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로봇 전문기업 에브리봇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회사는 중국 닝보에 위치한 상해증권거래소 상장사 PIA Automation 본사를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 하드웨어 공급과 기술 융합, 국내 산업현장 적용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방문은 에브리봇이 국내 제조업·서비스 현장에서 진행해온 휴머노이드 실증 단계를 넘어, 실제 사업화를 겨냥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배경에는 최근 미국의 로봇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7월 말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등 이동형 로봇을 국가안보 위협 장비 목록인 이른바 커버드 리스트에 올렸고, 목록에 오른 기업은 신규 제품의 미국 내 수입·판매에 필요한 인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FCC가 무선 통신 기능과 환경 인식 센서를 갖춘 약 2kg 이상의 이동형 로봇을 규제 대상으로 폭넓게 해석하면서 로봇청소기 등 소비자용 서비스 로봇까지 영향권에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에브리봇은 이미 미국 시장 진입 요건을 갖춘 국내 몇 안 되는 로봇기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FCC 등록을 마쳤고 현지 유통망을 통해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국내 청소로봇 상장사 가운데 삼성·LG를 제외하면 미국 수출 실적을 갖춘 곳은 에브리봇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지점이 여러 중국 로봇기업이 에브리봇에 협력을 타진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에브리봇은 하드웨어는 중국에서 조달하되, 로봇을 실제 현장에서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자율주행·비전 기술은 자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 생산 체계와 해외 인증 이력까지 갖춰 특정 국가·업체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낮다는 구조적 특징이,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 우량 로봇기업들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에브리봇 입장에서도 여러 검증된 제조사로부터 다양한 사양의 하드웨어를 조달할 수 있는 복수 공급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실익이 있어 보인다. 특정 업체 종속 없이 용도별 최적 하드웨어를 고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력 측면의 이점도 크다는 분석이다.

에브리봇은 올해 3월 기존 AI융합기술연구소를 확대 개편해 피지컬AI 연구소를 출범시키고 휴머노이드·시니어케어로봇 실증을 이어왔다. 제조업 영역에서는 6월 협력사 삼엠텍 생산 현장에 자율주행 기반 휴머노이드를 배치해 첫 실증에 나섰고, 스마트팩토리 전문기업 FPA와 업무협약을 맺어 휴머노이드 및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의 제조 현장 실증을 진행했다. 7월에는 화장품 소재 기업 선진뷰티사이언스와 MOU를 맺고 공장 스마트팩토리에 휴머노이드를 도입해 제조공정 자동화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단기 기술 실증을 넘어 실제 생산라인에 상시 투입하는 것이 목표다. 서비스 영역에서는 삼성노블라이프 R&D센터와 KB골든라이프케어에서 시니어 생활 환경을 재현한 조건 아래 휴머노이드·케어로봇 운용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에브리봇이 방문한 PIA Automation은 수십 년간 글로벌 제조기업에 산업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해온 기업으로, 최근 이 기술력을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하며 휴머노이드 로보틱스를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AGIBOT과 공동으로 휴머노이드 제조법인을 세워 서브 어셈블리부터 최종 조립, 카메라 캘리브레이션, 외장설계와 검사까지 아우르는 생산체계를 갖췄다.

에브리봇은 이번 논의를 시작으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제조기업 및 핵심부품 기업과의 협력을 넓혀갈 계획이다. 하드웨어 공급망 확보에서 시작해 자체 핵심기술을 융합하고, 국내 산업환경에 맞춰 개발한 뒤 현장 실증을 거쳐 사업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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