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염·가뭄 심화 (사진= 연합뉴스 제공)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이 8월 12일 원자로 전면 가동 중단을 위한 기술적 절차에 착수했다고 루마니아 공영 라디오 라도르가 보도했다. 이 원전의 원자로 2기 중 1기는 가뭄에 따른 냉각수 부족으로 7월 28일 이미 가동이 멈춘 상태이며, 당국은 남은 원자로 1기도 8월 13일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체르나보다 원전은 루마니아 전체 전력 생산량의 20%를 담당한다. 당국은 향후 이틀간 다뉴브강 유량이 초당 약 1천35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전날 기록한 역대 최저치 1천370㎥보다 더 낮은 수치다. 루마니아는 냉각수 확보를 위해 다뉴브강 암반을 폭파하고 바지선을 가라앉히는 방법까지 동원해왔다. 원전 측은 "두 번째 원자로의 통제된 가동 중단 가능성은 향후 기상 예보와 다뉴브강 수위 하락, 운전 지표를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루마니아 정부는 8월 한 달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기업과 가정에 자발적 절전을 요청했으며, 원전이 멈추면 예비 전력으로 써온 석탄화력발전을 가동하고 수력발전도 늘릴 계획이다.

다뉴브강 상류에 있는 헝가리 팍스 원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수위가 다소 오르면서 멈췄던 원자로 1기 가동을 재개했지만 냉각수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헝가리 당국은 8월 12일 강바닥에 콘크리트와 돌로 만든 구조물을 설치해 다뉴브강 수위를 최대 1m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80m 길이 바지선 2척을 원전 냉각수 펌프 인근으로 옮겨 강제로 가라앉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역시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의 핵심 물류 통로인 라인강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화학기업 코베스트로는 8월 11일 일부 납품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독일 기상당국은 라인강의 저수위 상황이 오는 10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는 8월 9일 기준 수도 파리를 포함한 본토 대부분 지역에 최소 1단계 물 사용 경보가 내려졌고, 해외령을 포함한 전국 101개 데파르트망 중 67곳에는 최고 수준의 위기 경보가 발령됐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7월이었으며 강수량은 평년보다 약 70% 부족해 역대 세 번째로 건조한 7월로 기록됐다. 이탈리아 쌀 생산의 젖줄인 포강도 기록적 저수위를 보이자 포강유역관리청은 가뭄 심각도를 '높은 수준'으로 지정하고 알프스 지역 호수 수량 감소도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최대 쌀 생산국으로, 전체 생산량의 80%가 포강 유역에서 나온다.

AFP통신이 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독일 라인강의 85%, 영국 템스강의 95%, 유럽 10개국을 지나는 다뉴브강은 3분의 2 구간에서 유량이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본토의 95%, 스위스는 99% 지역에서 가뭄이 관찰됐고, 헝가리·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도 7월 기준 역대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네덜란드 은행 트리오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폭염으로 EU가 1천800억유로(약 294조8천억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1%의 대부분이 폭염 여파로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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