랫클리프 CIA 국장, 모스크바서 발트3국 공격 (사진= 연합뉴스 제공)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 모스크바를 극비리에 방문해 러시아 측에 나토(NATO) 회원국들과의 긴장 고조를 자제하고 이란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축소하라고 요구했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랫클리프 국장이 특히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이른바 '발트 3국'을 거론하며 긴장 고조 자제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이번 회담의 주된 목적은 러시아에 발트해 국가들을 상대로 어떤 방식으로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랫클리프 국장이 나토 동맹국을 공격하지 말라고 러시아에 경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랫클리프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 수십∼수백㎞ 떨어진 곳까지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확대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토 회원국들을 상대로 잇따라 위협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모스크바가 영국을 포함한 나토 동맹국에 공격적 하이브리드전 수단을 동원하거나 제한적 군사 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영국은 이번 주 우크라이나 지원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지난 25일 미국 공군 C-17 수송기 편으로 모스크바에 도착해 러시아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면담했으며, 크렘린궁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만나지 않았다.

CIA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2기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인 2021년 11월에는 윌리엄 번스 당시 CIA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며, 그로부터 3개월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라디오 '글렌 벡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랫클리프 국장의 방문이 푸틴 대통령에게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하거나 영국을 공격하지 말라고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을 부인하며 "우리는 그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솔직히 그들 모두 지금 시점에서 종전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을 "일종의 준(準) 정례적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이날 랫클리프 국장을 만났다면서도 "회동에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방은 러시아가 나토를 상대로 음모를 꾸민다는 식의 과장된 보도를 쏟아내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히려 러시아가 유럽의 공격적인 정책에 직면하고 있다며 서방이 동결된 러시아 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시도는 불법이라고 주장했고, 러시아가 평화 협상을 이어갈 뜻이 있다면서도 "우리 영토 보호를 위한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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