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서영철 대표 별세 (사진= 연합뉴스 제공)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서영철 대표가 8월 11일 오후 9시 33분께 기흉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를 찾았다가 69세로 숨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서 대표는 응급센터에서 대기하던 중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두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호흡기 중증 장애와 이형 협심증, 천식, 공황장애 등을 앓아 산소발생기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타야 했다.

대구와 경남 창녕에서 군납 회사와 토끼농장을 운영하던 서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본 뒤 모든 것을 잃었다고 토로해왔다고 한다. 그는 2016년부터 산소발생기를 단 채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피해자 운동에 나섰고, 2019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지난해 9월 발족한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의 대표를 맡았다.

그는 2022년 3월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약 3개월간 텐트 농성을 벌이고 10여일간 단식농성을 했다. 2024년에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을 고소한 뒤 경찰청 앞에서 1년간 1인시위를 이어갔고, 지난 3∼6월에는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1인 시위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이재명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피해 인정 판정 기준 확대와 경제적·정신적 위자료 산정 조항 반영을 요구해왔다.

단체에 따르면 서 대표는 생전 "내가 죽으면 장례를 치르지 말고 광화문광장에서 투쟁해 달라"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사망 다음 날인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사무실에 모인 피해자들은 그를 추모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태윤(72)씨는 "항상 정의로워서 나보다도 남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옆에서 돕던 사람이었다"고 말했고, 조인재(61)씨는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작은 걸 물어봐도 친절하게 답변해줬다"고 전했다. 아들 한결씨는 "아버지가 많은 사람에게 정말 좋은 분으로 기억되지만, 저는 가습기 살균제 모임에 아버지를 뺏긴 것만 같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 살균제 종합포털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1천957명이며, 이 중 구제법 인정을 받은 사망자는 서 대표를 포함해 1천422명이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 대책을 담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24일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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