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빈소 찾은 여야 인사 (사진= 연합뉴스 제공)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오른팔’로 불린 고(故)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의 빈소에 별세 이튿날인 25일에도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전·현직 정치인, 재계·종교계 인사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고인과 민주화운동을 함께한 상도동계 인사뿐 아니라 동교동계와 친노·친박계 원로들도 빈소를 방문했다. 조문객들은 최 전 장관이 민주화 과정에서 맡았던 역할과 YS와의 인연을 회고했다. 여야 원로들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경쟁하면서도 협력했던 과거를 언급하며 현재 정치권의 대립을 비판했다. 최 전 장관의 장례는 사흘간 치러지며 27일 발인 후 국립4·19민주묘지에 안장된다.

여야 대표가 빈소 찾아 민주화 헌신 기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25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조문을 마친 뒤 김 대표는 최 전 장관에 대해 “민주화에 큰 헌신을 하고, 부마 민주항쟁과 5·18 정신을 살리려고 애를 쓰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의 뿌리를 기릴 수 있도록 여야를 넘어 다 함께 성찰해야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고인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향했던 민주화 정신을 언급하며 여야가 함께 고인의 뜻을 기리는 취지로 조문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빈소에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도 만나 과거 민주화추진협의회 시절의 일을 나눴다고 전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오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장 대표는 취재진에게 “정치인으로서, 장관으로서 많은 업적 쌓아오셨고 대한민국 정치사에 있어서 정치 민주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해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뜻을 받들어 국민들을 웃게 하는 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장 대표는 교육부에 처음 발령받았을 당시 최 전 장관이 내무부 장관이었다며, 장관 전용 엘리베이터 대신 일반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소통했던 기억도 전했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두 대표의 조문은 서로 다른 정당의 대표가 한 장례위원장단에 이름을 올린 사례이기도 하다.

YS와 함께한 민주화 투쟁과 상도동계 인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최 전 장관이 부친과 오랜 기간 민주화 투쟁을 함께했다고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최 장관은 아버님하고 오랜 시간 민주화 투쟁을 같이하시고 진짜 생사고락을 같이하셨다”고 말했다. 신군부가 들어선 뒤 김 전 대통령이 연금되고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 활동과 관련해 제약을 받던 때에도 최 전 장관이 상도동 자택에 들어왔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그런데도 최 장관님은 상도동에 군인들을 뚫고 들어왔다”고 했다. 당시 두 사람이 민주화 투쟁을 이어가며 눈물을 흘렸고, 김 전 대통령이 “온산(溫山·최 전 장관의 아호)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을 가리켜 “좌(左) 김동영, 우(右) 최형우라고 흔히 표현할 정도로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도와줬던 분이 바로 최 의원”이라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1935년 울산에서 태어났으며 부산공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녔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1960년 4·19혁명 당시 동국대 학생 대표와 ‘4·19 6·3 범청년회’ 사무총장을 맡았고, 1969년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YS와는 1970년 4월 무교동 광남빌딩의 대선 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8·9·10대와 13·14·15대 국회의원을 지내 6선 의원이 됐고, 김영삼 정부에서 내무부 장관을 맡았다. 1997년 3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오랜 기간 투병했으며 지난 24일 별세했다.

“지금 여야는 원수” 원로 정치인들의 회고

전날에 이어 빈소를 지킨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진영에서 최 전 장관이 맡았던 역할을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과거 군부독재시대 때 민주화를 위해서 투쟁할 때는 정말 칠흑 같은, 깜깜한 밤 같은 상황이었다”며 “고인이 그 누구보다 돋보이게 강한 리더십으로 우리 진영을 버티게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신 그런 분이셨다”고 말했다. 그는 빈소를 찾은 김민석 대표에게 민주화운동 시절에는 동교동과 상도동이 한 가족처럼 지냈지만, 현재는 진영이 갈라져 정치가 각박해졌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기자 시절 최 전 장관을 취재원으로 만났던 이낙연 전 총리는 YS 정부 시절 최 전 장관의 내무부 장관 재임기에 있었던 떡국 일화를 전했다. 이 전 총리는 최 전 장관이 새해 첫날 기자들을 집으로 불러 떡국을 대접했고, 사모님이 떡국 500그릇을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금 여야는 원수 중의 원수”라며 “상도동은 경쟁하면서 협조했다. 저 어른들이 지금 정치를 보면 무지하게 한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최 전 장관이 재야인사와 학생운동 출신 인사들을 격려하고 보호해줬다며 “우리 세대는 (고인에게) 늘 감사해한다”고 했다. 여야 인사들이 빈소에 함께 모인 데 대해서는 “어찌 보면 그게 정치의 본령인데, 지금 그게 어색해 보인다는 것은 우리 정치가 제 자리에 안 서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 가치, 진보적 가치를 지닐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 사회라는 이 엄연한 공동체의 앞날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안 지고, 상대편에 대해 비난만 한다면 정상적인 정치는 아니다”라며 “어른들의 정치가 부럽더라”라고 덧붙였다.

전·현직 정치인과 사회 각계 조문 이어져

오세훈 서울시장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오 시장은 “저희 세대에는 롤모델이셨다”며 YS를 모시고 민주화의 길을 걸었던 최 전 장관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문정수 전 부산시장 등도 조문했다. 국민의힘 중진 주호영·김기현·나경원·김희정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법륜스님 등 재계·종교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김영삼민주센터에 따르면 전날 조문객은 약 680명이었고, 수행원까지 포함하면 1천명 이상이 빈소를 찾았다. 센터는 25일에도 약 1천명이 조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분방문 규모
전날 조문객680명
전날 수행원 포함1,000명
25일 조문 예상1,000명
전·현직 정치인과 사회 각계 조문 이어져 (자료: 연합뉴스)
전·현직 정치인과 사회 각계 조문 이어져 (자료: 연합뉴스)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과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정대철 헌정회장은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사실상 전원이 장례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최 전 장관의 장례는 사흘간 치러진다. 발인은 27일 예정이며, 고인은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영면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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