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모 태평양서 중동으로 이동 (사진= 연합뉴스 제공)

태평양에 배치돼 있던 미 해군 조지 워싱턴 항모강습단이 지난 13일 싱가포르 해협을 지나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18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미 군사전문매체 워존에 따르면 이는 9개월째 해상 임무를 수행하며 승조원 투신 시도까지 벌어진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교대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미중 패권 경쟁의 현장인 태평양에서 미 해군력의 상징인 항모가 자취를 감추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 항모의 태평양 부재는 2024년 8월 중동지역 긴장 고조 당시에도 있었지만 이전에는 드문 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중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이번 공백을 태평양 내 영향력 확대에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고 다음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항모 공백까지 겹치며 미국의 안보 공약이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중국 측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태평양 내 미 항모 공백이 몇 달간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마크 캔시안 미 예비역 해병대 대령은 악시오스에 "중국이 전면적인 침공에 나설 가능성은 작지만 태평양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는 데 이 공백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선임연구원은 "대만이나 필리핀, 일본은 미국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고 이런 패턴이 계속되면 미국이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지원에 나설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웃국들에 미국이 지켜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 중국은 전쟁을 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 해군은 항모 11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순환 배치 구조상 모든 항모가 동시에 작전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현재 중동에는 링컨함과 조지 H.W. 부시함이 있고 워싱턴함이 이동 중이어서, 실제 해상 작전에 동원된 항모는 3척에 그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 축소를 지시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유화적 조치를 취하는 한편 이란 비핵화 미동참을 이유로 한국을 비난했다면서 "이는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동맹이 돼 가고 있다는 아시아와 유럽의 인식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으며, 중국이 워싱턴함의 중동 이동을 반기며 주변국에 미국 방어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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