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건축 상장사 엔알비(NRB)가 2026년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장 사전제작 콘크리트(PC)모듈러 제조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실적으로 뒷받침했다. 전체 매출에서 제조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15.9%에서 66.1%로 크게 뛰었다. 단순한 외형 성장이 아니라 공장 가동률과 주거시설 수주잔고까지 함께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엔알비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5% 늘었고, 영업이익은 16억원에서 33억원으로 108.5%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았던 배경에는 판매·관리 비용 증가폭이 매출 증가폭에 크게 못 미쳤다는 사실이 있다. 매출이 62.5% 늘어나는 동안 판관비는 13.8% 느는 데 그치면서 영업이익률은 7.0%에서 9.0%로 개선됐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제조사업 매출은 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36억원 대비 약 6.7배 증가했다. 그동안 학교 등에 모듈러 건물을 임대하는 사업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아파트·기숙사·군 관사 등 장기 사용 건축물의 구조체를 공장에서 만들어 판매·시공하는 PC모듈러 사업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용도별로는 주거시설 매출이 239억원으로 전체의 64.6%를 차지해 사업 재편의 방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6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410억원이며, 이 중 주거시설 관련이 1121억원으로 79.5%를 차지했다. 앞으로 실적에 반영될 확정 계약 역시 주거시설에 쏠려 있는 셈이다. 이와 별도로 지난 2월에는 하남교산 A1BL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과 관련해 동부건설 컨소시엄과 공사금액 837억원 규모의 업무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공시한 바 있다. 다만 본계약 체결 전 단계로 이번 반기 수주잔고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본계약이 이뤄지면 별도 공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생산 현장의 변화도 확인된다. 반기보고서 기준 PC모듈러 가동률은 1분기 25.3%에서 2분기 40.5%로 상승했다. 연환산 생산능력은 4600모듈 수준이며, 회사는 자동화 설비 확충을 통해 군산 제1공장의 골조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일 공정을 반복하는 제조 방식과 자동화 설비 투자가 맞물리면서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경우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도 모듈러 업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2027~2030년 LH 등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 물량을 1만2000호에서 2만호로 확대하고, 연평균 발주량도 3000호에서 5000호로 늘리기로 했다. 20층 이상 고층 모듈러주택 시범사업과 일반공법 대비 추가 공사비 지원, 모듈러 특별법 제정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가 고층 시범사업으로 제시한 LH 의왕초평 A-4BL(22층·381세대)과 GH 하남교산 A1BL(25층·400세대)에는 모두 엔알비가 참여하고 있다.
엔알비는 정부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통해 PC모듈러 제조 전 과정의 생산·품질·재고·설비 데이터를 통합하고, 25층 이상 PC 공동주택의 설계-생산-시공 통합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2026년 상반기는 제조 중심의 체질 개선이 실제 매출 구조와 가동률에서 확인된 시기”라며 “자동화 시설과 스마트공장, 고층 PC모듈러 기술을 기반으로 반복 생산과 표준화 역량을 높여 더 빠르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발주 확대와 고층 실증 정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제조 중심 체제로 전환한 엔알비의 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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