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짝패’가 개봉 20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 관객과 다시 만났다.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은 지난 9일 메가박스 부산극장 1관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마스터 톡’에 참석해 영화를 관객과 함께 보며 촬영 현장과 캐스팅, 예산 문제로 바뀐 장면 등을 실시간으로 들려줬다. 상영 뒤에 별도로 진행하는 일반적인 관객과의 대화와 달리, ‘마스터 톡’은 영화를 보는 도중 감독이나 배우가 해설을 곁들이는 프로그램이다. 두 사람은 장면마다 당시의 선택과 작업 경험을 떠올렸고, 관객은 리시버로 설명을 들으며 QR코드로 접속한 채팅방에 질문을 올렸다.
영화와 함께 이어진 실시간 해설
‘마스터 톡’은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 주로 상영되는 해운대가 아니라 커뮤니티비프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이 적극 도입해 이어왔다. 영화가 끝난 뒤 대화를 나누는 GV와 달리, 감독이나 배우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장면에 맞춰 해설한다. 관객은 귀에 꽂은 리시버를 통해 촬영 에피소드와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떠오른 질문은 QR코드로 들어간 단체 채팅방에 실시간으로 입력한다. 채팅 내용은 스크린에 함께 표시돼 객석 전체가 질문과 반응을 공유한다.
이날 상영에서도 채팅창은 영화 속 장면과 현장 설명에 맞춰 움직였다. 태수 역의 정두홍이 술에 취한 듯 연기하는 장면에서 조원희 운영위원장은 정두홍의 뒷모습을 보고 “아니, 정두홍 감독님, 뒷모습만 봐서는 거의 충청도 이병헌인데요?”라고 말했다. 정두홍은 “아, 저때 엄청 힘들었슈. 진짜 취해서 연기하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관객들은 채팅방으로 질문을 보내고 다른 관객의 댓글도 함께 봤다. 영화가 끝난 뒤 해설을 듣는 방식이 아니라 장면이 진행되는 순간 촬영 사정을 확인하는 구성으로 행사가 이어졌다.
온성의 설정부터 캐스팅 뒷이야기까지
‘짝패’는 2006년 5월 개봉한 작품으로, 류 감독이 연기한 석환과 정두홍이 연기한 태수가 친구의 죽음을 파헤치다 또 다른 친구의 악행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 두 주인공의 고향은 가상의 관광 마을 온성이다. 충청도 출신인 류 감독이 온양과 유성의 이름을 합쳐 만든 지명이다. 류 감독은 태수라는 이름에 대해 “태수는 제가 드라마 ‘모래시계’를 좋아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밝혔다. 비뚤어진 자격지심으로 주변 사람들을 불행으로 몰아가는 필호 역은 배우 이범수가 맡았다. 류 감독은 이범수가 처음부터 캐스팅 명단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예산이 적은 영화라 생각도 못 했는데. 다행히 제 영화를 좋아해주셔셔 성사됐다”고 말했다.
주인공들의 10대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이 화면에 나오자 류 감독은 석환의 어린 시절을 맡은 김시후를 캐스팅한 과정도 전했다. 류 감독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김시후를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이 김시후와 류 감독의 외모를 보고 “시후가 커서 니가 되는 게 말이 되니”라고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영화의 바탕이 된 장르적 참고작과 관련해서는 브라이언 드 팔마와 샘 페킨파 등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들의 영향이 드러나는 장면을 짚었다. 류 감독은 ‘짝패’를 두고 “저는 영화가 영화적인 영화였으면 했다”며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담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짝패’는 류 감독의 액션 활극 시도가 집중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싸우다 크게 다친 뒤에도 다음 액션으로 이어가는 장면을 두고 채팅방에는 “왜 병원에 안 가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류 감독은 이를 읽고 “진짜, 병원에 갈 생각을 왜 안 했지?”라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이끌었다. 그는 구둣소리를 살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고, 관객은 올해 초 개봉한 ‘휴민트’에도 구둣소리가 나온다고 채팅창에 적었다. 류 감독은 영화의 장면을 따라가면서 소리와 연출에 관한 선택도 덧붙였다.
청테이프와 간판에 담긴 액션 촬영
두 감독은 액션 장면을 촬영하며 겪은 육체적 부담과 준비 과정도 공개했다. 겉으로 막싸움처럼 보이는 단체 액션 장면일수록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고, 촬영을 위해 두 사람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피가 통하지 않게 하려고 청테이프로 몸을 동여매고 촬영한 때도 있었다. 한 액션 장면을 보던 류 감독은 “아, 저 때 정두홍 감독이 간판에 얼굴을 찧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청주 뒷골목에서 촬영한 장면에서는 담과 공간의 크기가 맞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이거는 청주 뒷골목에서 촬영한 장면입니다. 담 사이즈하고 공간 사이즈가 안 맞았어요. 아, 담벼락이 좀 더 컸으면 좋았을걸.”이라고 말했다.
10대 일당이 한꺼번에 목만 내놓은 채 땅에 묻히는 장면에서는 촬영과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류 감독은 “스태프 중에 정말 저렇게 묻혔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채팅방에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사셨던 거냐”는 댓글이 올라왔고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영화 속에서 필호가 마을 사람들을 저수지에 수중 암매장하는 설정과 관련해 류 감독은 애초 구상했던 장면도 전했다. 그는 저수지 깊은 물 아래에 수많은 시체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필호가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지를 드러낼 수 있었지만, 당시 예산이 적어 구상대로 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산 때문에 달라진 장면과 엔딩
원래 생각한 엔딩은 마을이 관광특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이 잔치 분위기를 내는 가운데, 앰뷸런스에 실려 가던 태수가 서서히 죽어가는 그림이었다. 류 감독은 “애초에 생각한 구상은 마을이 관광특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잔치 분위기가 되는 중에 앰뷸런스에 실려가던 태수가 서서히 죽어가는 그림이었어요. 언뜻 들어도 돈이 많이 들겠죠.”라고 말했다. 영화에 실제로 담긴 장면과 남겨진 구상을 나란히 설명하면서 제작 당시 비용이 장면의 규모와 구성에 영향을 미쳤던 상황을 전했다.
‘짝패’는 그해 한국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에 초청됐다. 류 감독은 행사 도중 베니스 상영 당시를 떠올리며 “베니스에서 이 장면에 박수가 크게 나왔었는데”라고 말했다. 당시 영화는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는 영화”, “성룡의 전성기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 감독은 영화의 장면을 보며 브라이언 드 팔마와 샘 페킨파 등 좋아하는 감독들의 영향도 짚었다. 영화 속 싸움과 촬영 현장, 예산 때문에 바뀐 구상에 관한 설명은 관객의 질문과 채팅 반응을 받으며 이어졌다.
상영과 해설을 마친 뒤 정두홍은 “이제 관절에 윤활유가 빠질 시간 됐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제 영화가 시간을 뚫고 살아남은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동료들이 성장한 모습도 확인해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열심히 영화 만들겠습니다. 젊은 영화인들이 새로운 길을 여는 디딤돌이 되는 길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관객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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