사진= 연합뉴스 제공)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마이클 우드퍼드(71)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수상 발표가 난 12일(현지시간) 중앙은행 정책에서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경제 안정화 정책을 단순히 레버를 당겨 경제를 통제하는 일처럼 여겨서는 안 되며, 경제주체가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앞으로의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정책에 적용된 사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각국 중앙은행이 활용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들었다. 수상 소식을 들은 뒤에도 우드퍼드 교수는 예정된 학생 시험을 직접 감독하고 학과 업무를 이어갔다.

정책을 통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시장과 소통해야

우드퍼드 교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 뒤 전화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정책 당국과 시장 사이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 안정화 정책을 단순히 레버를 당겨 경제를 통제하는 행위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주체들이 당국의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와 무관하게 정책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책이 시행됐다는 사실만으로 경제에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시장에서 지출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의 향후 정책에 대한 예상과 이해가 실제 정책 효과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지출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향후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고 이해하느냐가 실제 정책 효과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데에도 이론적 틀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드퍼드 교수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틀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그것이 제가 분석 틀을 개발하려 했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우드퍼드 교수는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온 새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대표적 학자다. 그의 연구는 가계와 기업의 미래 기대를 거시경제 모형에 반영했다. 중앙은행은 현재 금리를 조정하는 방식뿐 아니라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뢰할 만한 정책 약속을 통해 경기 부양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 내용이다.

금융위기 때 활용된 포워드 가이던스

우드퍼드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실제 경제정책에 활용된 사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을 꼽았다. 당시 미국과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낮췄지만, 높은 실업률과 총수요 부족이 이어졌다. 그는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만으로는 경제활동을 회복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를 낮추는 조치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가운데, 여러 나라가 향후 금리 정책의 경로를 더 명확하게 제시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그가 언급한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미래의 금리 정책 경로를 시장에 설명하는 정책 수단이다. 우드퍼드 교수는 이를 당장 금리를 더 낮추는 것과 다른 접근으로 소개했다. 그는 “이는 향후 금리 정책이 어떤 경로를 밟을지를 보다 명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고, 당장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데만 의존하는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향후 정책에 대한 설명이 경제주체의 예상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예상이 현재의 지출과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 안정화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드퍼드 교수는 정책 당국이 시장의 기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자신의 연구가 실제 위기 대응 과정에서 쓰였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특히 이번 수상은 연준의 정책 변화와 함께 언급됐다. 원문에 따르면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올해 취임한 뒤 포워드 가이던스를 사실상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우드퍼드 교수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책에 활용된 대표 사례라는 점을 밝혔다.

수상자나이소속
마이클 우드퍼드71세컬럼비아대
로버트 홀83세스탠퍼드대

중동 전쟁의 에너지 충격과 중국의 인공지능

경제적 원인에서 비롯되지 않은 사건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제적 원인에서 비롯되지 않은 사건들이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당장 그 사례를 들자면 중동 전쟁이 분명히 세계 에너지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에너지 부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짚었다. 우드퍼드 교수는 “에너지 가격의 큰 변화는 경제의 다른 여러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불안정 요인을 설명하면서 에너지 가격 변동이 여러 부문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원문에는 특정 국가의 에너지 가격이나 변동 폭, 영향을 받은 산업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빠른 성장세를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AI를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선도적인 위치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앞으로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국은 앞으로 수십 년간 세계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 사안에 관해 추가적인 수치나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새벽에 수상 소식 듣고 시험 감독 나서

우드퍼드 교수는 수상 소식을 들은 순간을 두고 “대단한 영광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4시 30분쯤 잠을 자던 중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고, 당시 “엄청나게 놀랐다”고 했다.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와의 별도 인터뷰에서는 수상 발표 당일 예정된 일정을 설명했다. 그는 “오늘 오전 시험이 있어 시험지와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책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온 방문객을 만나고 교수 채용 지원자도 만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인터뷰에서 우드퍼드 교수는 학생들이 시험이 취소되기를 바랄 수 있다고 농담했다. 그는 “아마 학생들은 제가 시험을 취소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유리스홀에서 ‘인지 메커니즘과 경제 행동’ 과목의 시험을 직접 감독했다. 학생들은 시험에 앞서 박수와 환호로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노벨상 수상 발표 당일에도 시험이 예정대로 치러졌고, 우드퍼드 교수가 감독을 맡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우드퍼드 교수와 로버트 홀(83) 스탠퍼드대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왕립과학원은 두 사람의 경기 안정화 연구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우드퍼드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경제 정책의 효과와 시장의 기대, 정부의 설명과 소통을 함께 언급했고, 금융위기 당시 포워드 가이던스의 활용 사례를 설명했다. 수상 발표 당일에는 학생 시험 감독을 비롯해 방문객과 교수 채용 지원자 면담 일정도 예정돼 있었다.

우드퍼드 교수는 수상 발표 뒤에도 컬럼비아대에서 시험을 감독하고 학과 일정을 소화했다. 왕립과학원이 함께 수상자로 선정한 로버트 홀 교수와 두 사람의 연구는 경기 안정화에 관한 것이다. 우드퍼드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정책 현장에서 쓰인 사례와 현재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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